폭력, 사랑과 카타르시스의 다른 이름인가 news letter No.767 2023/2/28 최근 르네 지라르에 관한 글을 써야 할 일이 있어 오랫동안 먼지 쌓인 『폭력과 성스러움』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오만가지 상념에 빠져들었다. 불문학자 김현이라는 탁월한 독해자로 인해 이미 30여 년 전에 한국의 지라르 읽기는 상당한 수준에 달해 있었다. 자신의 지라르 연구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힌 김현은 “폭력이 과연 어디까지 합리화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우리에게 남겨 놓았다. 주지하듯이 지라르 사상을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폭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좋은 폭력’으로 ‘나쁜 폭력’을 막는다는 이른바 ‘희생양 메커니즘’이 바로 『폭력과 성스러움』의 핵심어이다. “욕망은 폭력을 낳고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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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 신사참배, 그리고 독립유공자 추서 news letter No.766 2023/2/14 몇 년 전 같으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을 상당수의 청년이 지금은 교도소에서 시설관리나 급식담당과 같은 보조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교정 시설에서 합숙하면서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이야기다. 잘 알려진 대로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2020년부터 대체복무제가 시행됐다. 그런데 관련 자료를 찾다가 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거부로 투옥되거나 희생된 28명의 인물을 대상으로 독립운동가 서훈을 추진한다는 기사였다. 한국 개신교에서 순교자로 간주되는 주기철 목사나 성자로 추앙되는 손양원 목사가 국가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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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종교 news letter No.765 2023/2/7 선종(禪宗)의 이야기에는 달마대사가 9년 면벽 수행을 할 때, 혜가(慧可)가 자신의 팔을 잘라 가르침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달마가 혜가에게 왜 왔느냐고 묻자 혜가는 마음이 불안해서 왔다고 한다. 그러자 달마는 혜가에게 마음을 꺼내서 가져와 보라고 말한다. 그러자 혜가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불안(不安). 우리 마음 가운데서 그 얼마나 중요한 마음이길래 깨달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가. 그리고 사실 여부를 떠나서, 혜가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했길래 팔을 잘라서까지 해결하고 싶었던 불안이었던가. 혜가의 이야기에서처럼 불교도 마찬가지겠지만 불안은 종교가 해결하고자 하는 중요한 근본문제라고 할 수 있어 보인다. 기독교 또한 믿는다는 것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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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방식 news letter No.764 2023/1/31 한 사람이 죽었을 때 살아있는 가족이나 죽은 자 모두 서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는 전쟁이나 불의의 사고 등 불행한 죽음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가족들은 자신들의 안타까움과 아쉬움, 미안한 마음 등을 전하고 싶고, 죽은 사람이 어떤지 알고자 한다. 이 세상을 떠나는 망자 역시 이승 삶에 대한 아쉬움이나 한스러움, 가족들에 대한 섭섭함과 미안함, 고마움과 당부 등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한다. 아마 어떤 죽음도, 그것이 아무리 밝고 행복한 죽음일지라도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직접적인 대화의 바램을 해소하진 못할 것이다. 죽은 자를 위해 행하는 무속의 굿에는 죽은 자가 자기 이야기를 하며 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