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명 선생님을 추모하며 news letter No.826 2024/4/16 2024년 2월 15일 종교학자 황선명(黃善明) 선생께서 83세를 일기(一期)로 우리 곁을 떠나셨다. 빈소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장례식장 10호실이었고, 2월 17일 토요일 오전 9시에 발인하였다.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선영이었다. 예전에는 회갑이나 정년 퇴임 때 제자들이 기념 논총을 만들어 스승의 학덕을 기리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런 것으로 고인의 이력과 저술 목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선생에 관해서 알려주는 자료가 많지 않다. 추모하는 의미에서 여러 군데 뒤져서 선생의 생애와 이력과 저술 등을 정리해 놓고자 한다. 선생은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창원(昌原)이고, 시중공계(侍中公系) 22세..
12년을 벼르던 연구 news letter No.825 2024/4/9 서울대벤처타운역에 하차해서 미림여고 맞은편 삼성동 시장 근처 골목으로 간다.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다란 골목에 발을 들여놓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하얀색과 빨간색 깃발이 꽂혀 있고, 만(卍)자들 옆에 별상선녀, 약사암, 산신도사 간판을 건 점집들이 빼곡하게 몰려 있다. 비슷한 풍경은 봉천역 일대에도 펼쳐진다. 높은 빌딩이 드리우는 그림자 아래 늘어선 좁은 골목에는 촘촘하게 점집들이 몰려 있다. 2011년부터 신림동과 봉천동에 살기 시작하면서 점집 밀집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 지역은 점보는 장소면서 무속인들의 실거주지로, 신림동과 봉천동은 현재 무속인들의 집단 거주지가 되었다. 서울에서 이 동네만큼 좁은 구역에 점..
담을 넘는 연구자: 기후위기 시대의 학문과 공부에 대한 생각 news letter No.824 2024/4/2 “연구는 사실 대화이며, 대화는 얼마나 많은 목소리를 가진 존재들이 참여하고 있느냐에 따라 항상 다양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1) #1 지난 주말에 강화도의 심도학사에서 1박 2일에 걸쳐 진행된 시민강좌에 참여했다. 거기서 나는 〈생명 세계를 살아가는 감각〉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 강의했고, 그 밖에도 주최 측이 마련한 장미 명상, 콩세알 농장에서 두부 만들기 등 소박하면서도 진지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속한 여남은 명의 사람들이 깊이 있는 경험을 함께 만들어 간 시간이었다. 이날의 강의에서 나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잊/..
사형제도의 조건에 대하여 news letter No.823 2024/3/26 사형은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합법적으로 살해할 수 있는 제도이다. 사회적으로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는 사람을 죽임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중범죄로 인하여 사회구성원들이 받은 상처를 보상하거나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은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하나의 근거이다. 아직 사형제도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있는 한편 여기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회도 있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사형제도 존폐에 관한 설문조사를 보면 유지 의견이 79.6%, 폐지 의견은 20.4%였다. 세계적으로 사형제도 폐지가 대세인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의 정서는 여전히 유지 쪽에 쏠려 있다. 지금까지 사형제도 폐지 근거가 여럿 제시된 바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