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의 영혼, 물체의 활력 news letter No.681 2021/6/8 근대 서구 철학과 사상에서는 대체로 이 세계에서 인간만을 능동적 행위자로 조명하고, 비인간 동물이나 식물 등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 법칙을 따르는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생물에 대해서도 그러한데, 사물의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약동하는 생명에 비해, 순전히 물리적 법칙을 따르는 활력 없는 사물은 “죽어있거나 철저히 도구화된 물질”로 여겨질 따름이었다. 그러나 근대 서구사회의 주류 철학과 사상을 비껴나면 사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사물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왔다. 타일러(E. B. Tylor)는 『원시문화』에서 ..
담 쌓기와 토대 희생제의 news letter No.519 2018/4/24 "튀링겐의 전설은 다음과 같이 전한다. 사람들은 리벤슈타인 성을 견고한 난공불락의 성으로 만들기 위해 어미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사왔고, 성벽을 만들 때 그 속에 아이를 집어넣었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는데,석공들이 일할 동안 아이는 케이크를 먹고 있다가 외쳤다. “엄마, 난 엄마가 아직 보여요.” 좀 있다가 아이는 소리쳤다. “엄마, 난 엄마가 아직 조금 보여요.” 석공들이 마지막 돌을 쌓아올렸을 때아이는 울부짖었다. “엄마, 이제는 엄마를 전혀 볼 수 없어요.” E. B. 타일러, 『원시문화』 중에서. 1. 담이 무너졌다. 시골집을 보러 왔다가 첫눈에 반했던, 초록 덩굴식물이 우거져 있던 우리 집 예쁜 담이 무너졌다. 동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