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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신화담론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2011.6.14


(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한국사회 신화담론의 현주소를 살펴보기 위해 2011년 상반기 심포지엄(7.2)의 주제를 "한국사회 신화담론의 어제와 오늘"이라고 잡았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조성된 신화 붐이 한국사회를 강타한지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신화에 대하여 어떤 반응과 태도를 보여주었는가? 신화 붐이 나타나기 이전과 이후, 신화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시선은 어떻게 변했는가? 그 변화는 학문적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신화를 연구하는 종교학은 이와 같은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한마디로 신화 붐 이후 변화된 현실에서 종교학이 신화 연구를 위하여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2000년대 초반 그 당시 신화 붐을 조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던 이윤기씨의 저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출판된 지 수개월 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얼마 후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만든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다. 대중들의 전례 없는 호응이 뒤따랐다. 그리스 신화를 시발로 촉발된 신화에 대한 관심은 점차 소재와 대상을 넓혀 나갔다. 그리스 신화 일변도로 표출되던 신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 각 지역의 신화로 분산되기 시작했던 것도 신화 붐이 가져온 결과였다. 서구 신화 중에서도 그리스 신화에 가려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북구 신화가 새로운 조명을 받았고, 그 외에도 인도 신화, 동아시아 지역의 신화, 아메리카 대륙의 신화 등 다양한 지역의 신화가 출판되었다.

신화서의 출판과 더불어 주목할 만한 현상이 판타지 문학의 유행이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으로 대표되는 판타지 문학은 그리스 신화만큼이나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고, 높은 판매 부수를 기록하였다. 신화적 요소를 다분히 함유하고 있었던 판타지 문학이 한국 사회에서 신화 붐을 형성하는 데 큰 자극제 역할을 담당하였음이 분명하다.

이 시기 신화 붐을 떠올릴 때 반드시 언급하고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신화가 문화콘텐츠 사업의 주요 소재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2000년대는 한국사회에서 문화산업이 본격화한 때이기도 하다. 특히 IT 산업의 성장은 이러한 문화산업의 등장을 뒷받침하였던 주요 기반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신화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활용되었다.

최근 한국사회에 불었던 신화 붐은 신화를 바라보는 종전의 시각에 다음 몇 가지 변화를 초래 하였다. 첫째, 대중적인 수준의 신화담론이 이전보다 매우 진지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종전까지 신화가 모종의 진리를 내재하고 있다는 인식은 주로 학문의 장 안에서 통용되던 태도였다. 대중적인 차원에서는 신화란 단지 사실이나 진실을 결여하고 있는 특정 사태를 수식하는 용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화 붐과 더불어 신화를 현대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내장하고 있는 담론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확산되었다.

둘째, 신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신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욕망도 강화되었다. 200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문화산업의 콘텐츠 가운데 신화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주목을 요한다. 오늘날 신화는 대중들에 의하여 소비의 대상되고 있다.

셋째, 신화 붐은 신화연구 분야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하였다. 신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자가 늘기 시작하였고, 신화 연구 자체를 새로운 방법론으로 채택하는 분야도 증가하였다. 세계 여러 지역의 신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각의 지역학 분야에서 신화가 주요 연구 테마로 채택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신화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예상 외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심지어 특정 분야의 연구자가 자기와 무관한 신화 관련 지식을 마치 상식에 속하는 것처럼 언급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이처럼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사회가 겪어 온 신화에 대한 관심과 태도의 변화를 의미 있는 현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무엇보다도 신화 붐 이전과 이후의 신화담론을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신화 붐 이후 각 분야에서 보여준 새로운 흐름이나 경향성에 대한 검토도 요청된다. 이번 심포지엄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신화 붐 이후 새롭게 조성된 한국사회 신화담론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종교학의 신화 연구가 짊어져야 할 신화학적 과제는 무엇인지 전망하고자 한다.


임현수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temps82@hanafos.com


주요논문으로 <중국 전통시기 <<산해경>>의 비교학적 맥락과 위상>, <신화와 역사의 경계를 넘어서>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 <<근대 한국 종교문화의 재구성>>(공저),<<종교다시읽기>>(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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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년 상반기 심포지엄

▣ 주제: 한국사회 신화 담론의 어제와 오늘

▣ 일시: 2011년 7월 2일(토) 오후 1시 ~ 5시
▣ 장소: 출판문화회관

▣ 발표

제1발표
<한국의 중국신화 연구 동향: 2000년 이후를 중심으로>
발표: 임현수(한국종교문화연구소)

제2발표
<신화와 전통: 한국 무속의 맥락에서>
발표: 구형찬(서울대학교)

제3발표
<신화로 그리는 마음의 지도>
발표: 이창익(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제4발표
<1920-30년대 한국사회의‘신화’개념 형성 및 전개>
발표: 하정현(한국종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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