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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48호-불교 일생의례의 복원과 정립(구미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27. 16:02

불교 일생의례의 복원과 정립

2011.3.8


현재의 한국불교는 가진 자산의 많은 부분을 발현하지 못하고 있다. 성글게 표현하자면 ‘불교문화=불교 유형문화=불교미술’이라는 등식이 지배하는 가운데, 불교 무형문화라 하더라도 문화재 지정이나 문화산업과 관련된 곳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불교문화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자 세계인과 함께 나누어야 할 우선적 가치로 부각시켜야 할 대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정작 중생의 삶 속에서 전승되어온 불교문화는 관심에서 밀려난 채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발로 뛰는 현장연구는 늘 유형의 문화재가 자리한 사찰이었지 사찰 아래의 마을이 아니었고, 불교문화를 전승하는 주체에서도 일반중생은 소외되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형으로 전승되어온 역동적 자산이자 중생과 연계된 불교의 핵심에 놓여 있지만, 체계적인 관심과 접근이 전무했던 대표적인 분야의 하나로 ‘불교 일생의례’를 들 수 있다. 일생의례는 출생에서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을 일회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보고, 중요한 마디마다 치러지는 각종 의례를 말한다. 아울러 탄생 이전이나 사망 후도 연속된 삶의 흐름으로 인정하여 삶의 전후에 놓인 祈子俗ㆍ祭禮 등도 일생의례에 포함시키는 것이 관례이다. 인간은 이전단계에서 다음단계로 끊임없이 변화ㆍ통합되는 가운데 사회적 삶을 영위하게 되며,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고비에 이를 때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심 속에 의례를 치름으로써 원만한 통합을 보장받게 된다.

이처럼 살아가는 동안 중요한 단계마다 치르는 일생의례는 민간 삶의 근간을 이루는 생활양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불자들의 삶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생의례에 대한 불교적 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물론, 이에 대한 역사적 검토조차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바가 없다. 교리적으로 규범화된 의례는 지극히 빈약한 자료만 전할 따름이고, 민간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생활불교는 규범화된 종교적 지침보다는 무수한 현상으로 흩어져 전승되게 마련이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살피는 작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던 것이다.

특히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의 특성은 인간 삶의 ‘사회적 과정’에 의미를 두기보다 무상한 변화로 진행되는 ‘존재론적 과정’을 중시함으로써 중생의 일생의례에 큰 관심을 두지 못하였다. 그 중에서도 삶의 과정 속에서 치르는 의례는 민간의 논리에 따라 의미가 규정되는 데다, 불교에서 마련해놓은 지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민간의 자율에 맡겨왔다. 이에 비해 죽음과 관련된 의례에는 불교의 내세관에 따라 독자적인 사상과 교리가 체계적으로 반영되어 있어 종교적 의미가 의례를 규정하는 의미가 크다. 따라서 불교의 일생의례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사후의례에 집중되어 있을 뿐 총체적 접근은 전무하다. 이는 생전의례와 관련된 불교의 의례기반이 빈약한 점과 더불어, 제도화ㆍ규범화된 의례에 중점을 둠으로써 일생의례가 민간의 역동적인 삶 속에서 전개된다는 점을 간과한 데서 기인한 것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전승기반이 튼실하지 않은 불교 일생의례를 체계적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자료’와 ‘연구관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이다. 먼저, 자료의 측면에서는 경전과 관련문헌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자료 분석이 필요하다. 문헌을 포함하여 다양한 양상으로 흩어져 존재하는 民俗誌ㆍ생활문물ㆍ구술채록 등과 같이 기존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민속불교의 영역에서 불교 일생의례의 다면적 모습을 새롭게 발굴ㆍ분석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연구 관점 및 범위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즉, 의례 자체만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의례주제를 둘러싼 속신ㆍ담론ㆍ작품 등에서부터 주술ㆍ종교적 행위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범위를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의례가 아니라, 의례가 담고 있는 출생ㆍ혼인ㆍ죽음 등의 문제를 그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그것에 대처하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일생의 과정에 대한 불교적 인식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어떠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의례가 탄생되었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교리적으로 마련된 규범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통해 접근할 경우 불교 일생의례의 역사는 얼마든지 복원할 수 있으며, 생동감 있는 의례현장의 양상 역시 포착이 가능하다. 물론 조계종에서 발간한 『통일법요집』에는 평생의례에 대한 의식절차가 마련되어 있어 누구든 불교식으로 의례를 치르고자 하는 이들은 가정에서도 이를 참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의식절차를 갖추어놓는 것만으로는 불교 일생의례의 활성화에 거의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전통자료가 풍성하게 제시됨으로써 다양한 생활의례로 접목될 수 있는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맞는 불교 일생의례의 정립 역시 전통적 양상의 복원 위에서 이루어져야 함은 자명하다. (이 글은 불교학보 55집에 게재예정인 ‘불교 무형문화의 자산과 콘텐츠 가치에 대한 고찰: 사하촌, 불교 일생의례, 불교 세시풍속을 중심으로’의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구미래_

성보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실장 / 동국대학교 강사


futurenine@hanmail.net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는 《한국인의 죽음과 사십구재》, <한국불교 천도재의 중층적 위상>, <‘옷’을 매개로 한
불교 상례

의 의례구조와 특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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