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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각 교구‘사목교서’를 통해 본

한국 천주교회의 현황

2011.2.15


1. 천주교에서는 매년 10월 각 교구별로 다음 해 역점을 둘 사목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이를 반영하여 교구장 사목교서를 작성한다. 밖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천주교는 교구 중심제이기 때문에 한국 천주교회 전체에 적용되는 공동 사목교서를 발표하지 않는다. 소속 본당들에서 이 지침을 반영해 다음 해 사목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새로운 전례력이 시작되는 11월말 이전에는 내용이 확정되어 본당에 전달된다. 다만 전 교구민들에게는 새해 첫날 연두교서 성격으로 발표한다.

2. 교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사목교서에는 대략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매년 새롭게 사목목표를 정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교구들이 일년 단위로 사목목표를 정하고 실천방향을 제시한다. 다른 하나는 사전에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년차별 하위목표로 나눠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방식이다. 수원교구는 전임 교구장 시절부터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일부 교구들은 기념할 만한 일들이 있을 때 기념사업을 위해 한시적으로 다년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사목교서는 현장에서 실효성이 적어 형식적 선언의 성격이 강하다. 교구장이 의지를 가지고 중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자신의 사목방침을 추진하지 않는 한 성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2011년 전국 교구 사목교서의 주제를 볼 때 큰 흐름은 ‘새로운 복음화’와 ‘신앙(영성)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새로운 복음화는 일명 선교(또는 전교)로 비신자들을 가톨릭에 초대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 마디로 선교를 통해 신자를 늘리자는 것이다. 물론 이 복음화에는 기존 신자들의 신앙쇄신(갱신) 노력이 포함된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에 선택된 것으로 사료된다. 또 하나는 천주교의 내적 고민 가운데 하나인 신자들의 소속감, 종교성이 약화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양적 증가(매년 평균 12만-14만명의 새 신자가 생긴다)는 계속되고 있지만 내부에서 미사참석율 감소, 냉담교우수 증가, 신앙의식 약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이에 양적 증가추세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신자들의 소속감, 신앙의식을 강화시켜 내부 결속력을 높이자는 것이 사목목표의 핵심이라 하겠다.

4. 새 복음화를 강조하고 이를 목표로 제시한 교구는 서울 대교구, 대구대교구, 대전교구, 춘천교구, 군종교구, 의정부교구 등이다. 이를 실천하는 전략은 다르지만 이들 교구들은 한결같이 일차 사목목표를 선교에 두고 있다. 나머지 교구들은 신자들의 신앙쇄신을 위해 전례 활성화, 성체 성사의 중요성 및 참여 필요성 강조, 신앙인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자발적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인천, 대구대교구는 각기 교구 설정, 50주년, 100주년을 맞아 부수적으로 기념사업 추진에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수원교구는 장기 사목계획에 따른 올해 세부 추진목표인 청소년 사목에, 안동교구는 다른 교구들과 다르게 환경(생태) 사목에 초점을 두고 있다.

5. 천주교의 2011년 사목교서를 보면 올해는 천주교에서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벌일 것이라 예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천주교에서 선교를 강조하지 않은 해는 없었다. 200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대희년(Great Jubilee)을 정해 지키면서 그 전후로 각 교구마다 적극적인 선교를 다짐하고 천명하는 계획들을 앞 다투어 발표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실상 이것이 실천으로 옮겨지진 않았다. 개인의 모범, 사회봉사를 통한 간접선교 방식을 신자들이 선호하고 또 오랫동안 이렇게 적응돼왔기에 개신교에서와 같은 적극적인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계획, 방향과 무관하게 내부의 신앙의식 약화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모든 교구에서 시급한 과제로 여겨왔기에 이에 주력하는 모습들은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문수_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 9783722@hanafos.com


주요논문으로 <가톨릭 사회복지와 한국의 근대화 : 1784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 천주교회 활동수도회의 현황과

전망>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 <<천주교와 한국 근·현대의 사회문화적 변동>>(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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