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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배낭여행객, 그리고 선교사

2010.1.25


오늘 아침 기독교계에서 발행하는 한 일간지에서 해외선교사의 현황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에 의하면 2010년 12월 31일 현재 한국은 169개국에 22,014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 이 통계는 50개 교단, 177개 선교단체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개별 교회가 파송한 경우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떠난 ‘독립군 선교사’까지 합치면 3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해외선교사 최대 파송국은 미국으로 4만 여명을 파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는 단기선교사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모두 4년 이상 체류하는 장기선교사들이기 때문에 장기선교사의 경우 2-3년 이내에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선교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어느 가이드의 말이 떠올랐다. 작년 이맘때쯤 터키를 잠시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빠듯한 일정으로 지쳐 있던 관광객들을 위해 가이드가 버스 안에서 퀴즈를 내었다. 전 세계 어느 곳을 가든지 반드시 세가지는 있는데 그것들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여행객 중 아무도 시원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는 전 세계 곳곳을 다녀본 자신의 여행 경험에 의한 것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답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중국집이고 둘째는 일본인 배낭여행객이고 셋째는 한국인 선교사라는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이유를 이렇게 덧붙였던 것 같다. 중국인들은 어느 곳으로 이민을 가든지 중국집부터 차려 기반을 잡는다는 것이다. 중국인 특유의 ‘장사꾼 기질’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차이나타운과 화교를 생각해 보니 그럴듯했다. 일본인들은 한 손에 카메라, 한 손에 지도를 가지고 전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배우려는 일본인들의 ‘호기심’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경주나 경복궁만이 아니라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일본인 관광객을 생각해 보니 고개가 끄덕여 졌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와 같은 해외 국가들에 대한 지역학을 공부하려는 일본의 젊은 연구자들은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연구기금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와 연결시켜 보니 더욱 고개가 끄덕여 졌다.

그러면 한국의 경우는? 그는 이 대목에서는 특별한 이유는 대지 않고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고만 했다. 여행객들은 재미있다는듯 한바탕 웃고는 넘어 갔다. 그런데 나의 경우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한 동안 이 이야기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물론 동아시아 3국의 ‘국민성’ 혹은 ‘민족성’을 비교하는듯한 가이드의 이야기는 주관적 인상에 근거한 ‘여행가의 비교’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면서 내칠 수 있다. 특히 비교 작업에 대한 냉철한 성찰을 요청하는 최근의 ‘비교이론’에 의하면 말이다. 그렇지만 가이드가 던진 퀴즈는 3국이 각기 다른 코스를 걸었던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에 대해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한국 개신교의 해외선교 ‘열정과 욕망’에 대한 심층적 탐구를 요청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프간 사태’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백투 예루살렘(Back to Jerusalem)’이라는 ‘신화’와 ‘땅 밟기’라는 ‘의례’를 통해 무한 질주하는 한국 개신교, 이러한 ‘현상’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요청하는 것은 아닐까?


이진구_

본 연구소 연구실장 jilee80@dreamwiz.com

최근논문으로 <최근 한국사회의 종교정당 출현과 그 의미>, <현대 한국종교의 정치참여 형태와 그 특성>등이 있고,

주요저서로 <<현대사회에서 종교권력,무엇이 문제인가>>,<<아메리카나이제이션>>(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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