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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26호-‘신화’개념의 형성문제(하정현)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26. 16:17

‘신화’개념의 형성문제

2010.10.5


올해도 개천절을 맞이하여 곳곳에서 기념행사들이 있었다. 정부에서는 4342주년 개천절을 맞이하여 세종문화회관에서 단군의 ‘개국’을 경축하였고, 현정회 주관으로 사직동 단군성전과 사직공원에서는 “개천절 대제전” 그리고 강화도 마니산에서는 “2010 강화개천대제” 등이 열렸다. 우선 정부 주관하의 기념식에서는 “하늘이 열리고 땅이 숨쉬는 사람이 이로운 나라”라고 쓰여진 무대를 배경으로, 국무총리 일행이 한 쪽 통로로 입장하면서 경축식이 시작되었다. 국민의례 후 개국기원 소개가 있었는데, 국사편찬위원장은 단군왕검의 개국은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국가임을 천명하고, 개천절 제정 경위와 의의를 소개하면서 올바른 역사인식의 필요성 등을 역설했다.

개천이라는 말을 엄밀히 따진다면 천신인 환인의 뜻을 받아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신시를 열어 홍익인간의 대업을 시작한 날일 것이다. 이날 기념식을 통틀어 볼 때 환웅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고 다만 단군왕검의 개국이라는 사건에 집중하여 ‘개국의 날’을 기념하는데 충실했다.『삼국유사』고조선조를 보면 개국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이야기의 후반부에 해당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환인의 아들 환웅이 언급되는 神異한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개국 경위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고 최초의 국가 성립이라는 역사적 사실만을 강조한 셈이다.

단군이야기의 경우처럼 한 집단에 전승되어온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신화와 역사로 나뉘어 어느 한 부분만 부각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개국신화의 일반적인 성격도 한 몫을 하겠지만 그보다는 우리사회에 신화 개념의 형성 경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에 필자는 언제 어떤 계기에서 옛 이야기들 중 어떤 것들만을 골라 신화라고 했는지, 또 단군이야기를 단군신화라고 부르게 되면서 파생된 문제들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신화라는 말이 우리사회에 보편적 용어로 정착되는 데에는 서구와 일본에서의 신화 개념이 동시에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스어 미토스를 어원으로하는 myth의 개념은 근대 서구의 낭만주의와 민족주의 흐름에서 탄생된 것이다. 왜 그 당시 서구에서 옛 이야기들에 주목하게 되었으며 그 중에 어떤 이야기들이 어떤 이유에서 myth라고 묶여졌는지. 또 일본에 myth의 개념이 유입되면서 어떤 이야기들이 神話라고 지칭하게 되었는지 등의 문제들은 우리사회에서 신화라는 용어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같은 신화의 개념 형성 문제만이 아니라 ‘신화와 역사’의 문제도 서구의 경우보다는 일본의 천황가의 신성한 기원을 천명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을 바탕으로 한 일본적 神話認識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서구의 myth와 일본의 神話는 그 용례에서 좀 다르게 전개되었다. 한국의 경우 일본의 神話 개념 및 용례에 영향을 받은 바, 이번 발표(10월 16일 한종연 월례포럼)에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신화라는 말이 단군이야기와 결합되면서 한국사회에서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는 현실을 짚고 넘어갈 것이다.

이렇게 서구에 뿌리를 둔 용어이지만 당시 일본의 문화적 맥락에서 재구축된 용어가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필자는 이같이 근대 서구학문 도입 당시 일본에서 재형성된 학술 개념어들을 올곧게 이해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신화의 개념 문제를 작은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이 글은 10월 16일(토)에 있을 월례포럼 발표의 요지입니다.

하정현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jhha797@naver.com


주요 논문으로 < 근대 한국신화학의 태동-단군 담론을 중심으로>, <신화와 신이, 그리고 역사>,<삼국유사 텍스트에
있어 신이-

신화-역사>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신화와 역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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