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제5차 종교문화탐방기

-천도교 화악산 수도원을 다녀와서-

2010.10.12


토요일(9일) 이른 아침 천도교 화악산 수도원을 가기위해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지라 사당에서 출발하는 팀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출발하는 팀이 나뉘어 이동하게 되었다.

<<초가을 날씨라고 하기에는 약간은 좀 무더운 날씨지만, 드높은 하늘과 산하를 휘감는 단풍의 물결은 가을의 본색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날이었다. 불어오는 가을 바람 만큼이나 시원스럽게 뚫린 고속도로를 두어 시간 달려 ‘천도교 화악산 수련원’ 앞에 도착하였다. 사당역에서 출발한 팀이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도착할거라는 소식에 우리는 화악산 아래 수도원 연락 사무소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연락사무소라는 것이 동네 조금만 가게여서 ‘천도교 수도원 연락사무소’라는 간판을 보기 전에는 그 곳의 정체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주변의 정취와 어울려 한적한 풍경을 보여주는 연락사무소 역시, 이번 답사의 또 다른 풍경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더욱이 연락사무소에서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시는 수도원장님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겉으로 보기에 수도원장님이라고 보이지 않는 ‘전태흘’ 원장님은 이곳 ‘천도교 화악산 수도원’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원이 생겨난 이래로 40여년 동안 수도원의 원장으로서 수도원 살림을 모두 맡고 계신다고 한다. 그러기에 원장님께서 말씀해주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수도원의 과거와 현재였다.

이렇게 원장님과의 환담을 나누고 있을 무렵 뒤늦게 사당에서 출발한 버스가 도착하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수도원장님을 선두로 모두 도보로 수련원까지 이동하였다. 화악산 정상에 세워져 있는 수도원은 약 40여분을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수도원이 세워진 것은 포덕111(1970)년 초라고 한다. 자료집에 따르면 평안북도에서 태어난 성절당(誠節堂) 권태화 내수도가 80세의 고령을 무릅쓰고 경주, 대전, 보문산 등지를 답사하고 수도원 장소를 물색한 후 이곳에 수도원을 세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만만치 않은 산길을 올라 도착한 수도원은 뒤로는 산으로 둘러 쌓여 안정감을 주었고 앞으로는 화악산 기슭이 한 눈에 들어오는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수도원은 각천정(覺天亭)이라는 수도원 초기 건물과 봉황대(鳳凰臺)라는 신관 그리고 강당과 권태화여사의 유언에 의해 지어진 팔각정 그리고 청수를 뜨는 것으로 보이는 궁을이 새겨진 우물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정이 늦어진 관계로 모든 인원이 도착한 후 서둘러 점심식사를 마치고 계획된 일정을 진행하였다. 천도교 교화관장인 정정숙 관장의 천도교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민족정신을 담고 발생한 동학이 전신인 천도교는 의암 손병희에 이르러 그 교세가 300만에 이르는 한국의 대표 종교였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자체적으로 10만에 그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10만도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답사의 참가자들은 이러한 천도교의 쇠퇴에 짐짓 의아함을 표시했다. 300만이라는 교세는 당시로서는 실로 엄청난 교세였는데, ‘왜 현재에 이르러서는 교세가 줄어들었는가?’ 이러한 물음에 정정숙 관장은 천도교와 함께한 대한민국의 수난의 역사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또 내부적인 원인도 있었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정정숙 관장은 최근 들어 천도교의 수련프로그램의 브렌드화와 강좌 등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천도교의 외적인 부흥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였다.

다음으로는 이번 답사의 중요한 프로그램인 수도체험이 이어졌다. 그에 앞서 약 2주 전부터 수도를 하고 계신 천도교 신자 오문환 교수의 수도체험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오문환 교수는 천도교의 수도가 요가와 같은 육체적인 수도가 아니라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의 21자 주문중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를 연거푸 외우는 것으로 수도를 한다고 설명하였다. 실제로 수도 체험에 들어가서 수도를 해본 결과 주문을 중심으로 한 수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하기 그지없는 수도가 어떤 효과를 나타낸단 말인가? 정정숙 관장의 말에 의하면, 실제로 주문만을 외우는 수도가 많은 효과를 나타낸다고 이야기 한다. 물론 과거의 궁을 부적으로 태워 마시고 수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문만으로 온전히 치병을 할 수 있는가? 관장은 모든 사람이 주문을 외운다고 치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주문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주문을 통해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주문 수도를 통한 효과를 본다고 설명하였다. 실제로 오문환 교수도 수도를 통해 장이 많이 좋아졌다고 이야기 하였다.

물론 짧은 수도 체험으로 천도교에서 주장하는 수도의 효과를 체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화악산으로 둘러싸인 수도원의 주변 환경과 신자들의 치병에 대한 절실함이 그들로 하여금 치병의 신비를 경험케 하지는 않을까? 더욱이 삶의 엄청난 스트레스로 찌든 현대인들에게 만성질병이라는 익숙함 대신 청정한 공기와 정성을 다하는 마음의 낯설음이 그들의 찌든 삶을 깨끗이 씻어 내지는 않을까? 결국 세속의 익숙함으로부터 멀어지는 순간 현대인들은 삶의 엄청난 무게를 내려놓게 되고 이는 삶의 생명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답사를 마치게 되었다.

도태수_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과정 memendo@paran.com


석사학위논문으로 <라이온 킹의 영웅신화 구조와 이데올로기 비판>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