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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24호-핵가족사회 추석의 미래는(김호덕)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26. 16:14

핵가족사회 추석의 미래는

2010.9.21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유난히도 무덥고 태풍마저 잦아 참으로 견디기가 어려운 여름이었다. 그래도 계절의 순환은 쉬는 법이 없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도는가 싶더니 어느새 추석이 다가왔다. 아무리 바쁜 일이 많아도, 또 오가는 길이 아무리 오래 걸리고 힘들어도, 어떻게든 고향에는 다녀와야 사람 노릇이 되니, 귀향 채비에 마음이 바빠진다. 필자 뿐 아니라 한국사람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추석이면 온 국민이 저마다의 고향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으로 흩어졌다 돌아오고, 국가에서도 앞뒤 사흘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공식적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게 추석은 설과 더불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명절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설이야 한 해의 매듭을 짓고 새로운 해를 맞는 때이니, 어느 문화권에서든 또 어떤 사회에서든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겠지만, 추석은 생활이 수확과 직결되던 농경사회 특유의 관습임이 분명할진대, 어째서 대부분 사람이 농업 생산 활동과는 무관하게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명절로 취급되고 있는지 그 까닭이 자못 궁금해진다.

설이나, 한식, 동지 등에 비해 추석은 외래문화 내지 외래종교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은 우리 고유의 명절이라 할 수 있다 흔히 ‘한가위’로 일컫는 추석의 유래에 대해서는, 고구려의 동맹(東盟)이나 부여의 영고(迎鼓)와 비슷한 삼한의 시월제(十月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수서(隨書)』 「동이전(東夷傳)」 신라조(新羅條)의 “8월 15일이면 왕이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 활을 쏘게 하여 잘 쏜 자에게는 상으로 말이나 포목을 준다.”라고 한 기사나, 『삼국사기(三國史記)』 권1「신라본기(新羅本紀)」1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9년조의 “왕이 육부(六部)를 정한 후 이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각 부내(部內)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여 편을 짜고, 7월 16일부터 날마다 육부의 마당에 모여 길쌈을 했는데 밤늦게야 일을 파하게 하고 8월 보름에 이르러 그 공(功)의 다소를 살펴 지는 편은 음식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 사례하고 모두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하였으니 이를 가배(嘉俳)라 한다.”고 한 기록을 근거로, 처음 한반도 남동쪽의 신라에서 시작되었다가 이후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민족의 큰 명절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견해인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사회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작아지고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이 벼농사와 전혀 무관한 비농업 인구로서 도시에 거주하는 오늘날에는, 추석의 의미와 기능이 퇴색하여 명절로서의 중요성 또한 약화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추석연휴에 관광지나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로 인해 비행기에 빈 좌석이 없다는 보도가 이미 여러해 전부터 거르지 않고 나오는 것을 보면, 이러한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추석이면 ‘민족대이동’이라는 말 그대로 아직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귀성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명절로서 추석의 위세가 아직도 강하게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물론, 산업화와 인구의 도시 집중이 지난 3,40 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 현재 도시인 중 다수가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므로, 이들의 고향과 농경문화에 대한 향수로 인해 추석이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쉽게 설명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추석 기간 동안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하는 인구보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다는 통계를 생각해 보면 이것만으로는 시원스러운 답이 되지는 못할 듯하다. 오히려, 현재는 핵가족 속에서 생활하지만 성장기를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 아래서 보낸 세대의, 친족집단과의 만남에 대한 욕구 내지 의무감이 최대 명절로서 추석을 지탱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설명이 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도 앞으로는 설득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가구당 1,2명의 자녀 생산이 수십 년 간 계속되었으니 앞으로 2,30년만 지나도 사촌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친족집단이 현저히 약화될 것인데, 부계 친척이 없는 세대가 다수가 되는 그때에도 추석이 최대의 명절로 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아 있다면 어떤 의미가 부여될 것인가. 어쩌면 명절로서의 기능은 아예 사라지고 가을철 놀러가기 좋은 휴일로만 남게 되지는 않을까?

김호덕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serkha12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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