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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사상과 궁극적 실재의 문제

2010.8.31


한국은 다종교문화를 대표하는 나라다. 반만년의 역사에 걸쳐 수많은 종교가 유입되어 일부는 나름의 자취를 남기기도하고 일부는 현재까지도 활동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유(儒)불(佛)도(道) 삼교(三敎)가 있으며, 근대 이후에는 서양으로부터 기독교를 비롯한 많은 종교들이 들어왔다. 오늘날에는 종교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 각국의 종교들이 한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혹자는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인이 지닌 종교적 성향이 특별히 강해서 그렇다는 평도 있다. 이 점은 해외 동포들의 경우에도 종교에 편향되어 있는 현상에서도 잘 찾아볼 수 있다. 아무튼 한국인의 심성은 종교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연관을 가진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겠다.

필자는 이러한 한국인의 종교심성이 다양한 종교 전통 안에서도 잘 발휘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의 한국종교는 한국인이 종교라는 옷을 입고 활동하고 있는 문화의 장이라는 점에서 한국적인 특징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종교의 언어를 통하여 인간과 세계를 말하고 있으며, 그 종교 언어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고유한 사고방식이 내재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가 착안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특히 한국종교의 사상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주제가 바로 ‘궁극적 실재(ultimate reality)’에 대한 관념이다.

이 궁극적 실재의 문제는 모든 종교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고, 어떤 종교의 성격을 파악하는데도 유효한 틀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욕구와 관심에서부터 출발하여 만나게 되는 어떤 궁극적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로부터 모든 삶의 방식을 규정하고자 하는 데서 우리는 보다 인간적인 종교를 만나게 된다. 필자는 그동안 한국의 전통종교로부터 현대 신종교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궁극적 실재의 양상과 사상적인 체계를 살펴보는 것이 한국종교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주요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한국인의 종교사상적 원형에 관해서는 한국의 자연환경과 종교사상의 역사적인 전개를 살펴볼 때 ‘선(仙)’의 개념에 주목하여 그 논리와 관점을 추적하여 찾아보았다.

구체적으로 한국불교의 경우 궁극적 실재의 문제는 ‘심체(心體)’에 대한 이해로 나타난다. 주요 인물인 원효와 지눌에 있어서 이러한 심체는 각각 일심과 진심, 진여생멸과 돈오점수, 지관쌍운(止觀雙運)과 정혜쌍수(定慧雙修)로 표현되고 있다.

한국 유교에 있어서 궁극적 실재는 ‘천(天)’ 혹은 ‘태극(太極)’의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고대 유교의 천 관념과 그 역사적 전개에 있어서 한국유교는 천과 태극을 한국인의 고유한 시각에서 심화시키고 발전시켰다. 특히, 조선조 유교사에 있어서 성리학과 실학의 인물들이 다루고 있는 천과 태극은 이법적인 측면과 인격적인 측면에서 서로 대조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천주교는 조선 후기에 유입된 서학에서 비롯되며, 특히 외세의 힘이 아닌 한국에서의 자발적인 신앙운동이라는데 특징이 있다. 이를 주도하였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광암 이벽이다. 광암 이벽은 궁극적 실재인 천주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적인 천주교를 설파하여 그 독창성과 깊이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 근대의 신종교는 당시에 무력해진 전통종교를 비판하고 위압적인 서양종교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준 각성된 민중의 자발적인 종교운동이었다. 특히, 최수운과 강증산은 궁극적 실재에 대한 인격적인 측면의 해석으로 한국 신종교사상의 고유한 체계를 세웠다.

이상과 같은 이해에 기반을 하여 본서에서 필자가 시도하고 있는 한국종교사상의 서술은 바로 한국인의 심성으로 종교읽기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모토에 걸맞게 종교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사상의 가치를 밝히고자 하는데 주력하고자 한 것이다.

*이 글은 뉴스레터 편집자의 요청에 따라 《한국의 종교사상-궁극적 실재의 제문제》(2010. 문사철)의 저자 서문을 토대로 가필 수정한 것이다.

이경원_

한국종교학회 감사, 한국신종교학회 총무이사, 대진대 대순종학과 교수

leegw@daejin.ac.kr

주요저서로 <<일본정신의 풍경>>,<<종교와 역사>>,<<주요저서로『한국철학사상가 연구』,『새로 쓰는 동학』,『동방사상과

인문정신』,『한국철학사』등의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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