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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종교’문화유산 등록제 무엇이 문제일까
2009.12.22
수년전 대전 소재 신종교 단체에 일이 있어 갔던 적이 있다. 대전 소재 신종교 단체의 몇몇 건축물을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 하는데 자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외부 전문위원으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전문위원, 대전시 담당 공무원들과 수차례 답사하면서 실측도하고 여러 가지를 논의 했다. 그 뒤 여러 건조물과 몇몇 시설이 근대문화재로 등록되었고, 2008년에는 주요 건조물에 대한 실측조사가 완료되어 문화재청에서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일반(지정)문화재(국보, 보물, 사적, 명승, 문화재자료 등)와 근대(등록)문화재는 많이 다르다. 일반문화재는 원형보존이 근본 목적이라 개보수 자체가 어렵지만, 근대 등록문화재는 외형은 유지하되 속 내용은 실생활에 편하도록 바꾸어도 된다. 엄청나게 큰 차이다. 국가 예산 지원도 규모가 다르다. 하지만 그 내용은 같다. 1000년 된 문화재와 50년(절대 기준은 아니란다) 정도 된 문화재가 정말 그렇게 다른 것일까? 실로 오래된 건조물은 거의 없다. 다 새로 만든 것이다. 전통사찰 대부분이 주요 전각 빼고는 다 새로 만든 것이다. 문화재법상 불법 건축물이다. 그럼에도 그냥 눈감고 넘어간다. 문화재청의 정책 무원칙과 미술사, 건축사 연구자들의 합작이다.
근대문화유산 보존은 1990년대에 주로 근현대 문예인사들 관련 건조물(집필, 거주, 설계 등)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발의, 2001년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여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주로 건조물, 시설물 중심이었으나 2005년 재개정을 거쳐 역사유적, 생활문화자산, 동산문화재 등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되었다. 여론이 비등하여 개정하였으나 일단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차량, 비행기, 태극기, 영화필름 등도 등록되었다. 그러나 아직 등록문화재 대상 확충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2009년 5월 현재 등록문화재는 432건이다. 이중 건축시설물만 370건(86%)이다. 건축물 중 종교관련 등록문화재는 50여 건이다. 적지 않은 비중이다. 종교별로 보면 불교 1개, 개신교 20여 개, 천주교 20여 개, 성공회 1개, 신종교 5-6개, 유교 및 기타(사당, 재실, 숭모전 등) 5-6 개 등이다. 불교나 유교는 어지간하면 법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되니 그렇고, 신종교는 건축양식의 순수성(?) 부족이나 모방 성격 탓에(사실 세인의 백안시와 무관심이 더 크다) 가치가 떨어진다 하니 그러려니 싶다. 결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는 대상으론 주로 개항 이후 50-60년대까지의 기독교 건축물만 남게 된다. 물론 사적, 시도유형문화재, 시도기념물, 문화재자료 등 지정문화재에서도 이런 현상은 거의 동일하다(문화재정책상 국보나 보물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근현대종교사의 실체가 그러하니(종교연령?) 당연하다 하겠으나, 기독교의 경우에도 일반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의 혼선이 또한 심각하다 하겠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신교 인구가 크게 들어난 1995년과 비교해 볼 때 20세 이하의 연령대와 30-50세의 연령대에서 개신교 인구 비율 감소가 크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가장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연령대와 그 자녀들의 연령대에서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개신교 인구 감소가 가속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건조물이라는 껍데기 이야기고, 문화재정책의 근본 문제는 따로 있다. 선정의 기준은 차치하더라도 그 건물에 묻어 있는 삶의 향이 등록 문화재 지정보고서(실측 기록화 보고서)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움막, 초가삼간, 토굴, 심지어 동굴과 바위 등에는 구도자들의 치열했던 수행과 기도의 냄새가 배어 있다. 근대 모더니즘 계열의 건축물, 강화도 성당, 운니동 수운회관, 명동성당, 정동교회에도 다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향기가 배어 있다. 그것을 빼놓고 건조물만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 될는지? 그것도 근대 등록문화재라는 딱지를 붙여 놓고 건물 외형은 절대 유지하되 내부는 편의에 따라 적당히 바꿔도 된다고 한다. 물론 이는 건축학자들의 책임은 아니다.
종교학자들이나 교학 신학자, 교단 인사들은 반성해야 한다. 국가기관의 무책임과 건축학자들의 이런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그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 부동산 속에는 역사가 있고, 기도와 의례가 있고, 각종 성물이 있고, 살았던 사람들의 다양한 숨결이 있다고, 그를 증표할 표시라도 해야 한다고, 보고서에 그것을 담아야 한다고 발언해야 한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이 종교 시설에 서린 향과 사람이 사라지면, 건축물로만 남는다면, 우린 어떻게 한국종교사를 쓸 것인가? 종교건조물의 역사만 남지 않을지. 게다가 앞으로 미래에 창조될 소설이나 연극이나 영화에서 그 건조물 속의 사람 얘기가 없다면 그들은 무엇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 것인가?
얼마 전 <근대문화유산 종교건축물 일제조사보고서>(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단국대산학협력단 건축도시기술연구소, 2009.6)가 발간되었다. 이 보고서는 향후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대상 164개소에 대한 사전 조사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물질적 종교문화유산’을 부동산(구조물), 동산(전례물품, 비전례 물품, 교회역사자료)으로, ‘비물질적 종교문화유산’을 구비와 구전, 동작과 전례로 나누고 있다. 나름대로 좋은 분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사 대상을 부동산(건축물)에 국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건축학 연구자들이라 스스로 한정한 것이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종교학자들은 이런 작업에 무관심한 것인지, 기회가 없는 것인지, 여러 분야 연구자들이 함께 종교 시설의 겉과 속을 같이 조사하는 공동연구의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이 또한 안타깝다.
진철승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jcs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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