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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낭만주의적 이해에 재 뿌리는 신화학 논의
- 링컨의 <<신화 이론화하기>>의 출간을 축하하며-
2009.9.15
현재 종교학을 대표하는 학자 링컨의 <<신화 이론화하기>>가 번역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종교학계 신화이해에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엘리아데’와 ‘조셉 캠밸’의 신화 이해와는 다른 시각에서 신화를, 그리고 신화에 대한 설명을 반성적으로 고찰하는 새로운 이론적 자원이 우리 학계에 추가된 것이다. 링컨의 이 책은 신화를 ‘서사형식으로서의 이데올로기’로 보면서 그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링컨은 신화학 이론들을 통해서 학문과 시대 상황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하는 모델을 정교화시킨다. 그는 패러다임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학자들이 공유했던 ‘이론적 신화’의 형성을 밝히는 방식으로 역사적 상황과 이론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을 진척시킨다. 이 책의 머리말, 제2부, 에필로그를 관통하는 중심적인 주제는 ‘아리아인 가설’(현재의 인도-유럽인 가설)이라는 이데올로기적인 이론 구성물의 형성이다. 낭만주의 이후 많은 학자들이 이 담론의 바탕 위에서 작업하였다는 점에서 민족주의와 결부된 역사적인 조건과 관계를 가진다. 링컨은 이 틀을 바탕으로 학자들의 구체적인 개념과 자료 분석이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을 갖는지를 탐구한다. 이러한 주제의식을 탐구하는 그의 연구는 신화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었던 그리스, 낭만주의와 신화연구가 결합하여 아리안 신화를 형성하는 종교학사 초기, 그리고 현대 종교학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옛날에 번역자 김윤성 선생님한테 신화에 대한 양극단의 이해를 가르칠 때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한 주는 엘리아데를 가르치고 한 주는 롤랑 바르트를 가르치는데, 완전히 다른 두 신화 개념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조화시켜서 가르칠 수 있을까?” 이 고민에 대한 링컨의 대답는 명확하다. 조화는 있을 수 없으며 ‘엘리아데냐 바르트냐’라는 양자택일이 있을 뿐이다. 링컨의 길은 후자이다. 신화는 “서사 형식으로 된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하는 링컨은 엘리아데의 개념을 버리고 바르트 식의 이데올로기적인 신화 개념을 택하는 길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엘리아데의 학문을 특징짓는 결점이 실제적이고 심각하다”는 뼈아픈 실토에서 확연해진다. 그는 엘리아데의 신화연구가 이데올로기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평가한 것이다. 링컨의 초기 저작에서는 엘리아데의 영향이 보인다.(예를 들면 <<고치에서 날아오르기(Emerging from the Chrysalis)>>) 하지만 본격적으로 자신의 학문 세계를 만들어가면서 그는 신화의 분류 체계적 속성, 정치적 담론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쪽으로 꾸준히 작업해왔다. 그러한 그의 입장이 <<신화 이론화하기>>에 잘 정리되어 있으며, 또한 신화와 관련해서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음을 보여준다.
방원일_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박사과정 bhang813@empal.com
주요논문으로 혼합현상을 이론화하기: 한국 개신교 의례의 정착과정을 중심으로, 한국 크리스마스 전사前史, 1884~1945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자리 잡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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