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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소득세 과세와 '레미제라블'
2013.1.15
최근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이 대중문화계를 강타하고 있다. 더불어 이 작품의 배경인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 ‘실패한 혁명’과 ‘가난한 민중들의 비참한 현실’이 오늘 우리의 자화상으로 감정 이입된 탓으로 보인다. ‘레미제라블’은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내가 비참한 사람이요, 자신이 장발장이라는 것이다.
1789년 발생한 프랑스 대혁명은 앙시앵 레짐(ancien rgime) 즉 타도의 대상이었던 이전의 구체제가 혁명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봉건적 신분 제도의 모순은 왕과 귀족만이 아니었다. 혁명 당시 제1신분은 성직자들이었다. 당시 성직자들은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는 유일한 계급이었으며, 총인구 2,700만 명 중 0.37%인 10만 명 정도였던 그들이 소유한 토지는 전 국토의 1/10 이상이었다. 물론, 혁명 이후 교회의 재산은 대부분 국가에 귀속되었다.
프랑스 혁명이 발생한 지 22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의 현실을 보자.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의하면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종교에 종사하는 종교인 수는 불교 49,408명 개신교 95,596명 가톨릭 14,597명 등 총 364,79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종교시설의 경우 90,508개소다. 한편 헌금액수 규모는 2006년 기준으로 6조2천100억 원으로 2012년의 경우 1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종교인 및 종교단체가 소유한 자산 규모는 파악이 되지 않는다. 다만 앞에서 소개한 종교시설과 128개의 종립대학, 1,246개의 각종 학교, 169개의 의료기관 그리고 520개의 종교언론사 그 외 각종 단체의 현황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으며 법 앞에서 모든 국민이 평등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국민에게 납세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소득세법에 의해서도 목회자, 승려, 신부 등 종교인의 소득은 면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 동안 정부와 종교인들은 이 같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해 왔다는 의미다. 1995년 3월 제정된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몇 가지 특례 사항 외 모든 국민과 단체는 이 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단체는 지금도 명의신탁을 하고 있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 과세를 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서 2005년부터 시행되었다. 하지만 국회는 종교 목적 외의 부동산마저 종부세 특례화를 인정해 주었다. 2007년의 일이다.
건국이후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법을 초월했던 종교인 및 종교단체가 이제 법질서 안으로 조금씩 들어올 전망이다. 그 동안 국민개세주의 등 원론적인 문제만 언급하던 기획재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표명하는 등 실무진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종교인 과세 논란이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6년 5월, 필자가 대표로 있었던 종교자유실천시민연대가 “종교인 소득세 탈세방지” 서명운동에 참여한 3,859명의 시민들과 함께 당시 국세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지 7년만이다,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정부는 조속히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문제의 결론을 내려주었으면 한다.
종교인이 소득세를 납부하면 우선 심각해지고 있는 소득 양극화를 푸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 봉급소득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해소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한편, 저소득 종교인들의 경우 소득세를 신고함으로써 의료보험 수가 인하 그리고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받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불투명했던 종교계의 회계 투명성 확보와 함께, 이 땅의 '마지막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계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평등한 법 적용의 초석이 될 것이다.
종교인들이 소득세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종교 목적 외의 영리사업과 부동산 취득 그리고 명의신탁 등 법률을 위반하거나 특혜를 주는 사안에 대해서도 하나씩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종교법인법(가칭)` 같은 종교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은 비영리법인에 각종 세제상의 혜택과 함께 최소한의 의무사항도 규정하고 있는데 사립학교법, 의료법, 사회복지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유독 종교 관련 법인에만 관련법이 없다.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은 종교인들이 소득세를 내는 것을 계기로 바로잡아야 한다.
김상구_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
shfluid@hanmail.net
저서로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예수평전>>,<<범재 김규흥과 3.1혁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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