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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매서운‘종교문화비평’을 다짐하며

 

                -본 연구소 2013년도 총회를 마치고-


 

2013.1.22

 


우리사회 곳곳에서 지금 협동조합과 같은 새로운 대안사회를 모색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누구나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학의 대중화 현장에 가서 보면, 인문학의 본질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담아 더불어 살게 하는 인문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인문학들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작 인문학을 통한 자기성찰이나 인간연대는 고사하고 자기 힐링이나 자기 개발을 지향하는 이기적인 인문학만 통용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심지어 가장 인문학적인 종교문화마저도 비종교적인 세속문화보다 더 이기적인 이해에 물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종교인이나 종교단체의 윤리문제가 사회이슈로 부상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종교권력을 얻으려고 금품을 뿌리고 교회와 사찰을 신도의 머리수로 헤아려 사고파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인간의 자기성찰 시간까지도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고귀한 정신을 상품화시키고 있는 세상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순수한 인문학을 지향하는 본 연구소와 같은 곳이 우리 사회에 살아남기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모두가 회원 선생님들의 성원 덕분입니다.

과거 세속 물결에 휩쓸렸던 한국종교는 이미 정치화되고 황금만능주의에 병들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종교의 성장시대를 지나면서 지금 한국종교는 중산층 종교로 정착하여 점차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는 종교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을 주도한 카리스마적인 1세대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안정기를 관리해야하는 2세대들이 바통을 받아가는 과도기입니다. 그런 가운데 많은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종교는 본래의 자기 영역인 정신문화적인 힘이 절대 필요한 때입니다. 사회정치적이고 물신적인 힘만으로는 계속 존속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러한 종교의 기능은 종교이외에도 다른 기관이 언제든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종교는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현존하는 여러 종교집단들이 그대로 계속 존속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을 것입니다.

 

본 연구소는 현재 종교문화의 비평을 통해 종교계와 일반 사회를 매개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여 팽개친 종교를 종교문화의 비평을 통해 공적인 영역의 종교문화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사회에서 관심가지지 않는 종교라는 중요한 문화자산을 정리하고 다듬는 유일한 민간 연구소입니다. 보다 인간적인 삶의 방식을 발굴하여 대중에게 제공하는, 작지만 강한 실천력 있는 연구단체로 굳건히 지향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종교문화나 종교문제에 대해 더 매서운 종교문화비평을 행함으로써 우리사회에 건전한 종교문화가 창달되도록 힘껏 노력할 것입니다. 본 연구소는 이러한 기조아래 2012년을 결산하고 2013년도 사업계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지난 토요일(1/19) 연구소 회의실에서 작년도 결산과 올해 사업계획을 심의 확정하는 2013년도 총회를 5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잘 마쳤습니다. 모두가 여러 선생님의 성원 덕분에 20여년 존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시장만능의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와 삶을 보존하려는 인문학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을 우리 스스로가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회원 선생님들의 후원과 참여가 없었더라면 연구소가 결코 여기까지 올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거듭 감사를 드리며 보다 더 겸손한 자리에서 또 한해를 시작하겠습니다.

 

매월 월례포럼, 상하반기 심포지엄, 종교문화비평학술지 발간 등 기존 학술활동은 어느 때보다도 우리 연구소의 ‘종교문화에 대한 비평’이라는 정체성을 잘 유지하면서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상반기 심포지엄에서 ‘한국 근대종교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근대사회의 형성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근대종교의 생성과정을 면밀히 검토하였고, 하반기 심포지엄에서 ‘종교와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로 종교와 젠더, 종교와 여성과 같은 기존의 통속적인 주제를 넘어서서 성에 관련한 담론들을 종교와 관련하여 정리했다는 것은 종교연구의 의제설정을 넘어서서 인문학의 영역확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외에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과 조선후기 ‘민의 종교’에 대한 전문가 포럼을 행한 것이라든지, 베트남의 사회과학원 종교연구소와 양국의 종교연구를 위한 상호 교류를 협약한 것은 본 연구소가 일본 중국을 넘어서서 해외 학술교류의 물골을 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기획 출판하고자했던 종교문화총서 5종(‘종교와 죽음의례’, ‘종교와 신화담론’, ‘종교와 동물’, 종교다시읽기III, 종교학의 기초)은 원고 수합과정에서 약간의 차질이 있었지만 올해 출판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학술사업에 비하여 학문의 사회적 소통을 위한 대중 학술사업은 좀 미진했던 것 같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생동하는 종교문화에 대한 시평과 평론을 담은 ‘종교문화 다시 읽기’ 주간 뉴스레터는 매주 끊임없이 발간되었습니다만 아직도 고정 필자들이 정착되지 않아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없으며, 종교문화에 대한 대중 인식을 고양하기 위한 ‘학술 연찬회’나 신앙대중의 종교문화교육을 겸하는 ‘종교문화체험 탐방행사’도 시행 횟수나 대중적 성과 관리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효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총회의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 드리겠습니다.

본 연구소는 올 상반기에는 희수(喜壽)를 맞이하는 ‘정진홍 선생님의 학문세계’를 집중 조명하면서, 연구소 초기부터 관여하신 선생님과 관련하여 연구소의 학적 위상과 정체성을 다시 점검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감각의 종교학’이라는 제하에 연구소 여성 선생님만으로 팀을 구성하여 새로운 연구영역을 탐색해볼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요청받고 있는 일이지만 한국사에서의 ‘종교와 과학’의 역사를 대중적 책으로 편찬하는 사업과 한국종교사 서술을 위한 ‘한국종교사 자료집’을 집성하는 작업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또 연구사업의 다양화를 위해서 소규모 학술모임을 활성화시키고 학문후세대를 위해서 ‘종교문화총서’ 발간 사업에 더욱 힘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본 연구소 사업에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총회 회원 선생님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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