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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248호- 2012년도 종교 관련 판례의 동향(민경식)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3. 2. 20. 17:54

 

                 2012년도 종교 관련 판례의 동향


2013.2.5

 


각종 사회문제에 대하여 유권적 사법기관이 내린 법적 판단인 판례는 그 당시의 시대상황을 비춰주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바, 이 점에 있어 종교 관련 판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종교분쟁이 제기되었다. 그 중 일부는 종교단체 내부의 치리기관에 의하여 처리되었고, 또 다른 일부는 헌법재판소와 법원 등 국가 사법기관의 재판에 회부되어 판결을 받았거나 지금도 소송계속 중에 있다. 2012년도의 종교 관련 판례 중 대표적인 몇 개를 선별하여, 그 판결요지와 그 전제가 된 문제가 갖는 종교적 · 사회적 의미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종교인에 대한 과세 문제이다. 한겨레 신문사가 국세청장을 상대로 종교인의 납세자료의 공개를 청구한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은「국세청장이 최근 2년간 종교인의 소득세납부 현황과 최근 2년간 국세청에 소득 신고한 종교인 가운데 연소득 1억원이상인 종교인에 관한 정보 등에 대한 공개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일부 승소 판결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의 이 판결은 종교인에 대한 과세문제를 다룬 첫 사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종교인과세 논란은 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대부분의 종교인이 탈세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용인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되었고, 역대 정부도 여러 차례에 걸쳐 국민개세주의를 근거로 종교인 과세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한겨레신문사의 이 청구사건은 그동안 언론기관, 시민단체 그리고 종교계 내부에서 꾸준히 주장되어 온 종교인 과세의 공론화에 적지 아니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2013.1.24.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각하판결을 내렸다. 한 때 현안으로 부상하였던 종교인 과세의 입법화는 이명박 정부가 종교인 소득 과세방침을 세웠다가 이를 유보함으로써,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게 되었다.

둘째, 사찰에서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이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천은사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사건에서「사찰 내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단순히 경내 도로만 통과해도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통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이다」라고 판결하였다. 시민문화단체들은 2007년부터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부당징수 반대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으며, 문화재관람료 반환소송도 여러 건 제기된 바 있다. 천은사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사건도 이러한 운동과 무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판결에 대해 조계종문화재사찰위원회는 즉각 문화재보호법의 입법취지와 지리산관광도로의 개설경위 및 이용자들의 이용목적 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기독교계에서는 사찰의 문화재관람료를 불교계에 대한 정부의 간접보조금으로 이해하면서 불교계가 지나치게 정부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사찰의 문화재관람료문제는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와 정교의 분리의 원칙 등을 고려하여 다층면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셋째, 외국인의 종교적 보호 문제이다. 법원은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과 통일교로 개종한 수단인의 종교적 난민지위인정신청 그리고 나이지리아인의 성적 소수자(동성애자)임을 이유로 한 난민지위인정신청을 받아들였다. 또한 인도네시아 국적의 무슬림인 근로자가 순대를 제조하는 사업장 배치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사건은 피진정사업장인 식품회사가 조사과정에서 자진해서 사업장 변경에 동의함으로써 차별의 소지가 해소되었다. 우리나라는 1992.12.3. 난민의 지위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하였으나, 그동안 난민 인정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해 2.10. 난민등의지위와처우에관한법률(난민법)이 제정되면서, 난민정책이 적극적으로 전환되었다. 난민인권센터에 의하면 지난 해 난민지위심사신청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종교를 이유로 한 난민신청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교적 난민신청자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도로서 개종한 사람들이라는 점은 우리나라에서의 무슬림인구의 증가현상과 그 흐름을 같이 한다고 보여진다.

넷째, 임산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충돌하는 낙태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는「임산부의 자기낙태와 임산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시술한 조산사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결정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되면서 규정된 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최고 사법기관이 내린 최초의 헙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특히 낙태 천국이라 할 정도로 낙태처벌 규정이 사문화되다시피 한 현실에 대하여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그러나 이 결정에 대하여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톨릭교회와 그동안 낙태근절을 위해 노력해온 시민단체 등은 당연한 결정으로 환영하는 반면, 여성단체연합 등 여성시민단체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1명의 재판관이 공석인 가운데 4명의 합헌의견과 4명의 반대의견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찬반 논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섯째,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과 대체복무제의 도입 문제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하여 2004년과 2011년에 합헌으로 판결한 후, 이를 변경한 바 없다. 때문에 법 이론적으로 판단하면 동법 위반자를 처벌하는 것이 옳으나, 현실은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과 향토예비군훈련을 거부하는 자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태도도 일관적이지 못하다. 이들에게 곧바로 실형을 선고하는 법원이 있는가 하면, 직접 혹은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법원도 있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는 세 번째로 병역법 조항의 위헌여부를 심판하기 위해 지금도 심리 중이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국제적 인권으로서 UN 등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에 이를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을 계속 권고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선거공약으로 채택되는 국내 사정이나 럽인권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종전 판례를 변경한 국외 사정 등을 두루 고려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과 그들을 위한 대체복무제의 도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법정 안 밖에서 앞으로도 한 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지난 해에는 종교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의 철학, 그리고 종교분쟁을 해결하는 기관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2012.7. 대법관 임명에 앞서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당시 김 신 대법관 후보자가 과거 재판의 진행과 판결 및 외부발언에서 기독교에 치우친 언행을 보였다고 하여, 그의 이른바 종교편향 행위가 종교계와 정치권에서 크게 논란된 바 있다. 이 과정을 통하여 법관은 종교적 중립성에 입각하여 재판하여야 한다는 자명한 사법철학이 재확인되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12.7.20.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을 법원연계조정기관으로 선정함으로써, 앞으로 화해중재원이 교회와 교인들 사이의 분쟁을 사전에 조정하는 중추적인 기구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 법원연계조정제도는 법원으로부터 회부받은 조정사건을 분쟁의 성격에 맞는 외부 분쟁조정기관으로 하여금 신속하게 조정하도록 하는 제도로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화해중재원 등 5개 기관을 법원연계조정기관으로 지정하였다.


 

 

민경식_
중앙대학교
ksmin@cau.ac.kr
주요 논문으로 <서독기본법에 있어서의 사회화에 관한 연구>, <헌법제정권력이론의 역사적 발전>, <일본헌법에 있어서의 정교분리>, <메이지헌법에서의 국가와 종교>, <헌법은 어떻게 종교간 공존을 보장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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