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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그리스도교와 한국 개신교회의 이면 보기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제10차 부산 총회를 앞두고


 

 

2013.8.27

 

 

I.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제10차 총회가 2013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WCC는 2012년 1월 기준으로 140개국에서 347개의 개신교 교단들과 정교회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회원 교단에 속한 신자 수는 약 5억 8천만에 달하는 세계적 교회연합기구이다. 한국에서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4개 교단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에큐메니칼 협의체로 참여하고 있다. 부산 총회는 1961년 뉴델리에서 열린 제3차 총회에 이어 두 번째로 아시아에서 열리는 총회이다. 이번 총회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이다. 7년 만에 열리는 행사로 약 7,000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세계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축제다.

WCC가 부산을 총회 개최지로 확정하면서 부여했던 의미가 몇 가지가 있다. 한국이 피선교국에서 선교국으로 전환된 대표적인 국가라는 것, 한국이 제1세계와 제3세계의 중간에 있어 중간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평화통일 문제를 다시 주목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총회 개회까지 두어 달 조금 더 남아 있는데, 모두가 기뻐하는 축제로 총회가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WCC 안팎의 여건과 한국교회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내 보수 개신교회가 부산 총회를 개최를 반대하고 있고, 한국준비위원회를 둘러싼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나오는 불협화음 때문이다. 도대체 왜 그런가? 전환기에 놓여 있는 세계 그리스도교와 한국 개신교의 정황 그 이면을 조금 들여다보자.

 

II. 먼저 세계 그리스도교의 지형이 급격하게 변하는 현실이다. 몇 백 년 동안 서구 중심으로 고착되어 온 세계 그리스도교의 지형은 지난 20세기 중반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유럽과 북미 백인 중심의 그리스도교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의 그리스도교, 속칭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그리스도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유럽과 북미의 주류 교단과 교회의 약화와, 글로벌 사우스의 상대적인 교세 급성장으로 인해, 개신교인의 숫자를 보면 이미 글로벌 사우스가 다수이다. 역사상 처음 비백인 개신교인이 다수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가 더 강화되고 있다. 원래부터 다양한 교회와 교단들의 모임인 WCC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으며 이를 존중해 왔다.

하지만 거칠게 이야기하면 WCC 안에는 두 가지 다른 흐름이 있다. 하나는 전통적으로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를 중심으로 교회의 교리적 일치나 연합에 더 관심을 갖고 흐름으로 동방교회를 비롯해 유럽의 교회 다수의 경향이다. 이와 달리 ‘삶과 사역’(Life and Work)은 사회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해 그리스도교의 참여와 봉사에 초점을 둔다. ‘교회 일치나 연합’에 관심을 갖는 유럽과 북미 교회에 비해, 글로벌 사우스 교회는 식민시대의 경험을 기반으로 여전히 현실적인 당면 문제로서 ‘정의’와 ‘평화’에 관심을 집중한다. 유럽과 북미 교회 중심의 교회 일치에 관심 갖는 보수파와, 글로벌 사우스의 진보파의 뚜렷한 자기 목소리가 WCC나 에큐메니칼 현장에서 자주 나타난다. 이번 총회 주제 역시 정교회가 중시하는 ‘교회 연합’과 글로벌 사우스가 강조하는 ‘정의와 평화’라는 제안된 주 주제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있었으며, 후자의 주제를 기도문 형식으로 조율해서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유럽과 북미 중심의 지도력이 이들이 가진 재정 능력과 더불어 지금까지 WCC의 주인 노릇을 해 왔다면, 지금은 기존의 상황이 바뀌는 전환기이다. 한국 개신교회는 WCC의 재정 능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보수적 목소리와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지난 50년간 급속히 성장해 온 한국교회는 글로벌 사우스로 분류된다. 현재 세계 그리스도교 지형을 볼 때, 글로벌 사우스에서 지역교회가 스스로 경제적 역량을 가지고 국제적인 행사를 치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교회가 한국 개신교회일 것이다. 물론 한국 교회의 정체와 쇠퇴를 고려할 때,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20년 짧으면 10년으로 예측된다. 부산 총회는 전환기에서 선 세계 그리스도교의 앞날을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며, 한국 개신교회는 그 방향키의 머리에 서 있는 것이다.

 

III. 그런데 왜 그런 위상과 역량을 가진 한국 개신교회가 이렇게 시끄러운가? 현재 한국 개신교회가 직면한 지형 변화의 위기감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에 가입한 비교적 진보적 개신교부터 비NCCK에 속한 보수적 개신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NCCK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통합, 이하 예장 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이하 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 대한성공회, 한국구세군,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한국정교회대교구, 기독교한국루터회가 회원교단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이중 앞의 네 개 교단이 WCC 회원교단이다. 이와 다른 보수 개신교회가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 이하 WEA)에 가입해 있다. WCC 부산 총회에 이어, WEA는 2014년에 한국에서 총회를 개최한다. WCC가 교단이나 교파별로 참여한다면, WEA는 개인별로 참여한다. 외국의 경우 상당수가 WCC와 WEA에 중복 가입되어 있으며, 이번 WCC 부산 총회에 WEA 지도 인사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교회연합운동이나 일치운동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WCC와 WEA의 두 흐름에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인 두 교단인, 예장 통합과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이하 예장 합동)이 각기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 두 교단이 한국 개신교의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거칠게 말하면 이 둘을 기준으로 한국 개신교에서 에큐메니칼 진영과 반에큐메니칼 진영이 나뉜다. 전자에 예장 통합, 기장, 기감, 대한성공회 등이, 후자에 예장 합동을 비롯한 다른 교단들이다. 하지만 세계 그리스도교의 잣대를 적용한다면, 한국 개신교회 대부분은 보수적이거나 근본주의적 신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WCC 부산 총회는 한국 개신교에서 예장 통합과 예장 합동의 오래된 경쟁 관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 개신교의 60-70%의 지분을 지니고 있는 이 두 교단이 갈라진 공식적인 원인이 에큐메니칼 운동, 즉 WCC에 가입하는 문제였다. 예장 통합은 WCC 부산 총회를 유치하는 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예장 합동이 반에큐메니칼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WCC를 반대하는 데에는 이런 역사적 뿌리가 있다.

그렇지만 WCC에 대한 국내 보수 개신교의 반대는 그 외에 다양한 요인들이 함께 엮여있다. WCC를 반대하는 군소 교단의 합종연횡을 통한 교세 성장이나, 특정 목회자가 WCC를 반대하면서 교단 내에서 세력 확장의 기회로 삼는 정치적 야심, 정통 교단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주변 교단이 주류 보수 교단으로부터 인정받으려고 하는 시도들까지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 그런데 신앙적 지향점이 다른 교단이나 교회가 치루는 행사에 일반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는 것에 비해, 이번 부산 총회에 대한 ‘결사적인’ 반대에는 이런 이유 외에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한국 개신교회의 생존 문제다.

이미 한국 개신교회는 정체기를 지나 쇠퇴기에 들어서 있다. 많은 교회들이 교인 감소뿐만 아니라 재정 감소까지 직면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고 새로운 경제활동 인구의 충원이 없는 상황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교회의 재정 악화를 가져왔다. 매년 10-20%씩 줄어드는 재정 규모의 감소가 가져올 결과는 끔찍하다. 이미 과도한 교회 건축으로 인해 교회 재정이 한계 상태에 도달한 교회들이 수를 셀 수 없으며, 매물이나 경매로 나온 교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은 소형교회나 대형교회 할 것 없이 모두가 겪고 있다.

한국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교회가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을 때, 교인들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교회가 교인들을 구속할 수 있는 강제력을 발휘할 수 없는 오늘날, 교인들은 자유로운 교회 선택권을 갖고서 언제라도 교회를 옮기거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실제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교회들에서 그런 사례들이 늘 일어나고 있다. 기울어가는 개별 교회에서 탈출하는 교인들이 교회나 개신교를 떠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교회를 선택하게 된다. 이 선택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교회나 교단의 ‘브랜드’다. 현재 한국 개신교회에서 상대적으로 조직과 구조에서 타 교단보다 우월하며, 교단 소속 목회자나 개별교회의 경제적 안정 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그나마 나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교단이 ‘예장 통합’이다. 교인이 줄어들고 개별 교회의 생존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버틴 교회나 교단이 그나마 남은 교인을 독식하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경쟁 교단이나 교회의 브랜드를 비하하는 방법은, 올바르지 않는 신앙과 신학을 가르치는 교회나 교단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특정 교단이나 교회를 정통에서 벗어났다고, 이단과 관련이 있다고, 또는 이단이라고, 심하게는 아예 적그리스도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현재 WCC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WCC는 종교다원주의이며 공산주의를 용인하기 때문에 이단이라는 것이다. 이단 주장을 수용하는 WCC에 가입교단은 자연스럽게 이단적으로 규정된다. 개별 교회에서는 교인들을 향해서 WCC와 관련된 교회를 가서는 안된다는 선언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이단과 정통 논쟁을 통해 교인들의 이탈을 막고 개별 교회나 교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교단 정치를 밝은 목회자들은 탁월한 CEO다. 현재 한국 교회의 위기 상황을 알고 자신들의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술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니. WCC 부산 총회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한국 사회나 한국 교회 상황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한국 개신교는 교단별로 쇠퇴해 가는 속도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치킨 게임의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한 생존을 위한 투쟁의 한 가운데 WCC 부산 총회가 놓여 있는 것이다.

 

IV. 그렇다면 같은 WCC 가입 교단인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불협화음과 잡음은 왜 나오는가? 현재 한국 개신교의 에큐메니칼 진영에 속한 NCCK와 WCC 회원 교단은 조금 다르다. 전자에는 6개 교단이 소속되어 있지만, 후자에는 예장 통합, 기장, 기감, 성공회이다. WCC 부산 총회는 한국 개신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도권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 그동안 세계 그리스도교 에큐메니칼 운동 현장에서 한국의 대표성을 띠고 활동해온 교단이 기장과 기감이었다. 예장 통합은 예장 합동과 교단이 분열된 이후, 교단 통합을 염두에 두고 상당 기간 동안 WCC 가입과 활동을 자제해왔다. 그 사이에 기장과 기감이 한국 개신교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대표성을 누렸다. 세계 교회 활동에서 선점한 기장과 기감 등의 기존의 에큐메니칼 진영은 그동안 한국 교회 안에서도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도권을 행사해왔다. 교세나 에큐메니칼 인력, 재정적 공헌도에 비해 예장 통합이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주변부에 밀려나 있었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한국 에큐메니칼 진영 안에서 지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예장 통합이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예장 통합이 주도적으로 WCC 부산 총회까지 유치한 것이다.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도권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기존의 예큐메니칼 진영에서는 예장 통합이 이번 WCC 부산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예장 통합의 독주와 대형교회의 목회자와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WCC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와 NCCK 사이의 갈등처럼 나타난 이런 갈등 이면에는, 기존의 주도권을 여전히 유지하려는 원로 그룹을 중심으로 한 흐름과, 풍부한 인력과 재정 능력을 지닌 예장 통합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예장 통합은 이미 WCC를 비롯한 세계 에큐메니칼 기관에 상당수가 자리 잡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아주 풍부한 에큐메니칼 인력 자원을 갖추고, 에큐메니칼 다음 세대를 교육하고 있는 상황이 타 에큐메니칼 운동 그룹에게 즐거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WCC 부산 총회의 성공적 개최 이후에는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을 예장 통합이 완전히 독주하는 것 아니냐하는 우려도 있다. 이렇게 WCC 부산 총회는 한국 에큐메니칼 진영 내부에서는 그 이후 주도권의 문제까지 걸려 있는 것이다. 지금 에큐메니칼 진영 안에는, 에큐메니칼 정신에 따른 협력과 협조를 강조하는 입장과, 현실을 인정하자는 입장과, 이제 제자리 찾아가는 중이라는 입장 등이 함께 얽혀있는 것이다. WCC 부산 총회가 세계 그리스도교에는 축제일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일 수도 있다.

 

V. WCC 제10차 부산총회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총회가 될 것이다. 8년 후에 열릴 다음 총회까지 전체적인 계획과 활동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세계 그리스도교의 판세가 요동을 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진영들은 저마다 앞으로 변화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면 아래서 치열한 토론을 하고 있다. 부산 총회는 그것들이 드러나고 부딪치는 장이 될 것이다. 부산 총회가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WCC의 미래나 심지어 존속 여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부산 총회는 한국 개신교 역시 진보와 보수로 대변되는 두 진영의 주도권 싸움과, 에큐메니칼 진영 안에서 주도권 싸움의 한 가운데 있다.

한국 개신교회 전체에서 벌어지는 주도권 경쟁과, 에큐메니칼 운동 내부에서 벌어지는 주도권 경쟁의 진행과 결과는 흥미로운 종교 현상일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진영 논리’를 주목하고 분석하는 것도 WCC 부산 총회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신재식_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jshin@htus.ac.kr
저서로 <<예수와 다윈의 동행>>,<<종교전쟁>>(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한국개신교의 현재와 미래>, <현대 기독교 신학자들의 종교와 과학 담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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