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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와 정의: 제4세대 통전적 정의론의모색>

 

                                   제2차 심포지엄 참석후기


 


2013.9.10

 

 

지난 주 8월 31일 성공회대학교에서 <종교와 정의: 제4세대 통전적 정의론의 모색>을 주제로 제2차 학술 심포지엄이 있었다. 지난 겨울의 1차 심포지엄에서 유교, 천주교, 불교, 개신교에서의 정의관에 대한 발표가 있었던 것에 이어서, 동학, 가톨릭, 개신교에서의 정의관에 대한 발표와 논평 그리고 종합 토론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3년을 목표로 기획되었던 것이었는데, 한국연구재단에서 1년으로 축소되어 승인되었기에, 2012년 9월에 시작하여 2013년 8월 31일에 연구 기간이 종료되는 것이었다. 3년이 1년으로 줄어서 아쉬움이 많은 프로젝트였지만, 1년간의 연구에서 종교와 정의의 관계에 관하여 많은 것을 성찰하게 되었다. 향후에 1년간의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다시 돌아보면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더욱 체계적인 점검을 할 예정이지만, 현 시점에서 드는 생각은 종교에서 기여한 사회 정의에의 노력들이 한편으로는 인상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의 목표는 각 종교들의 경전과 전통에 나타나는 경제, 정치, 생태 정의에 대한 통전적 이해를 지향하였다. 서양의 정의론이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 21세기 다문화다종교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들을 연결해줄 포괄적 정의론, 곧 제4세대 정의론을 모색하는 데 두었다. 통전적이고 포괄적인 제4세대 정의론의 모색은 현 시대의 화두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가 훌쩍 지난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부정선거와 종북이데올로기 논쟁이 뜨거운 대한민국은 아직도 사회 통합과 더불어 누구에게나 정의로운 사회 건설은 요원한 것 같기도 하다. 제4세대 정의론을 모색하기에 앞서, 현대 서양학자들에 의해 전개된 사회 정의가 3세대에 걸쳐 변화해온 과정 자체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정리해보자면, 제1세대의 정의이념은 17, 18세기 미국, 영국, 프랑스 혁명 및 자본주의의 등장과 관련해 ‘자유’였으며, 시민권과 정치권(자유권과 참정권)이 추구되었다. 19세기 이후부터는 ‘평등’이라는 제2세대의 정의 이념이 등장하였다. 이때 추구되는 권리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사회권)다. 이후에 등장한 제3세대 정의는 연대와 인류애를 이념으로 한다. 제3세대 정의는 집단적으로 실현되는 권리로서 지역사회, 전체국민, 사회, 혹은 국가에 적용되는 권리다. 이러한 제3세대 정의는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전개된 제1세대 정의에 대한 비판적 관점으로부터 발전하였으며 특히 식민주의적이고 환경오염적인 개발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현대의 정의론은 3세대에 걸쳐 등장한 ‘자유’, ‘평등’, ‘인류애’를 중심으로 담론화 되어왔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글로컬(Global+Local)시대의 복합적 문화, 종교, 민족적인 상황에서는 이러한 가치들이 상대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최근 철학과 정치학에서 ‘정의론’이 다시금 대두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라고 하겠다. 종교는 때로 정의와 부정의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 정의를 정립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종교와 정의를 다루는 이번 연구는 인류의 공통 과제인 제4세대 정의론 즉 ‘생태적 정의론’을 포함한 ‘통전적 정의론’을 제시해보고자 하였다.

 

지난 1월에 개최했던 심포지엄에 이어서, 종교와 정의 프로젝트 연구기간 종료일에 개최된 이번 제2차 심포지엄에서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는 학술모임이기도 했다. 연구책임자인 권진관 교수와 신익상 박사 그리고 김혜경 박사가 각자의 연구결과를 발표하였고, 한신대 강원돈 교수와 전철 박사 그리고 강선남 박사가 논평을 하였다.

 

권진관 교수는 <동학과 천도교의 정의 이해>라는 제목 하에 동학혁명이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 일어난 홍수전의 대평천국의 난과 달리 난이 아니었으며, 역동적인 사회변혁 운동으로 전개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퇴계나 율곡도 노예제 폐지를 생각지도 못하는 등 시대적 한계와 정태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음에 비하여, 최제우는 그러한 한계를 넘어서 민중들의 가슴에 다가가면서 역동적인 종교운동으로 전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 구현은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논평자 강원돈 교수는 동학의 “존재론”이나 “초월론” 등 다소 난해한 용어에 난색을 표하면서도 동학의 역동적 의미에 천착한 것을 높게 평가하였다. 사회자 김명희 박사는 서양의 정의 범주에 따라서 분석하는 것도 좋지만, 동학 자체의 정의 범주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가를 언급하였다.

 

김혜경 박사는 <세계화 시대의 정의: 공동선 정언명법에 따른 가톨릭 사회정의에 관한 문제>라는 제하에 가톨릭의 정의관이 칸트와 롤즈 등의 근현대 사상가들의 정의관과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오늘날의 사회문제에 주목하는 가운데 전개됨에 주목하였다. 논평자 강선남 박사는 교회 내의 정의 구현에 대한 언급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을 요청하였다. 어떠한 조직이든 그 조직 내부에서 그 조직이 주장하는 이념이 자체적으로 구현되지 않을 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회자 김명희 박사는 가톨릭 교회 전통에서의 정의관이 어떠한 성서적 근거를 갖는가를 구체적으로 밝혔더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하였다.

 

신익상 박사는 불교의 불이(不二) 사상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에 대한 재해석을 통한 정의 구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진정한 정의 구현을 통하여 죽어야 사는 진리를 구현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논평자 전철 박사는 불교의 ‘작용인’ 사유방식과 그리스도교의 ‘목적인’적 사유방식의 창조적 대화의 의의를 높게 평가하였다. 사회자 김명희 박사는 불교의 불이 사상은 관계적 존재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지 않는가 하는 자신의 입장을 언급하였다.

 

1년간의 연구로 각 종교의 정의관을 연구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한계가 크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하여 종교와 정의 연구팀은 정의에 대하여, 특히 통전적 정의에 대하여 보다 심각하고 심층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의 필요성과 더불어 지속적인 연구의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차후 종교와 정의에 대한 유관 연구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이데올로기화한 ‘보수와 진보’라는 양극화된 시각에서가 아니라 냉철한 이성에 의한 ‘합리와 비합리’라는 기준으로 평가되는 정의의 구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우리사회 미래를 그려본다. 특히 정의 구현을 외치는 집권 세력들이 도리어 불의의 세력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외부에 대하여 정의 구현을 외치는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이웃들, 자기 주변의 힘없는 사람들에게 정의를 구현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류제동_
성공회대학교
tvam@naver.com
논문으로 <초기불교에서의 죽음 이해에 대한 한 고찰>, <불교에서의 폭력과 평화> 등이 있고, 저서로 <<하느님과 일심>>, <<화엄세계와 하느님나라>>(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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