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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433호-2016년 국제인지종교학회 컨퍼런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6. 9. 9. 17:45

2016년 국제인지종교학회 컨퍼런스

 

 

 

 

newsletter No.433 2016/8/30

 


 

 

 

 


2016년 국제인지종교학회 컨퍼런스(2016 Conference of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Cognitive Science of Religion)가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2박 3일의 일정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다. 2006년에 설립된 국제인지종교학회는 2년마다 한 번씩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는데, 비교적 소규모로 행해지는 만큼 참석자 모두가 모든 발표와 토론을 빠짐없이 참관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는 여느 해와는 달리 특정한 대표 주제를 채택하는 대신에 두 번의 기조강연을 축으로 하여 네 번의 발표세션, 세 번의 패널토론, 그리고 포스터세션 등을 배치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 글은 컨퍼런스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한 것이다.


1. 기조강연

두 번의 기조강연은 조세프 헨리크 교수(Joseph Henrich, 하버드대학 &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와 크리스틴 레가레 교수(Cristine Legare, 텍사스대학 at 오스틴)가 담당했다.


첫째 날 이루어진 헨리크의 기조강연은 <문화의 진화, 종교, 그리고 인간 사회 규모의 확장>이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이 강연에서 종교적 믿음과 실천이 근원적으로 그 자체로 진화적 적응의 결과가 아니라 진화를 통해 갖춰진 인지체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산물과 같은 것이라는 인지종교학의 표준적인 관점을 지하면서도, 문화적 변이로서의 다양한 종교적 믿음과 실천은 그것들이 지닌 사회심리학적 효과로 인해 문화진화의 과정에서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진화에 영향을 끼치는 인과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그런 문화진화의 과정에서 선택된 도덕적 신의 관념과 같은 특정한 부류의 종교적 표상들이 지난 12,000년간 이루어진 인간 사회 규모의 확장 과정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헨리크는 다양한 사회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최근의 행동과학적 실험, 심리학적 프라이밍 연구의 결과, 세부적인 민족지적 사례들 그리고 민족-역사적 패턴들 등 광범위한 자료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둘째 날 이루어진 레가레의 기조강연 제목은 <문화 학습의 개체발생>이었다. 그 내용은 문화적 다양성의 인지적 기반에 대한 자신의 이론적 주장을 미국과 멜라네시아의 바누아투족에 대한 교차문화적인 실험 및 연구 결과를 통해 해명하면서 이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이러한 연구를 의례(의례적 행동)가 문화적으로 학습되는 심리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과 연결 지음으로써, 사회 집단 인지(social group cognition)의 진화 및 개체발생에 관한 이론과 연구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먼저, 그는 특정한 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는 ‘모방’과 ‘혁신’의 기제를 문화 학습(의례 학습과 도구 학습)의 두 엔진이자 문화 다양성의 기반이라고 보면서 그러한 모방과 혁신이 어떠한 인지적인 제약 아래에서 작동하는지를 체계적인 실험과 다양한 심리학적 증거들을 통해 설명했다. 또 그는 집단생활과 결부된 진화적 적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단 구성원을 식별하고, 집단에 대해 헌신하게 하고, 협동을 가능하게 하고, 집단의 응집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다양한 심리학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사회적 배제와 지위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의례적 행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적 증거를 제시했다.


2. 네 번의 발표세션들.

인간 문화 진화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담은 첫날의 기조강연에 이어진 발표세션은 ‘역사(history)’ 세션과 ‘관점(perspectives)’ 세션이었다.


역사 세션에서는 바이킹시대의 스칸디나비아, 조선시대의 한국, 고대 및 중세의 중국 등의 자료를 통하여 각각 인간의 친사회성 및 협동, 의례적 행위의 의미가 환기되는 인지적 과정, 초자연적 행위자와 도덕성 등의 문제에 접근하는 세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관점 세션에서는 스튜어트 거스리와 로버트 맥컬리 등 인지종교학의 고전적인 관점을 제시했던 학자들이 자신의 최근 연구에 대해 논의하고 소개했다. 거스리는 자신이 제시했던 의인주의(anthropomorphism)적 인지편향에 대한 진전된 연구를 모색했고, 맥컬리는 조현증(schizophrenia)과 종교체험 간의 관련성에 대하여 진행 중인 연구를 소개했다. 이 외에도 ‘무신론’을 대상화하는 관점에 대한 논문과 ‘멘털라이징(타자의 마음에 관해 표상하고 추론하는 능력)’의 관점에서 종교적인 심적 표상에 대해 논의하는 논문이 각각 발표되었다.
체계적인 심리학적 실험과 교차-문화적이고 학제간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한 둘째 날 기조강연 이후의 발표세션은 ‘집중(focus)’ 세션과 ‘비교(comparison)’ 세션이었다.


집중 세션에서는 네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심리적 불안의 상태와 예측 가능한 행동 패턴 사이의 관계를 중복성, 반복성, 엄격성 등 의례적 행동의 세 가지 특성에 따라 실험적으로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논문, 옥스퍼드와 홋카이도에서 행한 인류학적 조사와 심리학적 실험을 근거로 집단 의례의 정서와 친사회성 간의 관계를 해명하려는 논문, 종교인들의 위선적 행동이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는가의 문제를 ST-IAT(Single Target Implicit Association Test)로 측정하여 살펴보는 논문, 힌두-네팔인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종교적 꿈’에서 나타나는 반직관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논문 등이 발표되었다.


비교 세션에서는 5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즉, 트라우마 경험과 종교성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해 미국, 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태국, 터키 등 8개국의 1,626명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비교 실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는 논문, 140명 이상의 유족을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와 57개의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비교 분석을 통해 장례식에서 거행되는 입관식 등 시체안치의례(mortuary ritual)에서 시신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을 시도하는 논문, 경외감(awe)이라는 정서적 상태와 친사회적 행동 간의 관계를 심리학적 실험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논문, 욕망(desire)의 심리적 상태를 모델링하여 욕망 조절하기(modulating)의 측면에서 힌두교 경건주의의 등장과 인도의 종교적 실천의 현저한 형태를 설명하고자 하는 논문, 죽음 불안(death anxiety)과 종교성의 관계에 대한 “곡선가설(죽음 불안의 정도는 매우 종교적이거나 매우 비종교적인 사람들에게서 낮게 나타나고 종교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에게서는 높게 나타날 것이다)”을 100편의 관련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통해 살펴보는 논문 등이 발표되었다.


3. 패널 토론 및 포스터세션

하루에 한 번씩 이루어진 세 번의 패널 토론은 새로운 공동연구 주제를 소개하고 현재까지의 연구 상황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5명으로 구성된 첫째 패널은 ‘종교적 마음(religious minds)’에 대한 연구를 위해 컴퓨터 모델링과 빅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 두 번째 패널은 세 명으로 구성되었는데, 진화론적 관점에서 거대 추적 데이터(big longitudinal data)를 다룰 때 얼마나 강력한 설명력을 갖게 되는지를 다루었다. 여기서는 특히 뉴질랜드에서 2009년에 시작된 20년짜리 ‘태도와 가치’ 연구의 데이터에 의거해 현대사회의 관용과 편견의 형성에 기여하는 종교의 역할을 어떻게 분석할 수 있게 되는지 논의되었다. “종교는 섹시한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진행된 세 번째 패널에서는 5명의 학자들이 나와 진화 메커니즘에서 중요한 성선택과 관련한 인지체계가 ‘종교적 마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소개하고 논의했다. 그 외에도 포스터세션이 마련되어 14편의 다양한 개인연구와 공동연구가 포스터로 전시되었다.


2016년 국제인지종교학회 컨퍼런스는 뉴질랜드, 덴마크, 네덜란드, 미국, 영국, 캐나다, 체코, 한국 등 여러 나라의 학자들이 참가했고 다양한 주제가 다루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간의 친사회성과 도덕성의 진화를 종교와 관련짓는 연구가 많았다는 점, 뇌신경과학보다는 인류학적 조사와 심리학적 실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종교적 마음’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 종교 연구를 위해 빅 데이터나 장기적 연구의 거대 추적 데이터를 다루기 위한 적합한 이론과 방법에 대한 모색이 실제의 연구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점, 인류 문화의 진화와 문화적 다양성 등 문화에 대한 일반적인 주제를 ‘종교적 마음’과 관련지어 논의하는 연구들이 부각되었다는 점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제이슨 슬론(Jason Slone)이라는 학자의 말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인지종교학자들이 ‘적합한 질문’을 던지고 있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반증 가능한 방식으로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으며, 그러한 답변을 뒷받침할 수 있는 풍부한 자료를 다루고 있다면서 자부심을 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구형찬_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주요논문으로 <멍청한 이성: 왜 불합리한 믿음이 자연스러운가>, <‘인간학적 종교연구 2.0’을 위한 시론: ‘표상역학’의 인간학적 자연주의를 참고하며>, <다시 상상하는 마나: 그 역학(力學)과 역학(疫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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