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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종교, 종교-음식: 두 가지의 관점 

 

 

힌두교 '하마 쿰' 페스티벌에서 


제주도의 제사상



 news letter No.467 2017/4/25



조너선 스미스(Jonathan Z. Smith), 그가 우리를 매료(魅了)시키는 때는 언제인가? 그것은 예기치 않았던 연결고리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할 때이다. 그의 “마수”(魔手)에 한번 걸려들면 그의 통찰을 잊어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필자에게는 음식과 경전(經典)과 점(占)치는 것이 멋지게 연결되는 《종교 상상하기》를 읽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났다. 저절로 감탄사! 공부하면서 그런 순간이 오면, 자신도 모르게 공부의 한 계단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조너선 스미스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음식의 영양분을 따진다면 먹을 수 있는 것도 먹지 않는다. 먹을 수 있는 음식재료이지만 안 먹는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음식재료의 선정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일단 선정되면 이제부터 요리는 무한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된다. 처음에는 제한하고, 나중에는 다양화한다. 기본적 요소의 자의적인 축소, 그 바탕 위에 진행되는 무한한 다양화와 정교화의 과정이다. 그런데 경전 및 그에 관한 해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경전에 담기는 것은 이른바 성현(聖賢)의 말씀과 가르침 가운데 자의적으로 축소된 것이다. 즉 경전은 한정하여 만들어진 텍스트이다. 경전에 대한 주석(註釋)은 어떠한가? 그것은 온갖 다양화의 재능을 뽐내며 각축을 벌이는 영역이다. 닫혀있던 경전이 주석 작업을 통해 불꽃 놀이하듯이 폭발하며 확장하는 것이다. 점치는 것도 같다. 점쟁이의 점치는 도구는 제한이 되어 있다. 점쟁이는 한정된 점구(占具)를 가지고 점괘(占卦)를 얻지만, 점괘에 대한 해석은 고객이 드러내는 말, 행동, 분위기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무한 조합을 통해 나온다. 조너선 스미스에 의해 이렇듯 음식은 경전 및 점술과 하나로 엮인다. 



그래함 하비(Graham Harvey), 그가 우리의 눈길을 끄는 때는 언제인가? 그것은 그가 “음식에 대한 관심은 종교 연구에서 하나의 양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중심의 자리를 차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때이다. 그는 자신의 이런 주장에 온통 몰두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에 따르면 음식에 주목함으로써 종교를 새롭게 그리고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무엇을 먹는가? 혹은 먹지 않은가?”, “누구와 먹는가? 혹은 같이 먹지 않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종교를 새롭게 볼 수 있으며, 또한 여태와는 전혀 다른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비는 종교 정의(定義)를 “믿는 것”(believing)이 아니라, “먹는 것”(eating)을 통해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종교의 시작도 “먹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하비는 여태까지 음식 및 먹는 것의 중요성이 종교연구에서 간과된 이유를 유럽 종교 개혁 이후에 부각된 개신교 및 근대국가의 관계에서 찾는다. 개인의 내면성, 지적 신조(信條), 신적 존재의 초월성 등이 강조되면서 인간과 인간 이외의 종(種)이 맺는 연관과 상호성이 소홀하게 간주되었고, 종교-음식의 긴밀한 관계가 뒷전에 묻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종교개혁을 계기로 촉발된 성만찬 논쟁은 성만찬의 떡과 포도주가 “예수의 몸인가?” 아니면 “예수의 몸을 표상 혹은 상징하는가?” 사이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개신교적 관점이 헤게모니를 쥐게 되면서, 표상과 상징을 강조하는 후자의 세력이 강력해졌으며, 그 이면(裏面)의 의미를 알려주는 해석자가 등장하게 되었다. 하비의 주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최근까지 종교학자들이 이들 해석자의 계보를 잇고 있었다는 것이며, 이제 이런 굴레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비는 종교학자가 교리 속에 숨어있는 심층적 의미나 신자 개인의 내면적 종교 경험이 상징하는 바를 알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살아 움직이는 종교를 연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종교적 활동의 목적이 바로 “인간이 살기 위해 인간 이외의 종에 대해 폭력을 저지르지만, 면책(免責)을 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보는 그는 음식이 종교적 행위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비에 따르면 종교연구자는 연구의 초점을 응당 음식을 만들고 먹는 갖가지 행위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종교와 음식은 따로따로 있다가 “와”라는 연결사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불가분리의 관계이다. 그래서 하비는 “음식으로서의 종교”(Religion as foodways)를 주장한다. 



5월 20일에 개최될 심포지엄의 제목은 “종교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종교”이다. 흔히 제시되는 “종교와 음식”이라는 제목보다 양자의 긴밀한 연관성이 강조되어 있다. 유대교, 중세 가톨릭, 불교, 일본 신도, 북미 인디언, 그리고 한국의 불교, 민간신앙, 동학 등의 여덟 분야에서 음식이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관해 흥미로운 내용이 발표될 것이다. 



앞에서 거론된 두 가지의 관점은 음식-종교, 종교-음식의 긴밀한 연관성을 말하는 사례에 불과하다. 이번 한종연 심포지엄에서 이런 관점을 능가하는 훌륭한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한종연이 마련한 학술의 축제에 참여하여 주시길 바란다. 끝으로 흥미진진한 음식-종교를 심포지엄의 주제로 제안해준 임현수 선생께 감사를 드린다. 



장석만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2017년도 상반기 정기심포지엄

 

종교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종교

(Food in Religions, Religions in Food)

 

 

⊙ 일시: 2017년 5월 20일(토) 오전10시~오후5시50분

 

⊙ 장소: 삼경교육센터 5층(서울역 4번출구14번 출구 앞 빌딩)


⊙ 주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 주관: 종교문화비평학회



★ 등록비: 1만원



 

⊙ 발표순서



제1발표

 

제 목: 일본의 마쓰리(祭)와 신찬(神饌) : 이세신궁(伊勢神宮)과 천황의 제사를 중심으로

 

발표자: 박규태(한양대학교)

 

논평자: 김호덕(한국종교문화연구소)



제2발표

 

제 목: 유대교의 희생제의와 음식: 동물의 정결과 피의 금기를 중심으로

 

발표자: 안연희(선문대학교)

 

논평자: 윤성덕(서울대학교)


 

제3발표

 

제 목: 음식, 몸, 물질의 종교

 

발표자: 최화선(한국종교문화연구소)


논평자: 우혜란(한국종교문화연구소)


 

제4발표

 

제 목: 종교적, 정치생태적 존재로서의 북미원주민 연어: 캐나다 프레이저강 스똘로 원주민의 연어

 

발표자: 조경만(목포대학교)

 

논평자: 백영경(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제5발표

 

제 목: 마늘에 담긴 불교사: 음식의 내재적 본질에서 Varna적 함의까지

 

발표자: 공만식(King's College)

 

논평자: 김미숙(동국대학교)

 

 

제6발표

 

제 목: 세상의 이치가 밥 한 그릇에: 수운과 해월의 음식 사상

 

발표자: 차옥숭(한국종교문화연구소)

 

논평자: 김춘성(부산예술대학교)

 

 

제7발표

 

제 목: 한국 민간신앙 의례에서 제물의 의미: 서울 굿을 중심으로

 

발표자: 이용범(안동대학교)

 

논평자: 최진아(한국학중앙연구원)

 

 

제8발표

 

제 목: 한국 불교의례에서 '먹임'과 '먹음'의 의미

 

발표자: 민순의(한국종교문화연구소)

 

논평자: 이성운(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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