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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555호-새해를 맞는 단상(斷想)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9. 1. 1. 20:33

 

새해를 맞는 단상(斷想)


  
 

                       news  letter No.555 2019/1/1                  

 


     

      새해 원단, 누구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무엇인가 달리 새롭게 “시작(始作)”하려 한다. 지난해 우리 연구소도 설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작을 했다. 또 하나의 새해를 맞이했던 것이다.

      과연 무엇이 “새롭게 만들어감=시작(始作)”인가? “시작”을 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나의 계기로서 시작이 특별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새로운 시작은 필요한 일인가? 시작을 위해 가장 좋은 순간은 언제이며, 개인이나 기관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작 행위”는 무엇이 될까?

     시작을 위해 이런 저런 물음을 던져 보았다. 시작이 함의할 수 있는 여러 측면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시작은 단지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과거의 일을 돌이켜 보는 일이 필요하다. 시작이란 “출발”이고 “시원”이자 “계획”이지만 “혁명”이나 “극단”으로 흐르기도 한다. 실로 시작이란 미래를 향한 모든 가능성의 개방이다. 그것은 행동을 지시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틀이고 마음의 형태이고 의식의 문제이다.

    새해 원단에 나의 지난 세월을 반추해보고 앞날을 전망하는 것은 이런 “시작(始作)”에 대한 의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소는 협동을 근거로 한(Co-Operated) 공동체로 태어났다. 특정 종교의 교리나 실천을 근거로 출발하지 않았다. 모든 종교(종교적인 것)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거기서 연원하는 인간의 행위와 지혜와 미래를 상상해 왔다. 그래서 종교 연구는 ‘제2의 휴머니즘’이라고도 생각했다.

     30년이 흐른 지금, 인간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해석과 성찰, 특히 종교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우리 학자들의 책상 앞의 깊은 천착과 현장(현실)에 대한 통찰일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우리 연구소의 학문적 출발과 지금까지 추구해 온 방향은 기본적으로는 옳았다고 믿고 싶다. 우리는 제 길을 가고 있었다. 그것은 항상 새로운 시작이었고 때로는 혁명적이었다고 평가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 활동을 담지(擔持)할 기구는 현실 속에 존재한다. 우리는 특정 종교집단의 지원이나 어떤 사회-정치적 집단을 배경으로 삼지 않았다. 회원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에 의해서만 운영해 왔다. 협동조합적(co-op) 운영을 해 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롭다. 우리의 학문적 자유와 개인의 창의성은 충분히 보장된다. 그 대신 우리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Freedom is not given free). 우리에게는 자유스러움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

     언젠가 이 지면에서 언급한 적 있듯이 우리의 학술 활동은 “돌국 끓이는 솥”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연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식재료와 양념이 필요하다. 차디찬 돌솥 속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차돌위에 부을 따듯한 물 한 그릇, 각양각색의 식재료, 그리고 양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것의 결합이 우리 연구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상은 불특정 종교(종교적인 것)이고 지식(지혜)의 공유방식 역시 열린 소통이다.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의 SNS와 같은 공유방식이다.

    새해를 맞는 우리의 시작은 말 그대로 “시작(始作)”, 출발이고 시원이며, 계획이고 혁명이며, 미래를 향한 새로운 몸짓이다.

      

 


이민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주요 논문으로 <서구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 <학문의 이종교배-왜 불교신학인가>, <불교에서의 인권이란무엇인가?>, <백교회통-교상판석의 근대적 적용> 등이 있고, 역서로《성스러움의 해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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