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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707호-잊혀진 막스 뮐러, 그가 말을 걸어오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1. 12. 10. 14:56

잊혀진 막스 뮐러, 그가 말을 걸어오다

 

 

news letter No.707 2021/12/7




신학과 불교학, 그리고 철학이 교과목·학과명으로 이미 하나의 정체성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 그 학문의 안정성과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종교학을 전공하고자 한다면 이런 선택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막스 뮐러((Friedrich Max Müller, 1823~1900)는 “종교학의 아버지(the father of comparative religion)”로 알려져 있다. 에릭 샤프(Eric Sharpe)는 《종교학- 그 연구의 역사(Comparative Religion: A History, 1975)》에서 1870년 런던의 왕립학술원에서의 뮐러의 기념비적 연설을 종교학의 창립 시기와 일치시키고 있다. 따라서 종교연구자라면 그의 이름을 모를 수 없고, 또 그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종교학계에서 그의 입지는 초라하게 보인다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필자는 얼마 전 막스 뮐러에 대해 연구하면서1) 다양한 기록을 접할 수 있었다.

막스 뮐러에 대해 연구해온 토모코 마스자와(T. Masuzawa)는 2002년, 뮐러에 대한 2권의 책이 출간되었을 때 “100년간의 고독(hundred years of solitude)에 빠졌던 우리 대가의 목소리의 귀환”이라고 그를 반갑게 소환하였다.2) 여기서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100년간의 고독”이라는 표현이었다. 그녀는 막스 뮐러의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00년도에 막스 뮐러를 기념하는 그럴듯한 학술대회나 기념식 하나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존 스톤(Jon R. Stone)은 그의 책에서 오늘날 막스 뮐러는 거의 잊혀졌을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3) 뮐러의 생전의 화려한 명성과 업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리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막스 뮐러에 대한 재발견”의 흐름도 감지된다. 2016년 영국의 괴테학회(The English Goethe Society)는 막스 뮐러의 다양한 학문적 활동에 대한 총 7편의 논문을 싣고 그에 대해 조명한 바 있다.4) 이 학회의 편집 의도에 따르면 인도문화와 그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부상함에 따라 막스 뮐러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한다. 1960년대 이후 서구학계에서 빅토리아 시대와 인도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흥한 데 따른 효과라고 한다.


어쩌면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해야할까? 막스 뮐러에 대한 다양한 비판적 연구들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가 살아생전 공들였던 신화이론이나 종교이론은 대체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근대 종교연구의 제국주의적 성향을 비판해온 데이비드 치데스터(D. Chidester)는 막스 뮐러의 이론이 대부분 틀렸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의 난감함에 대해 토로한 바 있다.5) 그의 종교이론과 신화이론은 사후 엘리아데의 운명과도 같이 혹독한 비판에 휩싸여 영예를 잃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뮐러의 신화이론은 오늘날 따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미래에 하나의 새로운 위대한 종교의 탄생을 기대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속에는 기독교 중심론과 아리안 인종주의, 제국주의적 면모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뮐러에 대한 다양한 비판들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비드 치데스터나 랄프 렉은 뮐러를 ‘허위 보편주의자(false universalist)’라고 비판한다.6) 브람 다트 바티(Brahm Datt Bharti)는 뮐러가 평생 베단티스트적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사실은 기독교제국주의자였다고 혹독하게 비판하기도 했다.7)

그러나 정작 한국의 종교학계에서는 막스 뮐러에 대한 관심을 발견하기 어렵다. 도서관 검색창에 “막스 뮐러”를 넣어 보면, 국내에서 학위논문은 아직 하나도 없으며, 뮐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논문 수도 매우 적다.8) 물론 최근 한국의 연구자들에게서 막스 뮐러에 대한 연구가 나타나고 있다.9) 하지만 그것도 주로 제국주의적 오리엔탈리스트로서의 입장이 조명되면서 비판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그치고 있다.

막스 뮐러의 그 방대한 저작은 국내에서 거의 번역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소설 《독일인의 사랑(Deutsche Liebe)》은 1958년 이덕형에 의해 번역되어 출판되고, 그 후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판본으로 최근까지도 번역·출판되고 있다. 하지만 막스 뮐러의 학술적 저작에 대한 번역물은 국내에서 단 한 권만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종교학입문》(김구산 역, 1995)으로 막스 뮐러의 Introduction to the science of religion(1873)의 번역서이다. 일본에서 막스 뮐러의 《비교종교학》이 난조분유(南條文雄)에 의해 번역된 것은 1907년이었다.

오늘날 뮐러의 이론이 긍정적 평가 일색이 아니라고 해서 그의 업적이 중요하지 않거나 연구할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총론적 관점의 비판은 쉽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치열했던 그의 종교적 문제의식까지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 데이빗 키팅(David Kiting)은 뮐러에게 오리엔탈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넘어 동양의 학자와 협력을 추구한 긍정적 얼굴도 있다고 옹호한다.10) 또 세계평화를 위한 뮐러의 노력과 꿈, 그의 베단타와 브라모사마지협회에 대한 기여를 순수하게 높이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11) 이런 다양한 뮐러의 얼굴에 대한 보다 면밀한 탐구가 앞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막스 뮐러의 글에서는 강렬한 문제의식, 열정, 호기심,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고뇌를 느낄 수 있다. 여러 방면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다양한 평가를 받는 것만큼 그의 학문은 다채로웠고 문제의식도 살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자리에서 정체되고 이미 해답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학문은 생기를 잃을 것이다. 그가 살았던 역동의 세계사와 영국, 그 혼란과 격동의 시간에서 막스 뮐러는 오히려 학문의 동기를 얻었던 것일지 모른다. 막스 뮐러가 ‘유한(finitude)’ 속에서 그토록 찾고 싶었던 ‘무한(infinity)’은 어떤 것이었을까? 우리에게 학문적 열정을 불러일으킬 그 ‘무한’은 무엇인지 그가 말을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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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막스 뮐러-과학적 종교연구의 개척자〉, 《불교평론》 87, 2021;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의 불교인식 - '열반(Nirvana)' 해석을 중심으로〉, 《불교연구》 55, 2021.
2) Tomoko Masuzawa, “Our Master’s Voice: F. Max Müller after a Hundred Years of Solitude”, 2003.
3) J. Stone, The Essential Max Muller: On Language, Mythology, and Religion, 2002.
4) Publications of the English Goethe Society, Volume 85, Issue 2-3, 2016.
5) D. Chidester, Empire and Religion: Imperialism and Comparative Religion, 2014.
6) Ralph Leck, “False Universals and the Science of Religion”, 2020.
7) B. D. Bharti, Max Muller, a lifelong masquerade : the inside story of a secular Christian missionary ....(중략), India: Erabooks, 1992.
8) 정진홍 교수의 연구(1990년)와 류성민 교수의 연구(2009년)가 있다.
9) 「막스 뮐러의 인종주의적 베다 해석과 오리엔탈리즘」(2020); 「외국인의 손에 들어간 베다–성경을 베다로, 베다를 성경으로 뒤바꾼 드노빌리와 막스 뮐러의 사례 분석」(2016) 등.
10) D. Kiting, “Inside Müller’s Workshop”, 2016.
11) Dedryvère, Laurent & Prévost, Stéphanie, “‘A reformed Buddhism[,,,] would help in the distant future to bring about a mutual understanding’”, 2016.

 

 







 


송현주_
순천향대학교 교수
논문으로 <논문으로 <서구 근대불교학의 출현과‘부디즘(Buddhism)’의 창안>,<한용운의 불교·종교담론에 나타난 근대사상의 수용과 재구성>, <근대 한국불교의 종교정체성 인식: 1910-1930년대 불교잡지를 중심으로>등이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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