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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유교문화활성화’ 사업 - 죽은 전통 살리기?

 

news letter No.708 2021/12/14






필자가 한동안 ‘정부의 종교(문화)지원 정책’을 연구과제로 수행하면서 갖은 의문은 바로 정부의 ‘유교문화활성화지원’(2013~) 사업에 관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불교, 개신교, 가톨릭과 같은 전통종교에 투입하고 있는 국고의 가장 큰 부분이 관련 종교문화관광 인프라의 개발·구축·홍보와 그 유지를 위한 것이라면, 유교문화활성화 사업은 유교문화관광 프로그램 운영과 활성화 지원 외에도 유교아카데미 사업과 청소년 인성교육 사업에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문체부의 종교지원정책이 큰 틀에서 전통 종교문화를 고부가가치 관광자원으로 이용하여 지역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에도 벗어나는 것이다. 필자를 더욱 의아하게 만든 것은 정부의 개별 종교 지원사업은 발표되자마자 특혜 논란을 빚으면서 타종교와 시민단체의 견제와 비판 그리고 왕왕 긴 법적 공방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이 다반사인 것과는 달리 유교문화활성화 사업 자체에 대한 공론화는 물론이고 비판적 담론도 – 적어도 공적인 영역에서 –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역의 문화자원이라 할 수 있는 서원과 향교를 꾸준히 지원해왔다. 문체부는 관광정책국 소관의 ‘전통문화체험지원’ 사업을 통해 서원과 향교를 관광진흥기금에서 지원하는 동시에, 이와는 별개로 종무실 업무영역 중 하나인 ‘종교문화활동지원’ 의 명목으로 ‘유교문화활성화지원’을 국고보조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의 하급기관인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지역 문화재 지원사업인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2014~)도 맥락을 같이 한다. 문화재청(문화재활용국 활용정책과)은 지역 문화유산활용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에 많은 예산 – 예, 2019년 140억, 2020년 140억, 2021년 216억 원 - 을 책정하고 있으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s, Bud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과 ‘한국의 서원’(Se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이 각각 2018년과 2019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 이전부터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의 하나로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2017~)과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2014~)을 운영해왔다. 여기서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이란 지역 문화재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개발하여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을 말하며, 대표적인 사업은 2008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생생문화재 사업’으로 문화재청은 해당 사업을 “잠자고 있는 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콘텐츠화하여 문화재가 역사 교육의 장이자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형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체부 종무실 소관의 ‘유교문화활성화’ 사업은 2013년 11월부터 (사)한국관광학회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단에 국고를 지원하여 추진된 사업으로 지역의 향교와 서원의 공간을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하여 ‘건전한’ 유교문화의 보급과 유교문화의 활성화/대중화를 그 목적으로 내걸고 있다. 이 사업의 특징은 문화관광과 교육을 두 축으로 지역별 향교·서원과 연계된 관광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현대적 유교문화 교육콘텐츠를 개발하여 세대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2013년 주요사업은 ‘유교아카데미 운영사업, 향교·서원 문화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원’이었으며, 2014년도는 여기에 청소년인성예절교실 운영이 추가되었다. 2015년부터 관련 예산이 대폭 증가한 것은 종무실이 지원하던 유교 관련 타 유사사업 -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체험연수 운영’, ‘유교문화 기반구축과 국제적 확산’ 등 - 을 ‘활성화 사업’에 통합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그러나 관련 예산은 2019년부터 다시 ‘유교 문화행사 지원’ 사업으로 명칭만 바꿔 편성되고 있다.

한편 유교문화활성화 사업은 한국관광학회라는 유교와 무관한 학술단체가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유림과 성균관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게 되는데, 특히 성균관은 “유교 종단인 성균관과 어떤 협의도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성균관의 종권을 무시하고 종단업무를 국가기관이 침해한 것이다”(글로벌뉴스통신, 2014.03.11.)라는 공문을 문체부를 비롯하여 정부 관련 부처에 보내 깊은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이후 성균관이 해당 사업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2017년부터 이 사업의 시행 주체는 성균관 유교문화활성화 사업단으로 옮겨지는데 사업영역은 문화관광과 교육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큰 차이는 없다. 사업단은 자신들의 사업영역을 아래와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고 있다.


(1) 유교아카데미 사업: 향교·서원 유교아카데미 운영 지원 (27개소/24강좌); 유림 최고 지도자 과정 전국순회 교육 (8개 권역/6강좌),
(2) 청소년 인성교육 사업: 청소년 인성교육 (24개소) 향교·서원 운영 지원,
(3) 문화관광 프로그램: 유교문화관광 프로그램 운영 지원 (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계승세대 육성을 위해 청년 유사(儒士) 양성 교육 포함); 유교문화관광 활성화 (유교 인문학 여행, 유교 국제학술 심포지엄, 유교문화 전시회, 유교문화 대축전 등).

이 중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1) 유교아카데미 사업과 (2) 청소년 인성교육 사업이다. (1) 유교아카데미 사업의 주요 목적으로는 ① 향교·서원의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인문학 진흥, ② 유교 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미래적 가치를 습득하여 문화·교양인 양성이 설정되어 있다. (2) 청소년 인성교육의 경우 ①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방법을 활용하여 인성교육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시간을 마련하고, ②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올바른 가치관과 타인을 배려하는 심성을 배양, ③ 성현의 업적을 배우고, 유교 전통문화를 체험·학습하여 자율성과 책임감을 함양, ④ 올바른 인성과 예절 교육을 통해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민족으로서 자긍심과 정체성 확립이 사업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들 교육사업의 기저에는 유교(문화)가 현대사회의 병폐나 서구식 교육이 가져온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유교(문화)가 현대인과 현대사회에서 순기능을 행사하기 위해서 ‘현대화’는 필수적이며, 이는 사업단의 궁극적 관심사이기도 하다: “본 사업단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한 축인 유교문화가 현대사회에서도 활용되고 기여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에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은 왜 국가가 유교문화의 현대적 해석과 역할/활용에 개입하고 이를 지원해야 하는가이다. 특히 정부가 유교 관련 문화관광산업의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일반시민과 청소년의 교양/교육사업에 서원과 향교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고 이를 뒷받침한다면 그 정당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흥미로운 것은 유교문화활성화 사업과 함께 소위 ‘선비정신’이나 ‘선비문화’가 강조되고 이를 체험하는 문화관광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선비정신은 우수한 문화자원으로 선비는 비판적 지식인의 전형으로 제시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유교문화의 전형적인 이상화(理想化)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유교아카데미 사업이 성인을 대상으로 인문학적 소양/교양을 함양한다는 차원에서 득을 논할 수 있겠으나, 청소년 인성교육 사업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유교/성리학은 조선왕조의 봉건 계급사회를 지탱했던 국가 이데올로기이자 보수적 가족주의를 견고히 하였다면, 이를 민주사회의 미래 구성원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격/인성교육에 활용한다는 것이 적절한가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성교육에서 상하관계에 기초한 예절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복고주의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시간을 초월한 유교문화의 우수성만 강조될 뿐, 비판적 시각은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여기서 우리는 오래전에 ‘죽은’ 종교 전통인 유교를 국가/정부가 지원정책을 통해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되물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유교문화활성화지원’ 사업으로 새롭게 ‘구성된’ 혹은 ‘발명된’ 유교문화의 역할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범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요구되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절차가 생략되었음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필자에게 유교문화활성화 사업은 앞의 사진에서 소녀들이 유생의 강학 장소인 서원에서 일률적으로 남성 복장인 유건을 쓰고, 도포를 입고 소위 선비문화를 체험하는 모습처럼 상당히 비현실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해당 사업을 뒤에서 움직이는 것은 모든 것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고 뚜렷한 경계를 제시했던 유교/성리학에 대한 향수일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에도 빠져본다.

 

 







 


우혜란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으로 <한국 불교계의 ‘마음치유’ 사업과 종교영역의 재편성>, <한국 신종교의 조직구조>, 〈현대사회 성물(聖物)의 유통방식에 대하여>, 공저로는 <한국사회와 종교학>, 〈신자유주의 사회의 종교를 묻는다〉 등이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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