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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우주 관측 시대의 신화적/종교적 상상력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기대

 

news letter No.727 2022/4/26

 



지난 3월 17일, 지구에서 좀 떨어진 바깥 궤도에서 지구와 나란히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의 세 번째 테스트 사진이 공개되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함께 개발하고 운영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작년 12월 25일 발사된 뒤 올해 초 목표 위치인 태양-지구 L2 점(라그랑주 점[Lagrangian Point]은 두 천체의 중력권 사이에서 어떤 사물이 고정 체공할 수 있는 5곳의 위치다. 태양-지구 L2 지점은 지구에서 태양 반대 쪽 150만km 지점이다) 궤도에 안착해 예정된 순서대로 태양-가림막과 주-반사경[18개 육각 거울 세트]을 펼치고 각종 장비를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계속해서 렌즈 초점과 장비 성능을 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2월 초에 공개된 첫 번째 테스트 사진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주가 아닌 자신을 바라보며 주-반사경을 촬영한 셀카 사진이었고, 2월 말에 공개된 두 번째 테스트 사진은 비교적 가까이 256광년 거리에 있는 한 항성을 촬영한 흑백 사진이었다. 달포 전에 공개된 이번 세 번째 테스트 사진은 렌즈 초점을 더욱 가다듬고 스펙트럼 센서 등의 모든 장비를 동원해 좀 더 멀리 2000광년 거리에 있는 또 다른 항성을 촬영한 컬러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과거의 선배인 스피처 우주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 [SST], NASA, 2003~2020)이 같은 항성을 촬영했던 사진보다 수십 배 더 선명했고, 세계는 그 선명한 이미지에 열광했다. 아직 초점과 성능 조정이 끝나지 않은 테스트 사진이 저 정도라면, 모든 조정이 완료되는 5월 이후에 보여주게 될 본격적인 사진들은 과연 얼마나 더 놀라울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미 퇴역했거나 곧 퇴역할 우주망원경들을 계승할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개발하는 데 총 25년의 시간과 12조 원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특히 망원경 제작이 완료된 뒤에도 공식 발사 일정을 몇 년 동안 거듭 번복하며 연기할 정도로 철저한 준비 점검이 이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대기권 바로 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의 일종인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HST], NASA, 1990~2030 종료예상)은 기술자들이 우주선을 타고 가서 수리하고 돌아올 수 있었지만(허블 수리 작업은 총 다섯 번 있었다. 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는 허블 수리 작업이라는 사실적 요소에 우주적 재난 사고라는 허구를 가미한 SF 작품이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35만~40만km)보다 4~5배나 먼 150만km 거리에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수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10년에서 20년 정도의 예상 수명 중에서 주요 미션의 실제 수행 기간은 고작해야 초반 5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그만큼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할 수밖에.

그동안 우주망원경들은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넓고 멀게 확장해 수많은 천체의 놀라운 이미지들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예를 들어, 적외선 망원경인 스피처 우주망원경은 자체 발광체가 아니라서 직접 관측하기 어려웠던 외계 행성들을 촬영해 우리에게 그 실제 모습을 처음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또 스피처 우주망원경 덕분에 우리는 우리 은하 중심부의 두꺼운 가스와 먼지 속을 좀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 결과 둥근 중심부를 지닌 나선은하인 친척 안드로메다 은하와 달리 우리 은하에 대한 추측 이미지는 이제 기다란 중심부를 지닌 막대나선은하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편, 케플러 우주망원경(Keplar Space Telescope [KST], NASA, 2009~2018)은 외계에서 2600개 이상의 지구형 행성을 찾아냈고, 그중 10여 개 행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항성, 행성, 소행성, 퀘이사 등 10억 개 천체들의 위치, 거리, 운동을 측정해온 가이아 우주망원경(GAIA [Global Astrometric Interferometer for Astrophysics] Observatory, ESA, 2013~2024 종료예상) 덕분에 우리는 이제 지구에서 수백 광년 거리 이내의 우주에 관한 현재와 미래의 정교한 3차원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여러 우주망원경 중에서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승계가 특히 절실하고 요긴한 것은 바로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으로 관측 가능한 다양한 천제의 아름답고 경이로운 이미지들을 보여줌으로써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우주망원경이 되었다. 허블 덕분에 100억~120억 년이었던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쯤으로 크게 정정되었고, 허블이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가 우주의 미래를 다양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허블 덕분에, 계산상 가설에 불과했던 블랙홀의 존재가 실제 사실로 입증되었고 (블랙홀이 관측된, 정확히 말해서 영원히 관측 불가능한 블랙홀 대신에 블랙홀 둘레의 빛 궤적이 최초로 관측된 것은 2019년 4월이다. 관측 도구는 지구상의 여러 전파망원경을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한 사건의 지평 망원경), 태양계 외곽에서 새로운 왜소행성들이 속속 발견되었다 (물론 이 때문에 명왕성이 기존의 행성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의 하나로 강등되었다). 무엇보다도 우주의 아주 작은 특정 지점을 집중적으로 꾸준히 관측해 축적한 이미지로 만든 딥 필드 시리즈(Hubble Deep Field [1995], Hubble Untra Deep Field [2004], Hubble Extreme Deep Field [2004])는 허블이 우리에게 보여준 우주 이미지들 중 가장 경이롭다. 그 작디작은 네모 안에 무수하고 빼곡하게 박힌 별들은 극히 일부만 단독 거대항성이고 대부분이 수억에서 수천억 개의 항성계(항성과 행성들)를 거느린 은하들이다.

최근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허블 우주망원경 승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게 한 상징적 사건이 있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세 번째 사진이 공개된 얼마 뒤인 3월 말에, 마치 이를 시샘이라도 하듯 허블 우주망원경은 자신의 기존 관측 기록을 깨고 무려 129억 광년 전의 새로운 항성을 발견해냈다. 인류의 우주 관측 역사상 가장 멀고 가장 오래된 초창기 천체인 이 항성에는 고대 영어로 ‘아침 별’을 뜻하는 ‘어렌델(Erendel)’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아마도 어렌델의 좀 더 선명한 이미지를 촬영하고 정확한 거리와 나이를 측정하는 것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초기 임무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가시광선 위주인 허블과 달리 적외선 위주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제 어렌델을 넘어 훨씬 더 멀고 훨씬 더 오래된 천체들을 관측하게 될 것이다. 이는 머지않아 우리가 빅뱅 직후 불과 2~3억 년 시점에 출현한 가장 최초의 별들을 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기대는 더 있다. 이제 우리는 137억 년에서 138억 년 사이로 아직 1억 년이나 되는 편차로 측정되는 우주의 나이를 수천만에서 수백만 년 편차로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고, 별들의 구성 성분을 분석해 우주의 진화 과정을 파악하며, 가스와 먼지로 가려진 성운 속에서 새로운 별들이 탄생과 성장을 목격하고, 우주의 85%나 차지하는 암흑물질의 정체를 조금이나마 파악하고, 외계 생명체에 대한 좀 더 확실한 증거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듯 예상되는 일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을 비롯한 여러 우주망원경들이 해온 가장 놀라운 일들을 생각하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기대는 가슴을 더욱 벅차오르게 한다. 그 가장 놀라운 일들이란 우주망원경들이 언제나 우리에게 전혀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뜻밖의 새롭고 낯선 것들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다. 우주가 우리를 압도하고 겸손하게 만드는 것은 단지 그 어마어마하게 장구한 시간과 광대한 규모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예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전혀 뜻밖의 새롭고 낯선 것들로 늘 우리를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이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함께 도래할 새로운 우주 관측 시대에, 훨씬 더 오래 전인 인류 초창기부터 우주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로잡아온 신화와 종교의 상상력은 어떻게 다시 가다듬어질지, 또 기존과는 다른 어떤 새로운 상상력이 출현하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김윤성_
한신대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논문으로 <종교학과 문화비평의 관계에 대한 성찰과 전망>, <브루스 링컨의 방법 테제 연구>, <탈가부장적 신화 읽기의 전략들: 텍스트의 해체, 전복, 확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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