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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도 끝이 아닌 것들: ‘거리두기’ 용례와 신화 공부

 

news letter No.729 2022/5/10



바야흐로 변화가 꿈틀대는 시기를 맞이했다. 지난 4월 18일에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모든 조치가 종료됨으로써 운영 시간 제한 및 각종 행사, 집회, 종교활동의 인원 제한이 풀렸다. 2020년 3월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발표한 후 ‘거리두기’라는 말은 우리 사회의 일상 용어로 자리잡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전에도 거리두기라는 말의 용례는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2018년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이 용어를 두고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표현 자체가 구성원 간의 무관심, 소외감, 고립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염려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공간적으로 안전한 거리를 두자는 표현으로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를 제안한다. 또 다른 입장은 거리두기라는 행정 조치로 인해 접촉 제한이 되는 상황에서, 인간적인 것보다 더 큰 세계와 인간이 밀접한 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비인간 특히 동물, 식물 그리고 기계와 연결되어 서로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는 소중한 기회로 여기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격리와 차단의 방역체계로 비감염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의 거리두기가 자영업자들에게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여 곤경을 겪는 부정적인 것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감벤(G. Agamben)의 지적대로 강력한 방역 조치들은 한편으로 권력이 펜데믹을 활용하여 개인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거리두기 조치로 인한 영업 손실을 감당못해 업종 변경의 기로(岐路)에 있거나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중소상공인들의 고통스런 입장은 거리두기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재 거리두기는 해제되었지만 또 다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끝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살펴본 강제적인 조치로 인한 거리두기와는 달리 자발적인 거리두기의 용례가 있다. 연구자들에게는 익숙한 것으로 인식을 위한 거리두기다. 이때 거리두기는 인간 이성으로 연구 대상을 조망(眺望)하는 방법이다. 필자의 관심 주제인 신화학 계보에서도 신화의 어원인 미토스 연구는 그것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통한 이성적 접근으로써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서구 신화학사의 굵은 마디마다 영향을 끼친 플라톤의 미토스 연구가 있다. 그는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와 같은 시인들이 만든 이야기나 유모들의 이야기는 ‘거짓된 미토스’이고, 반면에 《파이돈Phaedo》, 《공화국Republic》에 나오는 그 자신이 만든 이야기는 ‘진실한 미토스’라고 하여 미토스에 양가적 태도를 취했다. 전자의 입장에서 그는 미토스와 로고스를 상반되는 의미로 사용하여 로고스는 진리, 미토스는 거짓된 이야기라고 보았다. 플라톤이 미토스에 대해 두 입장을 오가며 일구이언을 한 셈인데, 이에 대해 다시 그로부터 거리를 두고 조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편 한국 신화학 형성의 단서가 되는 근대 신화학은 18-9세기 ‘서유럽’에서 태동하였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자연신화학파와 영국의 인류학파가 있는데, 이들은 초기 신화학을 이끈 쌍두마차다. 양자는 각각 낭만주의와 계몽적 이성주의의 영향을 받아 대조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서유럽 중심의 신화학을 전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막스 뮐러로 대표되는 전자의 경우 인도-유럽 신화의 원형을 추구하였고, 타일러의 애니미즘은 인류의 정신적 동일성을 상정하였다. 그들의 학문적 상상력에 따른 신화 이론은 민족 담론과 연동하면서 이른바 근대 신화학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잊힌 애니미즘의 경우 최근에 타일러식 애니미즘을 넘어서는 논의가 이미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대성 성찰의 비판적 도구가 될만한 새로운 애니미즘에 대한 조명에 힘입어 근대 신화 개념에 대한 자발적인 거리두기가 절실해진다.

 

 

 







 


하정현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으로 <1920-30년대 한국사회의 '신화'개념의 형성과 전개> , <근대 단군 담론에서 신화 개념의 형성과 파생문제>,〈신화와 신이, 그리고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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