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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818호- 중국 ‘민간종교’에 대한 재고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4. 2. 20. 14:42

중국 민간종교에 대한 재고

 

news letter No.818 2024/2/20

 

 

 

민간종교라는 용어 및 이에 관한 연구를 다시 살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최근 중국의 민간종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그 범주 안에 민간유교1)라는 영역이 자연스럽게 포함될 수 있을까 하는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대륙 중국의 학계는 중요한 연구 영역에 대하여 10, 20년 등 시기를 정하여 연구사를 책이나 논문으로 정리,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혁개방 40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중국종교학 40(1978-2018)(中國社會科學出版社, 2018)2)에서 중국 민간종교 관련 연구사를 다룬 제6장에는 민간유교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은 중국 민간종교 연구사를 정리하는 다른 논문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북경대 철학과 및 종교학과 교수 장즈강(張志剛)과 복단대학 철학과 종교연구소 교수 리텐강(李天綱)은 최근 수년 동안 중국민간종교 및 관련 연구()를 다룬 글을 꾸준히 발표했으나, 민간유교에 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종교학 40의 중국 민간종교 연구사 서술에서 불교와 도교 관련 내용이 풍부하게 언급되는 것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특히 중국 민간종교 연구의 권위자인 마시샤(馬西沙)는 도교와 민간종교라는 학술개념을 타파하고 역사 · 사회 · 생활 등의 본래 상태에서 출발하여 실제적인 면모를 기술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비단 도교와 민간종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래의 의도와는 멀어졌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과정에서 중국 민간종교라는 범주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고, 그럴 만한 실마리들을 조금 발견했기에 두서없이 몇 가지 나열해 보고자 한다. 첫째, 중국종교에 대한 개론서들은 거의 예외 없이 유 · · 도 삼교와 민간종교(popular religion)를 기본 틀로 하고, 이를 역사적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마치 중국종교에 대한 지식은 네 영역에 대한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면 어느 정도 기초를 갖추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3) 필자 역시 중국종교 과목을 강의할 때 대체로 이런 틀을 기초로 하고 있었고, 이 틀을 충실하게 반영한 스티븐 타이저(Stephen Teiser)“The Spirits of Chinese Religion”이라는 글을 다루곤 했다.4) 그런데 민간종교라고 할 때의 민간(popular)’의 함의에 따라, 이는 유 · · 도 삼교와 더불어 다루어야 하는 네 번째 영역이 아니라 유 · · 도 삼교를 다루거나 혹은 특정 시대의 종교문화를 다룰 때, 종교적 믿음이나 행위의 주체로 상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어떤 계기로 ‘popular religion’이라는 개념이 종교학 연구에서 다루어지게 되었는지 생각하다가 문득 대학원 시절 정진홍 선생님의 강의 시간에 교재로 읽었던 Official and Popular Religion5)이라는 책을 떠올리고 그 책의 도입부를 읽어보니, “Official and Popular Religion이라는 주제는 종교학 연구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문장으로 시작되고 있었고, 이 두 용어 중에서도 특히 popular religion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모호하다고 하였으며,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공식 종교와 대중 종교의 역사적 조사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혹은 분석적으로 유용할지를 시험하는 차원에서 시도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었다. 나아가 이 주제는 서구에서 제기된 것인데, 기독교와 서구 문화의 경계 밖에서도 유용할지에 대한 의문이 답해져야 하기에 이 책의 1부는 모두 서구 기독교에 관한 것이고, 2부는 기독교 이외의 종교적 전통을 다룬 논문들의 모음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종교학은 여전히 서구에서 제기된 질문이나 개념 틀이 기간을 이루고 있으므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그것이 연구자들을 비슷한 사로(思路)로 이끌어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어에서는 속()의 짝개념으로 성()을 떠올리기보다는 예()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6) 어쩌면 초월적이고 신성한 것보다 자연과 인사가 조리 있고 질서지워진 상태가 농업을 기반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의 삶에 궁극적인 안정감을 준다고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라거웨이(John Lagerwey)Encyclopedia of Religion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나서 약 65%의 항목에 대한 기사에서 중국종교 자료들을 거의 또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는데,7) 이는 국제 종교학계가 과거 여러 종교학 연구 분야에서 중국의 종교적 경험이나 문화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쩌면 아직도 어느 정도 비슷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라거웨이는 같은 글에서 현대 학문으로서의 종교학은 서양 학계에서 시작된 학문이므로, 중국종교를 연구할 때 먼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키워드로서의 개념 범주인데, 예컨대 신성과 세속’, ‘교회와 국가’, ‘육체와 영혼’, ‘자연과 초자연등 이원적 대립 가설의 개념 범주는 중국의 문화와 종교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이론적 장벽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흔히 관방종교와 민간종교라고 일컫는 이 짝개념에서 민간종교만이 유불도 삼교와 나란히 중국종교를 이루는 제4의 요소 혹은 영역으로 이해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이로 인하여 민간종교는 관방의 인가를 거치지 않은, 비공식적인 것으로 이해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치폄하의 뉘앙스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말한 마시샤 선생은 앞으로 소위 정통종교 · 민간종교 · 민간비밀종교 · 교문 · 민간종파 등의 개념은 모두 전통종교신흥종교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였다.

 

셋째, 청대 민간유교에 관한 자료를 읽고 있는 필자에게 가장 흥미로운 연구자는 필립 클라트(Phillip Clart)였는데, 그는 중국 민간종교 연구자로서 민간유교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는 글을 썼다. 그는 중국 민간문화 중에 얼마나 많은 부분을 유교적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는, 이는 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단언한다. 나아가 연구의 출발점은 유교에 대한 연구자 자신의 정의나 관점이어서는 안 되며, ‘()’라는 표지가 민간문화 안에서 작용하는 경우, 다시 말하면 ()’라는 표지를 사용하여 자신을 호칭하는 종파를 민간유교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종파가 유교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칭 유교라고 할 때 ()’를 통하여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필립 클라트는 그 사례로 타이완의 난당(鸞堂)을 연구하였는데, 이들은 유종신교(儒宗神敎) · 유종성교(儒宗聖敎) · 유종난교(儒宗鸞敎) 혹은 공교(孔敎) 등의 호칭을 쓰며 유교로 자처하며, 유문과범(儒門科範)이라는 과의 텍스트를 사용한다고 한다. 필립 클라트는 타이완의 이러한 민간유교는 19세기 후반 타이완과 중국 남부에서 그 초기 양상을 보인다고 하였는데, 외부자의 시선으로 볼 때는 일반적으로 유교사에서 배우는 유교의 성격과는 사뭇 다른 듯하지만, 나는 이러한 민간유교의 양상이 명말 이후 유교의 전개 과정에서 나타난 흐름 중의 하나라고 추측한다. 명말청초로부터 민국으로 이어지는 시기의 여러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추측이 추측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는 일이 나에게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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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기에서 말하는 민간유교의 구체적인 내용은 명대 후기 이래 일부 양명 후학, 특히 태주학파 및 태곡학파에서 나타나는 탈엘리트화, 신체적 수행을 중시하는 경향, 혹은 소규모 삶의 공동체를 이루는 양상 등을 말한다. 타이완의 경우, 청말 이래 삼교와 민간의 신앙을 두루 수용하면서도 유교를 중심에 두는 여러 종파가 있는데, 역시 이에 포함된다.

 

2) 이 책은 개혁개방 30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중국종교학 30(1978-2008)(中國社會科學出版社, 2008)과 집필진이나 목차가 동일하고, 대체로 각 항목에 2009-2018년의 연구를 정리하여 보충하고 있다.

 

3) 영어권 대학에서 중국종교 코스에서 종종 교재로 채택되는 Danald Lopez Jr.가 편집한 Religions of China in Practice(1996), Joseph AdlerChinese Religious Traditions(2002), Mario PoceskiIntroducing Chinese Religions(2009) 등은 모두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4) 이 글은 Religions of China in Practice(1996)Introduction이다.

 

5) Pieter Hendrik VrijhofJacques Waardenburg가 편집한 것으로, ‘Analysis of a Theme for Religious Studies’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1979년에 De Gruyter Mouton에서 출간되었다.

 

6) ()의 짝개념으로 아()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예와 속이 보다 일반적인 짝개념인 것 같다.

 

7) 필자는 존 라거웨이의 글을 직접 읽지 못했고, 장즈강의 논문 中國民間信仰的硏究潛力及其學術意義, 國際漢學總第23, 20232에 인용된 것을 재인용하였다. 존 라거웨이의 글은 다음과 같다. 勞格文, 宗敎與中國社會: 硏究領域的轉變, 啓迪與中國文化, 通訊4, 香港中文大學崇基學院宗敎與中國社會硏究中心, 1999.

 

 

 

 

 

 

이연승_
서울대학교
논문으로〈서구의 유교종교론〉, 〈이병헌의 유교론: 비미신적인 신묘한 종교〉, 저서로 《동아시아의 희생제의》(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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