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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은 여성의 종교인가?
news letter No.926 2026/3/17
무속이 여성의 종교라는 시각은 근현대 무속 연구와 무속 이해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것은 근대의 미신론은 물론 기독교 선교사, 일제, 한국인에 의한 초기 무속 연구에서부터 두루 확인된다. 이는 해방 이후 무속 연구에서도 여전하며, 한국 사회 일반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무속은 여성의 종교인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먼저 그것이 무속과 여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 일변도의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학 연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무속 연구는 무속에 대해서는 물론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기초해 있다. 예컨대 무속을 불합리하고 거짓된 믿음으로 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여성을 무지하며, 남성보다 열등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파악한다. 이처럼 무속과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제로 양자를 연결하는 것이 이른바 무속 여성 종교론이다.
무속을 여성의 종교로 보는 시각을 수긍하기 어려운 더 큰 이유는, 그것이 실제 무속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 무속이 여성의 종교라는 근거로 무속의 사제인 무당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이 주장된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무당의 다수는 여성이다. 그러나 적은 수이긴 하지만 남성 무당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들은 여성 무당과 다른 명칭으로 호명되며, 무속 의례를 주재하는 독립적인 무당으로 역할하고 있다.
혹자는 “남성인 무당이라 하여도 굿을 할 때는 여장(女裝)을 하거나 여성적인 매너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중부 이북의 강신무에서는 여성적 특성이 강하다.”라며, 무속의 여성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분명 무속의 굿에서는 남성 무당이 신내림이나 무복(巫服), 무구(巫具)를 통해 여성적인 신적 존재로 변화하는, 성적 전환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는 무당이 무속의 신들을 현현(顯現)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의례적, 상징적 존재 변환의 하나이다. 그런데 굿에서는 남성 무당이 여성적 존재로 변화하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여성 무당이 남성적 존재로 변화하기도 한다. 즉 무당의 성적 전환은 남성에서 여성으로는 물론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변화도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무속 의례인 굿에서 여성성의 발현이 두드러진다고 말하기 어렵다. 굿에서는 남성성의 발현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무당이 무속의 신으로 역할 할 때, 그 신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신을 상징하는 의상 즉 무복으로 치마를 입는 것을 근거로 무당이 여성화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서울굿에서 치마는 기본 무복의 하나로서, 개별 신의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상징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남성 신인 장군신을 놀 때도 속에 치마를 입지만, 장군신이 여성적인 모습으로 현현하지는 않는다. 장군신은 자기의 직접적 상징인 무복과 무구, 즉 장군복을 걸치고 언월도와 삼지창을 들고서 위엄 있는 무장(武將)의 모습을 보인다. 물론 무당 몸주신의 성격에 따라서 남성 무당이 여성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마찬가지 이유에서 역으로 여성 무당이 남성화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무속에서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며 상호작용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이 두드러진다고 말하기 어렵다. 어느 하나의 성이 지배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성적 경계의 뛰어넘기, 성적 정체성의 혼융이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다.
무직(巫職)의 계승이 모계적 경향을 띤다는 점을 무속 여성성의 한 사례로 지적하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이른바 세습무(世襲巫)로 알려진 무당들의 무업(巫業) 계승은 친어머니에서 친딸이 아닌,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계승되는 부계 세습이다. 신이 내려 무당이 되는 경우에도 혈연관계를 따라 신내림이 전승될 수 있다. 그런데 신내림은 친가와 외가 또는 시댁과 친정 중 어느 쪽 집안의 신내림이든 다 이어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신내림에 의한 무업의 계승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며, 이른바 모계 계승은 그러한 다양한 계승 방식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무속 의례의 의뢰자가 주로 여성이라는 점에서 무속을 여성의 종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여성이 굿과 같은 무속 의례의 주된 의뢰자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집안의 상황에 따라 남성이 무속 의례를 의뢰하거나 여성과 함께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이 무속 의례의 주된 의뢰자라고 할 때 의뢰 행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뢰자로 역할 할 때의 여성의 정체성이다. 한국 여성이 무당에게 무속 의례를 의뢰할 때, 그 여성은 한 사람의 독립된 개별 여성으로서 의뢰하는 것이 아니다. 그때 그 여성은 독립된 개별 여성이 아니라 한 가정의 주부로서 무당을 찾는 것이다. 한 사람의 개별 여성이 아니라, 한 가정을 대표하는 존재로서 자기 가족을 대신해 집안의 문제를 상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무당을 찾아 무속 의례를 의뢰한다. 이 경우 그 여성의 정체성은 여성이지만 여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무속 의뢰자가 주로 여성이라는 점을 이유로 무속을 여성의 종교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굿과 같은 무속 의례의 주된 참여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무속이 여성의 종교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정에서 행하는 굿의 경우 참여자가 굿을 하는 가정의 가족 구성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 가정에서 행해지는 굿은 그 가정의 가족과 친지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여 공감하고 즐기는 자리였다. 한 가정의 굿은 마을 사람 전체가 참여하는 공동체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마을 사람 중에서 여성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함께 참여하였다.
무속의 굿은 남녀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이며, 무속의 굿이지만 여성이 아닌 남성이 주도할 수도 있음을 잘 보여주는 굿이 마을 단위로 행하는 마을굿이다. 예컨대 동해안 별신굿은 전형적인 무속 마을굿의 하나지만,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주도한다. 또한 마을에 따라서는 여성들은 마을굿의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굿청 밖에서 굿을 구경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서 무속의 굿은, 가정굿이 되었든 마을굿이 되었던, 여성들만이 참여하는, 여성들이 주도하는 여성들만의 잔치 또는 한풀이의 자리라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함께 참여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남성이 주도하기도 하는, 공동체적 어울림의 자리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무속을 과연 여성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가? 무속에는 그렇게 말할만한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무속은 여성이 유일한 주체로 참여하는, 여성들에 의해서만 기능하는 종교가 아니다. 남성도 하나의 주체로 무속에 참여하고, 때로는 무속 의례를 주도하기도 한다.
물론 무속을 통해서 여성만의 독특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무속만을 통해 가능한, 타종교를 통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그리고 남성과 다른 여성만의 특수한 경험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속을 여성의 종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속을 통한 독특한 경험은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용범_
전 국립경국대. 논문으로 <무속에 나타난 인간의 위상: 무속의례와 죽음신화를 중심으로>, <일제의 무속 규제정책과 무속의 변화: 매일신보와 동아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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