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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되묻기
news letter No.936 2026/5/26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6년 상반기 심포지엄이 5월 16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숭실대학교 문화관 208호에서 열렸다. 학술대회의 주제는 ‘종교와 정치, 그리고 극우주의’였다. 종교와 정치는 오래된 주제이다. 이 문제를 연구한 논문이나 책은 셀 수 없이 많다. 식상한 주제인 듯하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태들을 생각하면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심포지엄은 묻는 방식을 바꾸는 데 기획 취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회사에서 임현수는 이렇게 말했다. “종교문화비평에서 비평은 크리틱이라는 말의 번역어이다. 크리틱은 욕하거나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를 근본적으로 되묻는 것, 뿌리 끝까지 파고 들어가서 문제의 근원을 드러내는 것이다.” 광장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정치적인 논란에 왜 특정 종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가, 그리고 종교마다 헌법상의 정교분리 원칙을 전유하는 방식을 달리하는 근저에 어떤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가, 이렇게 되묻자는 것으로 들었다.
이 심포지엄에 참석하여 경청하면서 느끼고 배운 바들을 엮어서 지상중계(紙上中繼)를 해보려고 했다. 그러면 현장에 가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되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5시간 동안 이어진 학술회의의 열기를 담아내기에는 내 능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도저히 발표와 논평, 질문과 답변을 모두 정리하기가 벅차다. 하는 수 없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만 골라서 소개하겠다.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서 오독하거나 지엽적인 부분에 매몰되는 점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장석만은 통념으로 볼 적에 종교 연구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현상들을 종교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 개신교의 극우적 성향을 분석한다. 근대 민주주의 체제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달리는 두 가지 힘으로 구성된다. 국민이라는 동질성을 끊임없이 강화하는 방향,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극대화하는 방향, 이렇게 구심력과 원심력 사이에서 불안정성을 조정과 타협으로 유지하는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동질성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면서 모든 차이를 부정할 때 파시즘이라는 극우화가 등장한다. 반면에 해체적인 분열증을 보일 정도로 원심력을 강화하고 개인을 파편화하는 신자유주의도 또 다른 방향의 극우화를 낳는다. 그러면 한국 개신교는 어느 지점에서 극우주의로 치닫는가? 장석만은 한국이 강대국 미국에 의존하고 애착을 보이고 미국적 마나(mana)의 힘에 끌려 들어가면서 미국이 선도하는 반공이데올로기, 미국식 생활 방식, 미국식 교육제도에서 안정감을 누렸다고 본다. 이렇게 한국 개신교 지배층과 신도들이 친미 반공 세력과 유착관계를 맺었던 것이 그 시효를 다하고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극우화된 개신교가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윤성은 서구적 맥락에서 나온 이론을 한국 사회에 직접 적용하면 무리가 발생한다는 점, 노인층의 극우화와 남성 청년층의 극우화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점, 청년층에서는 젠더 문제를 과장하고 노년층에서는 젠더 문제를 무시한다는 점, 조용기 목사의 영어 기도에 대한 해석에서 넘겨짚은 서술이 있다는 점, 한국 사회의 극우 집단에서 개신교인의 비중을 과다 계상한 점 등을 지적하였다.
배덕만은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 우파가 등장한 것은 1970년에 일어난 현상으로 보고, 등장 이전과 이후의 맥락을 짚었다. 그리고 트럼프 시대의 변화상도 분석하였다. 자세한 논의는 생략하겠지만 깔끔한 정리였다. 나중에라도 일독을 권한다. 이에 대해서 논평자 서명삼은 미국 복음주의 역사에서 변곡점은 근본주의에 대한 자성에서 시작된 온건한 신복음주의의 출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흥미로운 지점은 종말론적이며 성령운동을 강조하는 신사도 운동의 역사적 근원도 신복음주의와 마찬가지로 풀러 신학교였음을 지적하였다. 그래서 미국 기독교 우파의 역사적 변화를 다룰 때 신사도 운동, 세대주의적 종말론, 성령운동도 함께 거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질의하였다. 이에 대해서 배덕만도 공감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미국 복음주의 역사를 연구할 때 함께 다루어야 할 과제라고 하였다.
김진호는 한국 개신교에서 극우주의가 성장할 수 있었던 토양을 1990년대 서울의 강남과 강동, 그리고 성남의 분당에서 생겨나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후발대형교회와 연결한다. 개인의 능력과 성취를 신앙적인 차원에서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영성이 후발대형교회 신자들의 인맥과 네트워크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그런데 후발대형교회가 만들어낸 능력주의, 즉 메리토크라시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된 영역이 존재한다. 수도권의 중소형 교회가 그 중심을 이룬다. 이들에게서 바로 한국 개신교 극우주의가 배태되었다는 것이다. 청중의 질문에 대한 김진호의 답변에서 내가 흥미롭게 들었던 것은 실제로 한국 개신교회 내에서 남성 청소년들의 극우 현상이 심각한데, 그들이 극우 담론과 접촉하는 경로가 아직 오리무중이라는 말이었다. 김진호 본인도 몇 번 연구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는데, 그들의 언어가 해독 불가능하더라는 것이다. 잠정적으로는 게임 친화적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십 커뮤니티와 게임 커뮤니티를 왕래하는 남성 청소년들에게 극우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극우 담론에 노출된 일종의 네트워크 클라우드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태연은 미국의 신흥 테크 엘리트들이 어떻게 종교적으로 기독교 극우주의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게 되었는지를 페이팔과 팔란티어 등의 창업자이면서 미국 밴스 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이라 불리는 피터 틸의 저서와 발언을 가지고 논의하였다. 이에 대해서 인상적인 질문은 사회자 우혜란에게서 나왔다. 미국에서 테크 엘리트들이 보이는 하이테크 중시의 태도가 왜 극우적인 방향과 맞물린다고 보는지를 물었다. 미국에서 테크 엘리트가 새로운 지배 집단으로 떠오르고 이들이 극우적 기독교로 기운다면 기술과 극우 사이의 어떤 친화성이 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김태연은 테크 엘리트와 마가(MAGA) 사이에 긴밀한 내적 친화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면상으로 별 교차점이 없어 보이는 두 집단을 하나로 묶는 접작제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하였다. 그것이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는지는 김태연의 연구가 좀 더 진전되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진구는 통일교의 정교유착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던 기존의 평가에서 출발하여, 통일교 교리에 나타난 종교와 정치의 관계, 통일교의 발전 과정에서 보였던 적극적인 정치 개입의 역사, 그리고 최근 통일교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정교협력의 논리 등을 차례로 검토하였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통일교의 세계관에서 내세우는 유토피아적 이상주의가 현실적인 모습으로 드러날 때 정교유착의 가능성은 엄존하며 증대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논평자 김흥수는 문선명 교주의 설교집에 이미 악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정교분리라는 말이 나오며, 통일교의 정교관계는 구조적으로 정교유착으로 흐를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진구는 일도양단의 평가에는 유보적이다. 어떻게 보더라도 통일교의 행태는 정교유착이라는 평가, 종교언어와 세속언어가 각기 다른 맥락 속에 놓여 있음을 염두에 두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 이렇게 두 가지 관점의 중간 지대에 진실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청중석에서 나온 마지막 질문은 이민용이 하였다. 미국 사회에서 개신교 근본주의의 순기능에 대해서 물었고 배덕만이 대답했다. 각종 사회적 규범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한 근본주의자들이 위기감을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에는 어느 정도 순기능이 있지만, 그 반작용이 너무 강하고 획일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하였다. 이어서 이민용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왜 불교나 다른 종교는 안 다루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승용이 대답했다. 하반기 심포지엄을 기대하시라고. 아마 가을에 또 다른 학술적 향연이 우리를 기다릴 것 같다.

조현범_
한국학중앙연구원
최근 연구로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전교회 연보』 기고문에 관한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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