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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태, <일본정신의 풍경>, 한길사, 2009, 343쪽

책소개

흔히 쓰이는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두 나라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친근함과 이질감이 뒤섞인 복잡한 것일 때가 많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사유방식 또는 정신성은 동질성을 보이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일본학과 종교학을 넘나들며 저술과 연구 활동을 펼쳐온 저자는 일본에 대한 ‘벽’과 같은 거리감은 식민지 지배를 거치며 한국인에게 각인된 ‘일본 콤플렉스’와는 조금 다른 지점에 형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일본인들의 정신 깊숙이 자리한 양가적인 속성(ambivalence), 곧 모순에 주목한다.

가미(神), 사랑(愛), 악(惡), 미(美), 모순(矛盾), 힘(力), 덕(德), 천황(天皇), 초월(超越), 호토케(佛). 이 책이 다룬 주제어들은 이러한 일본 사유방식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창문이며, 『고사기』『겐지 이야기』 『탄이초』 『석상사숙언』 『풍토』 『국화와 칼』『가면의 고백』 『침묵』 『일본인의 사유방법』 등 신화, 역사, 종교, 철학, 문학, 학술의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열 권의 책은 일본 정신의 여러 얼굴을 드러내고자 선정한 풍경들이다. 고대 신화와 종교에서부터 근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천 년 넘게 일본 정신을 형성해온 사상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문화와 정신의 심층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

박규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도쿄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에도 후기 일본 신종교’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 일본언어문화학 전공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상대와 절대로서의 일본』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일본의 신사』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일본』 들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현대일본 종교문화의 이해』 『도쿠가와 시대의 철학사상』 『일본신도사』 『국화와 칼』 『신도』 들이 있다.

목차

차례
일본인의 삶과 존재의 모순

머리말
1. 가미 神 지상으로 내려온 신들의 역사
오노 야스마로, 『고사기』
2. 사랑 愛 그림자가 짙을수록 아름답다
무라사키 시키부, 『겐지이야기』
3. 악 惡 선과 악은 다르지 않다
신란, 『탄이초』
4. 미 美 인간 본성에 밀착된 미의식
모토오리 노리나가, 『석상사숙언』
5. 모순 矛盾 차분한 격정 혹은 돌연한 체념
와쓰지 데쓰로, 『풍토』
6. 힘 力 참된 문명의 길은 무엇인가
후쿠자와 유키치. 『복옹자전』
7. 덕 德 윤리의 양면성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8. 천황 天皇 인간의 가면, 신의 가면
미시마 유키오, 『가면의 고백』
9. 초월 超越 그리스도교는 왜 일본에 뿌리내리지 못했나
엔도 슈사쿠, 『침묵』
10. 호토케 佛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나카무라 하지메, 『일본인의 사유방법』

출판사리뷰

한국과 일본은 오랜 세월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며 숱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교유해왔다. 흔히 쓰이는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두 나라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친근함과 이질감이 뒤섞인 복잡한 것일 때가 많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사유방식 또는 정신성은 동질성을 보이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일본학과 종교학을 넘나들며 저술과 연구 활동을 펼쳐온 지은이 박규태 교수는 일본에 대한 ‘벽’과 같은 거리감은 식민지 지배를 거치며 한국인에게 각인된 ‘일본 콤플렉스’와는 조금 다른 지점에 형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일본인들의 정신 깊숙이 자리한 양가적인 속성(ambivalence), 곧 모순에 주목한다. 인간의 사유와 인식 영역은 감정 영역과 서로 다른 층위를 내포하지만 일본에서는 뒤섞인 채 혼용되어왔다.
예컨대 『겐지 이야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 ‘모노노아와레’라는 독특한 미학관을 정립한 에도 중기 국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생각’을 뜻하는 일본어 단어인 ‘오모이’(思い)를 정서적, 미학적 관점으로 사용했다. 그에 따르면 ‘생각한다’는 것은 곧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비단 노리나가 뿐 아니라 이 책이 다룬 일본 근대를 이끈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 ‘無의 장소’를 역설한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 ‘현인신’(現人神) 천황의 부활을 외치며 할복한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 들은 이러한 모순에 찬 양가적 사유 혹은 양가감정의 대가들이었다.
가미(神), 사랑(愛), 악(惡), 미(美), 모순(矛盾), 힘(力), 덕(德), 천황(天皇), 초월(超越), 호토케(佛). 이 책이 다룬 주제어들은 이러한 일본 사유방식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창문이며, 『고사기』『겐지 이야기』 『탄이초』 『석상사숙언』 『풍토』 『국화와 칼』『가면의 고백』 『침묵』 『일본인의 사유방법』 등 신화, 역사, 종교, 철학, 문학, 학술의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열 권의 책은 일본 정신의 여러 얼굴을 드러내고자 선정한 풍경들이다. 고대 신화와 종교에서부터 근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천 년 넘게 일본 정신을 형성해온 사상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문화와 정신의 심층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또 그 풍경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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