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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종교 연구의 빈곤
2010.3.16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신학자들이 있고 기독교사 연구자들도 많지만, 아시아 교회사에 관한 한, 가르칠 선생이나 읽을 책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사무엘 마펫의 『아시아교회사』가 번역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형편이 어찌 교회사에만 해당되겠는가. 현재 한국학계에서 아시아 종교 전반 또는 아시아의 개별종교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국종교학회도 아시아 종교 연구를 주제로 삼아 모임을 가진 적이 있지만 동아시아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1만여 명에 가까운 한국의 기독교 선교사들과 불교 포교사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아시아의 종교적 배경에서 성장한 백만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여성결혼 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 형편이 이러한 데도 아시아 종교를 가르칠 선생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1년 동안의 안식년 휴가를 아시아 기독교의 역사를 공부하는 일에 보내기로 했다. 아시아 종교연구의 범위를 기독교로 좁혀 아시아 국가들에서 아시아 교회사 및 자국 교회사가 어떻게 연구되고 있는지 살피는 여행이다. 먼저 싱가폴의 트리니티신학교 도서관에 가서 한달, 그 다음에 태국 치앙마이의 파얍대학교 아카이브와 아시아교회협의회(CCA) 자료실에서 한달을 보냈다. 연구 동향을 살피기 위하여 교수들을 만나고 주로 서베이 논문을 찾아 읽었다. 최근까지 서구 선교사들과 서구 학자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교회사 연구를 주도해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남아시아 사람으로 아시아 교회사나 자국 교회사를 가르치거나 연구하는 사람은 찾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어떤 패러다임과 어떤 방법으로 교회사를 서술하고 있고, 자국 교회사를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궁금한 여행자에게 이런 발견은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동남아시아 종교연구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케니쓰 랜돈이 Southeast Asia: Crossroad of Religions(1949)를 간행한 후로 이 지역의 종교를 연구해 온 사람들은 거의 다 서구의 학자들이었다.
그 다음 한달은 중국교회사 연구 동향을 살피기 위해 홍콩을 여행했다. 주로 홍콩과 중국기독교 문서를 다량 소장하고 있는 홍콩침례회대학교 도서관의 스페셜 콜렉션 및 아카이브와 몇 군데 신학교를 방문하였다. 중국기독교의 역사 연구에는 학풍이 다른 대만과 홍콩, 유럽과 미국의 역사가들이 가담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본토의 연구자들까지 가세하고 있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연구 상황이 많이 달랐다. 중국교회사 연구자들은 선교사로부터 중국인 중심으로 중국기독교의 역사를 다시 서술해 왔는데, 그것이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홍콩에서는 노르웨이 선교사 Karl Ludvig Reichelt가 세운 道風山 基督敎叢林에서 머물렀다. 그는 중국불교에 심취한 기독교 선교사였다.
다음 여정은 인도네시아와 인도 방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비교종교 연구가 활발한 나라요 이슬람대학, 기독교대학, 국립대학이 공동으로 콘소시엄을 구성해서 종교학을 가르치는 종교학대학원(Indonesian Consortium for Religious Studies)도 있다. 이 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콘소시엄에 대한 발상 자체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김흥수_
목원대학교 교수,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heungsoo@mokwon.ac.kr
주요 저서로《일제하 한국기독교와 사회주의》,《한국전쟁과 기복신앙 확산 연구》,《북한종교의 새로운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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