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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신비주의에 대한 연찬
- 신플라톤주의를 중심으로-
2010.1.19
본 연구소는 2010년도 총회(1.16)를 계기로 하여 인문지식 대중화 사업의 하나로 종교문화의 이해에 적합한 주제를 골라 학술연찬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더불어 종교문화 연구에 있어 새로운 이슈와 문제를 제기해보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처음으로 선정된 공개 학술연찬 주제는 한국종교문화에서의 ‘신비주의 양상’들입니다. 우선 동서양의 신비주의를 살펴보고 한국 종교문화에서의 신비주의의 양상을 살펴보는 실험적인 학술연찬 프로그램입니다.
“신비주의는 일종의 정신철학(spiritual philosophy), 곧 실재하는 삶 안에서는 더 이상 우리의 체험영역이 뿔뿔이 흩어져버리지 않고, 인간의 사유, 의지 및 감정이 통합된 활동을 요구하는 철학이다. 이들 체험영역들에 적용되는 고유한 원칙들에 기초하여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으로 신적인 본성에 동참하는 자로서 그리고 정신세계에 합당하게 거주하는 일원으로서 나설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좁은 길을 따라 실재세계로 올라갈 것인데, 이 때 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그 능력을 지니고 있으나, 얼마 되지 않는 사람만이 그 능력을 사용한다. 아무도 이 좁은 길을 플로티노스만큼 강력하고 예리하게 그리고 정신적으로 명철하게 안내해주지는 못했다. 그는 진실로 많은 것이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가르친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신플라톤주의는 약 700년 동안 속박에서 벗어난 사유를 거쳐 마침내 이뤄낸 산물이다. 달리 말해 인류가 가장 긴 시간 동안 누려온 자유로운 통찰의 결과물이다. 그 가운데 아주 중요한 일부가 그리스도교 철학으로 넘어가 모든 시대에 그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그렇게 신플라톤주의는 그리스도교 신학의 생생한 구조의 한 부분을 이룬다. 그래서 그것을 그리스도교 신학으로부터 따로 떼어내는 일은 불가능하게 비춰진다. 그리스 철학을 연구하는 이들이나 그리스도교 교의(신학)를 연구하는 이들에게서 흔히 목격하듯이, 플로티노스를 외면하는 태도는 몹시 후회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W. R. Inge, The Philosophy of Plotinus, xiii-xiv)
“신플라톤주의 사상이 [근대 및 현대에 이르는] 자아(Selbst) 및 자의식(Selbstbewußtsein)에 관한 물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니, 무엇보다 그 기원적인 의미와 발전 과정의 설명에 더욱 유용할 것이다… 예컨대 플로티노스는 사유 안에 무의식적이고 선험적으로 작용하는 근거를 의식화하는 일이 곧 인간의 최고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반적] 의식의 현상들과 델피 신전의 경구에서 유래하는 본래적인 자아에 대한 인식을 서로 구별하여 연결시키는 작업을 위해서, 나아가 가장 내밀한 자기 관련성에 관한 이 같은 의식에서 초래하는 사유의 자기 도약(Selbstberstieg)을 위해서, 그리고 결국에는 자아를 충만하게 채우는 자신의 근거와의 동일화 작업을 위해서 플로티노스의 신비신학(Mystik)은…본래의 단일성(하나-됨) 및 동일성에 대한 의식으로 꾸준히 상승해나가는 것과 흡사하다.”(W. Beierwaltes, Platonism und Idealism, 20f.)
한 마디로 플로티노스의 “자기인식”은 더 이상 “잠정적이 아닌, 고유한 의미에서 오로지 영혼이 깨달아가면서 사유하는 능력인 정신(Nus)에게만 해당된다.”(Ibid.) 그래서 그의 신비신학은 동시에 철학이다. 그의 중요성은 그에게서 뚜렷이 영향을 입은 철학자들을 소개하는 것으로도 족할 것 같다: 제자 포르피리오스, 그리스도교 교부 아우구스티누스, 신플라톤주의의 마지막 계승자이자 완성자라고 일컫는 프로클로스, 프로클로스의 제자로서 이 사상을 그리스도교 신학에 다리를 놓은 위 디오니시우스, 스콜라 시대에 이 사유전통을 신학에 도입하여 신의 ‘삼위일체적 원천 및 세상창조’의 타당성을 시도한 에리우게나와 특히 ‘설교’를 통해 신적 신비체험을 구현한 에크하르트, 분열된 종파 및 모순과 갈등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보다 근본적인 하나-됨을 위해 ‘대립하는 것들의 합일(coincidentia oppositorum)’ 개념을 모색한 쿠사누스, 중세를 마감하고 인문주의적 르네상스를 열어준 브루노와 피치노 그리고 근대의 라이프니츠와 스피노자를 거쳐 독일 관념론의 완전한 체계를 마련한 셸링과 헤겔까지 셈할 수 있다.
이 같은 서양 신비주의 첫 연찬회는 2월 20일(토) 대우문화재단(서울역 부근)에서 실시할 예정인데, 오전에는 조규홍(대전 가톨릭대강사) 선생의 “플로티노스의 신비철학”- William Ralph Inge(1860-1954)의 플로티노스 해석에 기초하여 -에 대한 세 시간의 강의와 토론이 있을 예정이고, 오후에는 박주영(외국어대강사)선생의 ‘위 디오니시우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형이상학’을 세 시간 강의할 예정입니다. 다음 연찬은 인도, 불교(소승과 대승), 도교 등 동양 신비주의 이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연구소 공지사항으로 별도로 연락할 예정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참석 가능하나 사전에 참석 신청을 해야 합니다. 많은 성원이 있기를 바랍니다.
고명선_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박사과정 수료 plotin@hanmail.net
제임스 앨런의 [생각의 지혜]외 번역서 다수, 도서출판 [ 누 멘 ]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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