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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총회를 앞두고
2010.1.12
연구소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총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물심 양면으로 성원과 격려를 해주신 회원 여러분에게 거듭 감사드립니다. 본 연구소도 지난 금요일 이사님을 모시고 새해를 다짐하는 경인년 신년하례를 가졌습니다.
새해가 되면 으레껏 새로워져야 한다는 덕담이 이어집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자기가 가진 것을 놓고 보면 새로운 것이 보다 많이 보일것입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생각과 비전으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가자는 등등. 문제는 그러한 새로움에 새로운 방향이나 분명한 비전이 잘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항시 듣는 사람의 몫으로만 남겨집니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바꾸기만 한다고 해서 거듭 태어남이 성취될 수가 없읍니다. 과거에 성취한 전통과 현재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바꿀 수도 없거니와 억지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혼동에 빠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자신의 역량에 맞게 바꾸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시 우리의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 바꾼다면 어떤 비전이나 방향을 가져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서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죠. 올곧은 변화를 위해서 말입니다.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무언의 동의자가 되어버립니다. 조직의 거듭 태어남이야말로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소망과 감동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여러 의견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자기 고민이 투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이사회와 총회가 우리의 치열한 고민을 터트리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올곧은 변화를 위한 소망과 감동이 생길 것입니다.
2009년도 연구소는 기존 해온 종교문화포럼과 학술심포 등 학술사업에 매진하면서도 회원 여러분들에게 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결과 연구소가 연구원 중심체제에서 회원중심 체제로 어느 정도는 정착한 것 같습니다. 회원들에게 매주 보내는 뉴스레터 발간이 틀을 잡아가고 있으며, 회원들에게 종교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종교문화 체험과 관련 공개강좌가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소수서원과 대흥사를 탐방하여 한국유교와 한국불교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았으며, 연구소의 소장 도서자료(6,000여권)를 정리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체제를 마련하였습니다. 회원 누구나가 연구소에 오시면 종교에 관련된 자료를 열람하실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종교학관련 주요 도서(30개 분야 각 20여권씩) 서지작업이 진행 중이며, 각종 한국종교관련 영상물과 통계자료도 모아 온라인으로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연구기반을 축적하기 위해 이사장이 제공한 연구기금도 적립하였습니다. 지금은 적은 액수이지만 앞으로 필요한 중점 연구 사업에 유용하게 투입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연구소의 정체성 정립과 연구과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국 종교문화에 대한 학적인 비평을 지속적으로 해 나간다는 본 연구소 설립목적에 얼마나 충실했는지에 대해서는 기대가 높아서 그런지 할 말이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자체의 중점 연구과제가 정리되지 않고 그에 따른 학계 이슈 제기와 리더 역할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소이니 연구원의 연구 활동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활성화 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난제입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조직을 단순화하고 연구활동이 가능한 회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한번 더 재편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연구대상인 국내외 종교계, 학계 동향에 대한 분석도 연구소 차원에서 미흡한 실정입니다, 특히 국외학술동향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 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2009년도에 계획된 학술행사의 연구결과물인 종교문화 총서 발간사업과 종교문화비평 학술상도 시행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올해는 꼭 시행할 예정입니다.
지난 해 연구지원 체제 정비에 이어 경인년 올해는 ‘연구소의 정체성’ 세우기에 매진해볼 예정입니다. 연구위원회와 연구원 활동을 강화하여 연구 역량과 비전을 분명히 하는 일입니다. 연구소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일은 될 수 있는 대로 지양하고 활동 가능한 인력을 중심으로 확실하게 연구소를 운영하는 체제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한국 사회와 학계에 필요한 연구소 자체 과제를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연구소 상임연구원을 확보하기 위해 학진의 기초연구 용역과제도 마련해 지원해볼 예정입니다. 물론 지난해에 이어 회원들에 대한 학적인 서비스체제는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주간 뉴스레터를 통해 종교계와 학계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해외종교문화 탐방만이 아니라 종교문화 연찬회를 열어 회원들에게 보다 많은 학적 서비스를 할 예정입니다.
지난주 뉴스레터 이사장의 신년사에서 연구소가 연구소로서의 독자적인 역할이 부족하다며 연구원들이 좀 어렵다 하더라도 종교학도로서 자기를 다시 한번 돌아볼 것과 실천의 차원에서 스스로 성의를 다하고 학문과 자신과의 소통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현주소를 잘 지적한 것이 아닌가 해서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어떻든 연구소가 거듭 태어남을 위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의견이 있으시면 이번 총회에 무엇이든지 제시해 논의하게 해주십시오.
윤승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seyoyun@yahoo.co.kr
주요 논문으로〈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최근 20년간 한국종교문화변동〉,〈근대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한국 종교문화사 강의》(공저),《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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