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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52호-초파일 斷想(차차석)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4. 17:04

초파일 斷想

2009.5.6


초파일을 전후로 조계사에 가본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등이 지닌 아름다움과 줄지어 매달린 연등의 몽환적인 광경을. 그러나 아름다움도 상대적이란 점에서 초파일 문화에 대한 반성도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시내를 행진하는 연등축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전에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좋게도 느껴졌지만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사를 해야 하는가’하는 마음이 든 다음부터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할 수 있는 연등 축제를 강구해야 할 때다.

5월 2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기에 각 사찰 마다 일제히 등불을 밝혔다. 마침 저녁에 비가 내려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없었지만 필자의 기억 속에는 아련한 추억이 많이 남아 있다.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고 있지만 추억은 여전히 뇌리의 한 구석에 남아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이제는 어디에서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어 있을 선우들,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그분이 오신 날을 축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필자 역시 초파일에는 인연 있는 스님들의 사찰을 찾아 인사를 하고 등을 단다. 의례적이지만 일 년에 한번뿐인 행사인지라 평소 찾지 못했던 것을 한꺼번에 해결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초파일의 의미를 시대에 알맞게 되살리려는 노력이 없다는 점이다.

초파일에 등을 밝히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마음에 불을 밝혀 내면적인 어둠을 버리라는 뜻이다. 사회적으로는 불자들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예전과 달리 초파일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종단적인 차원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 종단은 여전히 주술적이다.

사실 부처님께서 언제 태어났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그래서 남방불교권과 북방불교권이 다른 날 축하 행사를 한다. 남방에선 바이세시카 달 보름날에 축하 행사를 하는 것이 전통이다. 보름날은 달이 밝아 축제를 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음력 사월 초파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결정한 것은 사주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吉日이기 때문이다.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초파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축하했는데 이것이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시행되고 있던 파종제와 결합되어 대중적인 축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민속과 종교적인 행사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로 융합해 버린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초파일이라도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초파일 문화가 없다. 공산주의 이후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다. 사찰을 중심으로 기념하는 정도로 끝난다. 일본은 양력 4월 8일 초파일 행사를 한다. 그렇지만 기념행사 정도에 불과하며 국민적인 축제로 승화되지 못했다. 대신 일본불교는 宗祖의 탄생일을 대대적으로 기념한다. 음력 사월 초파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기념하는 국가는 한국, 대만, 홍콩, 베트남 정도라 말할 수 있다.

당나라 때 금우란 선사가 계셨다. 이분은 점심시간이 되면 대중을 위해 밥을 지은 다음 대중들을 위해 한 바탕 춤을 추고 식사를 하게 했다. 대중을 위해 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감사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초파일은 모든 존재가 모두 부처와 같이 존귀하다는 점을 각성하는 시간이며, 그들의 존재 자체 속에서 생명의 환희가 넘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차차석_

동국대학교. svhaha@hanmail.net
논문으로 <현대 한국불교의 현황과 전망>,<천태의 보 관념에 나타난 유니성 고찰> 등이 있고, 저서로 《중국의 불교문화》,《법화사상론》,《조계종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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