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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까?
2010.11.20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더욱이 승부 예측을 하기 어려운 박빙의 상황에서 각종 여론조사와 많은 예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의 또 하나의 변수로서의 종교적 요인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현대 기능적으로 분화된 사회에서 여전히 종교는 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까? 그러나 최근 쏟아지고 있는 여론조사에서도 종교를 독립변수로 한 조사결과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대한 경험적 예측을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는 기존에 행해진 조사 중에서 종교적 요인을 변수로 한 헤럴드 경제의 조사 결과와 한국종합사회조사(이하 KGSS: Korea General Social Survey)의 결과를 토대로 해서 나름대로 현재 한국 사회의 선거의 독립변수로서의 종교적 요인에 대해 생각해 보고, 또한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종교 관련(편향) 이슈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종교와 정치에 관련된 선행 연구 및 외국의 사례들을 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종교사회학자 이원규는 훌트(T. F. Hoult)를 인용하면서 종교의 조직 형태나 사회 내에 자리 잡은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수적 정치성향을 띠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소위 기성종교는 사회의 지배적인 제도와 가치를 옹호하고, 이를 통하여 사회적 안정과 통합에 기여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정치권력으로부터 종교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유/무형의 도움을 받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이러한 관계는 종교가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갖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의 보수적 정치 성향은 독일의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 사회당(CSU) 연합이나, 지금은 사라진 과거 이탈리아의 기독교민주당(DC)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경우 정당에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사회민주주의 노선에 동의하는 특징을 지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정당들은 보다 보수적인 자리에 위치한다.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에도 브라질의 예를 들면, 기독교 정당임에도 정당명에 기독교사회당(PSC), 기독교노동당(PTC), 기독교사회민주당(PSDC) 등과 같이 ‘사회(social)’, ‘노동(trabalhista)’ 등을 병기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도 혹은 보수적 노선을 취하고 있다. 반면 진보적인 가톨릭 사제들, 평신도 운동가들, 해방신학자들은 좌파 민주연합에 별도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이슬람 국가의 경우도 유사하다. 이슬람 국가의 경우 서구적인 보수/진보 혹은 좌우의 범주에 따라 일괄적으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종교와 관련된 정당은 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이슬람 혁명을 일으킨 이란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이집트와 같은 경우에도 최대 정당인 자유정의당(izb Al-urriya Wal-’Adala)은 무슬림 형제단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보수적 노선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위의 국가들과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일단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개신교 모델의 전통에 서 있고, 나아가 그것이 가장 강화된 경우이다. 또한 유럽의 경우와는 달리 종교를 표방한 정당이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교가 사회 전체적으로나, 공적 영역에서 중요한 의미를 잃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치와 종교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교단의 신학적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이야기 된다. 소위 주류 기독교(mainline church)의 경우는 보다 진보적 입장에 선 민주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에 반하여 보수적 기독교, 소위 복음주의적(evangelical) 기독교나, 근본주의적 기독교(fundamentalism)는 보다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공화당의 중요한 지지 세력이 되고 있다. 더욱이 1980년대 이후 등장한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를 비롯한 근본주의적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미국 사회에 있어서 정치와 종교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미국 사회의 주요 종교 중 가톨릭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논의되어 왔으나, 일부에서는 케네디 대통령 시절을 제외한다면 미국의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 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위에 열거된 여러 나라와는 달리 명실 상부한 다종교 국가이다. 인구센서스 상의 비종교인의 비율도 46.7%에 이르고, 종교인 또한 불교 22.9%, 개신교 18.3%, 가톨릭 11.0%로 특정 종교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2005 센서스). 이원규(2006)는 박용헌의 1980년도 조사 자료 및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의 1987년도 조사 자료에 근거하여 기독교(개신교, 가톨릭 포함)가 불교보다 비판적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연령 및 지역 효과가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장·노년층, 영남 지역에 가장 많은 신도를 지니고 있는 불교의 경우, 이것이 불교 자체의 종교적 영향이라기보다는 신자들의 지역적, 연령적 특색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유석춘과 서원석(1989)은 1987년의 13대 대선 자료를 분석하는 가운데, 종교별로 다른 선거 양태가 나타남에 주목하였다. 이에 따르면, 불교 신자들은 노태우(40%), 김종필(32%), 김영삼(28%), 김대중(17%) 후보 순으로 지지집단이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개신교 신자들은 김대중(23%), 김영삼(20%), 김종필(17%), 노태우(11%) 순으로, 가톨릭 신자들은 김대중(11%), 김영삼(8%), 노태우(7%), 김종필(4%)의 순으로 지지를 표명하였다. 즉, 불교가 보다 보수적인 후보를 선택하는 성향이 있는데 반하여, 기독교 계통의 종교인들은 보다 진보적인 후보를 선택하는 성향을 띤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석춘과 서원석의 연구에서도 종교적 변수에 내재된 여타 변수의 영향은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같이 종교적 변수가 여타 변수, 특히 연령이나 지역의 변수와 결합되어 있고, 이를 구분하기 이전에는 종교적 변수가 유의미하게 작용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헤럴드 경제 조사 결과는 조사 시점이 지난 5월이었고, 이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확정되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확정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인구사회학적 지표에 따른 기본적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서 분석되었다. 그 결과 본 논문의 초점인 종교적 변수와 관련하여, 불교는 박근혜 후보/새누리당, 개신교는 평균에 근접한 지지 양상 혹은 약간 박근혜 후보/새누리당에 가까운, 그리고 가톨릭과 무종교층은 야권 후보/민주통합당의 지지 양상을 나타내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에는 가톨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 특징적이나, 이와 관련하여서는 표본 수가 많지 않아 별도의 조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헤럴드 경제의 조사의 분석 결과는 불교-보수, 개신교-중도 보수, 가톨릭/무종교층-진보로 요약 가능하다.
그러나 이 종교적 변수는 다른 변수, 특히 연령이나 지역의 변수와 결합되어 있고, 이를 구분하기 이전에는 종교적 변수가 유의미하게 작용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이를 확인하기 위해 KGSS 자료의 분석을 통하여 보완하였다. 이에 따르면 종교적 요인은 그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연령이나 지역 변수와 독립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작용하였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종교적 요인이 현재의 대선 국면에서 어느 정도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본 논문은 종교가 기본적인 정치적 성향과 상관을 보이고는 있지만, 현재의 종교 관련 이슈들이 현재의 상관성을 바꾸는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우리 국민들은 종교인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또한 현재의 종교 관련 이슈들은 문제를 제기한 종교 내에서도 충분한 합의과정을 거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며, 현재의 정치적 지향성을 바꿀 만한 상대적 중요성을 지니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기능적으로 분화된 현대 사회에서 가장 적합한 상호작용의 수준을 시민사회로 바라본 카사노바의 입장(국교, 정치 영역, 시민사회 영역의 3가지 수준 중에서)에서 보면, 정치와 종교의 결합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종교가 어느 정도 책임을 가지고 대처해 줄 것을 바라는 어쩌면 모순된 연구 결과에 상응한다. 즉, 종교가 어느 정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의 관건은, 그들이 제기한 이슈들이 어느 정도 시민사회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여 진다. 특정 종교 집단이 제기한 문제들이 정치권의 이해와 맞물려 단기간에 정책화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시민 사회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그런 정책을 추진한 종교 집단은 일종의 이익집단으로 비취지고, 나아가 시민사회의 부정적 시각에 직면할 수도 있다.
* 이글은 서울신학대 최현종 교수가 한국종교사회학회 등 주최로 16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리더십 전환기의 대통령 선거와 종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선거의 독립변수로서의 종교적 요인'이라는 논문을 필자 동의를 얻어 편집자가 발췌 요약한 것이다.
최현종_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책임연구원,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luvchoi@hanmail.net
주요논문으로 <제도화된 영성과 한국 종교 지형의 변화: 가톨릭과 개신교를 중심으로>, <종교와 법률제도: 공직
자
종교차별 관련법을 중심으로>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 <<한국 종교인구변동에 관한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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