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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의 기다림, 엔게디(Ein Gedi) 두루마리 문서의 복원
newsletter No.438 2016/10/4
기원전 600년부터 기원후 700년 후반까지 유대교 공동체가 생활하던 지역으로 추정되는 엔게디 지역에서, 1970년 ‘이스라엘 문화재 관리국’(The Israel Antiquities Authority, IAA)과 히브리대학(the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고대유물 발굴 팀은 하나의 ‘상자’(Holy Ark)를 발견하였다. 그 ‘상자’ 안에는 양피지 두루마리 문서로 보이는 불에 탄 물체가 있었다. 하지만 발견 당시 이 두루마리 문서는 숯 덩어리에 불과할 뿐, 문서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들은 이 문서를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이 발견되기까지 정성스럽게 보관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로부터 45년이 지난 2015년, 문화재 관리국은 과학자와 협력하여 사해문서를 3D 스캔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이 때 엔게디 문서 역시 스캔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스캔된 엔게디 문서 이미지는 켄터키 대학(the University of Kentucky)의 브렌트 실스(Blent Seals) 교수에게 보내졌다.
브렌트 실스 교수는 두루마리 문서를 가상으로 펴서 시각화 할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지 소프트웨어 ‘가상적 펼치기’(virtual unwrapping)를 개발하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 컴퓨터 단층촬영(Micro-CT) 기술을 이용해서, ‘3D 부피측정 스캔’(volumetric scan)기기를 통해 생성된 영상 이미지를 복원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실스 교수는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손상되어 읽을 수 없는 엔게디 문서를 복원하기 시작하였다. 구체적으로 문서 복원작업은 분할(segmentation), 텍스처링(texturing) 그리고 평탄화(flattening)의 3가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이는 입체적인 가상적 이미지로 시작해서 평면적인 이미지로 끝나는 연속적인 과정이었으며, 실스는 이러한 결과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를 ‘마스터뷰’(master view)라고 불렀다.
먼저 엔게디 문서의 가상적인 이미지 복원을 위한 핵심은 이미지의 분할과정에 있었다. 앞에서도 설명하였듯이, 이 두루마리 문서는 완전히 불에 타 심하게 훼손되었다. 실질적으로 문서라기보다는 ‘숯 덩어리’에 더 가까운 상태였다. 따라서 이것은 물리적으로는 분리하거나 펴기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컴퓨터를 이용해서 기하학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러한 기하학적인 구조 모델은 잠재된 부분적인 페이지를 생성하게 된다. 이러한 페이지 생성기술은 ‘영역확장 기술’(region-growing technique)을 통해 일관된 동물성 가죽들을 배치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이를 위해 기초적인 알레고리가 활용되었는데, 이것이 ‘이차적인 대칭 텐서’(second-order symmetric tensor)와 ‘새일런시 맵핑’(saliency mapping) 방식이었다. 먼저 이차적인 대칭 텐서는 물리적으로 기술할 수 없는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가상적인 좌표에 대상의 상태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또한 ‘새일런시 맵핑’은 영상처리에서 관심영역을 찾는 방식이다. 영상처리에서 관심영역을 찾는 것은 사전정보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얼굴인식 시스템의 경우에 피부색과 얼굴모양을 토대로 얼굴을 찾아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엔게디 문서는 부분적 피질의 사전정보를 토대로 동일한 피질 조각들을 찾아내고, 이를 분할한다. 하지만 분할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는 잠재적인 텍스트에 불과하다. 이를 텍스트화하기 위해서는 문자와 단어를 식별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두 번째 단계인 텍스처링 단계로 접어든다. 이는 텍스트 표면의 밀도 차에 의해서 발생하는 ‘빛의 세기 값’(intensity values)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문서 표면에 쓰인 문자들은 철과 납 성분의 잉크로 작성되었다. 잉크로 쓰인 표면은 다른 곳에 비해 밀도가 높다. 따라서 잉크가 칠해진 표면은 다른 곳에 비해 밝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밝기를 기준으로 문자 표면과 다른 표면을 구분한다.
마지막 단계는 기하학적 이미지로 생성된 입체적인 가상 이미지를 평평하게 펴서 가시화하는 일이다. 가상적 이미지는 원통 모양으로 구성된 입체적인 이미지이며, 읽기가 어렵다. 따라서 입체적인 3D 이미지를 2D 이미지로 전환하는 과정을 실행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평탄화 과정이라고 명명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엔게디 문서 이미지는 불에 타 소멸된 부분을 제외하고 복원되었다. 그리고 복원된 것은 해독을 위해 의뢰처인 이스라엘 문화재 관리국으로 다시 보내졌다. 이를 분석한 이스라엘 고문서학자들은 기원후 300년쯤에 제작된 문서로 추정하였다. 이렇게 추정된 이유는 당시의 히브리어의 문법적 특성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그 시기 유대인들은 모음 없이 자음만으로 이루어진 문자를 이용했는데, 이 문서의 문자들은 자음으로만 표기되어있다. 또한 문서의 내용은 레위기 1장 1절에서 8절까지의 내용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이 문서는 유대교 의례에 활용된 문서라고 추정되었다. 왜냐하면 이 문서가 유대교 회당의 성궤 같은 상자 안에서 발견되었고 당시 같이 발견된 유물이 ‘동으로 만들어진 일곱 가지가 있는 촛대’와 3, 500개의 동전이 포함되어있는 동전박스 등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완전히 훼손된 고문서의 복원과정을 보면서, 주목 해야 할 사실은 전 세계에 걸쳐 이와 같이 불에 타 완전히 훼손된 고대문서들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 지방에서 발굴된 고문서 역시 불에 타 심하게 훼손된 문서들인데 이러한 ‘가상적 펼치기’의 기술을 활용한다면, 문서가 간직하고 있던 비밀도 세상 밖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으로 나온 정보는 과거의 비밀을 밝혀주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의 ‘가상적 펼치기’에 대한 정보는 "From Damage to Discovery via Virtual Unwrapping: Reading the Scroll from En-Gedi," 《science advance》, 2016 9. 21.를 참조함.
도태수_
한국학중앙연구원
논문으로 <한국 초기 개신교 문서에 나타난 문자성>이 있고, <비평으로서 신화 연구하기>라는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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