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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거나 혹은 중대하거나
필자는 7남매 중 둘째 딸이다. 어머니는 줄줄이 딸 여섯을 낳은 뒤에야, 눈물겨운 막내아들을 얻었다. 대개의 시부모들이 간절히 손자를 기다리던 시절이다. “딸만 낳은 죄인”이라서 막내를 낳을 당시 어머니는 해산기(解産氣)가 있음을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그때 아버지는 친척집 제사로 출타 중이었다. 외할머니는 딸만 둘을 낳았는데, 막내딸인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우리를 키워주셨다. 평범한 나의 가족사가 무슨 소용이라고 이렇게 사설을 늘어놓는지, 독자들이 궁금하실 것 같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무슨 까닭인지 몰라도, 어른들이 나를 “미륵”이라고 부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머니를 통해서 들은 외할아버지 친척 중에는 생업을 돌보지도 않고 불교공부에 묻혀 살던 분이 있었다. 또 ‘육이오 난리’ 통에는 외할아버지가 고창 선운사에 숨어 있다가 인민군에게 붙들려가서 총살을 당했다고 들었다. 그처럼 우리 집안은 나름대로 불교와의 인연이 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초로(初老)에 천주교에 입문하여 독실한 신자로 당신의 생을 마감하셨다. 당연히 어머니의 장례 미사는 평소 다니던 작은 성당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 날 신부님의 집전 태도가 얼마나 정성스러웠던지, 신자가 아닌 나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었다.
금강대학교 초빙교수
hesook56@hanmail.net
논문으로 〈불자 신행교육의 평가를 위한 예비적 고찰〉, 〈불교계의 청소년지원을 위한 정책적 제언〉, 〈구조적 폭력과 분노, 그 불교적 대응〉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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