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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482호-청개구리와 종교학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7. 8. 8. 19:30

 

청개구리와 종교학

news  letter No.482 2017/8/8






   청개구리는 현실의 동물로서보다는 이야기 속 캐릭터로 익숙한 동물이다. 청개구리 이야기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 왔던 것이라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이야기다. 그것은 부모의 말을 안 듣는 청개구리를 ‘불효자’로 이해시켜 말 잘 듣는 아이에 긍정적 가치를 부여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근데 청개구리 짓은 이런 부정적 측면만 가지고 있지 않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힘들겠지만 아이는 부모의 가르침을 벗어나는 경험을 통해서 사회적 관습, 규칙을 주체적으로 학습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위반의 실험을 감행한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도 한다. 종교학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은 이 후자의 측면이다. 금기 위반의 실험.


   종교학은 ‘종교’에 대한, ‘종교인’에 대한, 어쩌면 인간에 대한 일반의 이해에 어깃장을 놓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학과는 다른 길을 걸으려고 할 때부터 종교학은 기존의 종교 이해에 대해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기독교만 가지고 종교 이야기를 하면 그건 인간의 종교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기독교인의 종교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야’라고 하며 종교학자들은 비교종교학을 이야기했다. 또한, 그들은 ‘종교는 신이 있고, 경전이 있고, 성전이 있으며, 또 뭐가 있고 하는 그런 것이니, 신이 없으면 종교가 아니지’와 같은 시각에 대해서도 ‘그건 기독교를 모델로 한 종교이해야. 그건 서구적 종교관에 편향된 시각에 불과해’라고 비판을 가하며 ‘신 없는 종교’, ‘경전 없는 종교’ 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도했다.


   이러한 반골적인 오리엔테이션을 가지고 있는 종교학으로 세례를 받은 이들이 ‘청개구리 짓’에 익숙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들은 ‘이게 우리의 고유한 정신이 담긴 종교 전통이야’라고 하면 ‘글쎄 우리라면 대한민국 공동체인데, 대한민국은 1948년에 생겼으니 고유한 것이라고 말할 게 있을까에 대해 의심스럽고, 고유 정신이나 전통은 담론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여긴다. 또 그들은 신이 있냐 없느냐보다는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래서 그 믿음을 근거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피는 게 더 재미있다고 여긴다. 


   이들은 ‘성상 파괴적’ 아이디어에 친숙하다 보니(그러니 그것을 ‘성상 파괴적’이라고 쓰면 어색함을 느끼는데), 성스러운 권위와 맞닥뜨리면 예의 자연스러운 회로를 작동시키며 그 권위 구성의 골격과 경계를 살피고, 경계 밖의 시각을 상상하고 떠들어 대기 일쑤다. 물론 책상물림들이라 소심하기 이를 데 없어서 사회적 철퇴가 내리쳐지는 자리에서는 입을 다문다. 그들은 그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는 강단과 책 속에서만 자유롭게 떠든다. 그렇다고 위선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 욕할 것도 없다. 온 사회에 운동가들만 넘쳐나는 것보다는 머릿속에서 혹은 캔버스에서 혹은 무대에서 경계를 뛰어넘는 사람들이 있는 게 다채롭고 재밌을 테니 말이다. 


   ‘청개구리 짓’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관념적 반대 같은. ‘그냥 싫어, 싫으니까 싫어’라는 식의. 경계 밖의 사유는 관념적 성격을 갖지만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를 옥죄고 있는 제도, 관습, 신앙의 한계를 넘어서서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세상의 가치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을 믿지 않을 자유가 있는 세상, 제사 지내지 않을 자유가 있는 세상, 남녀차별에서 벗어난 세상, 모든 성정체성이 인정되는 세상, 불평등이 없는 세상, 고통 없는 세상, 어쩌면 인간이 없는 세상까지도(이런 상상이 종교학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다만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사고방식, 관점, 방법론이 담겨 있다는 의미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다만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종교학자들이 청개구리 짓을 제대로 해 왔는지 하는 점이다. 오히려 청개구리 종교학자들에게 종교학은 이미 부정하고 해체해야 할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종교학계에는 ‘종교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등으로 나눠서 이야기하면 된다’든지, ‘기독교 모르면 기독교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마’라든지 하는 학문적 금기들이 넘친다. ‘여긴 신학/교학의 영역이야’, ‘여긴 전통 종교의 영역이야’, ‘여긴 이론의 영역이야’라고 의미 없는 경계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경계와 금기를 넘나들지 못하는 종교학, 거기에 자신의 경계와 금기를 만들기에 급급한 종교학, 그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종연C_

현재 연구소 페이스북을 관리하는 연구소 X연구원. 

https://www.facebook.com/fkirc(연구소 페북 페이지)에서 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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