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사(山寺)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단상
news letter No.598 2019/10/29
지난 2018년 6월 30일, 바레인에서 개최된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Sansas,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하였으며, 이로서 ‘산사’는 한국의 13번째 ‘세계유산(world heritage)’이 되었다. 여기서 ‘세계유산’은 1972년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에 의거하여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유산을 지칭한다. 2018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는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이며, 순천 선암사(태고종)를 제외하고는 모두 조계종 사찰이다. 이로써 이 7 사찰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 다른 사찰과 차별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확인시켜주는 로고를 사찰명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한국 측에서 어떠한 기준/근거로 평지가람이 아닌 산지가람을,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많은 산사 중 앞에서 언급한 7 사찰을 “한국 전통사찰의 고유한 특성을 대표”하는 곳으로 선정하여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였는지 그 사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추진위원회 측에서는 이들 사찰이 7~9세기 창건 후 신앙, 수도, 생활의 기능을 유지한 종합 승원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았다고 발표하였다. 사실 전통 산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장기간 준비된 사업으로 전 정권에서 대통령(이명박) 직속기관이었던 국가브랜드위원회(2009~2013)가 내부에 ‘전통사찰 세계유산 추진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주지하다시피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을 통해 대내외적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출범한 기관이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해체되고, 2014년 8월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산하에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이하 등재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조계종단은 등재추진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등재추진위원회는 조직도에서 확인되듯이 조계종단이 일방적으로 이끄는 단체가 아니다. 즉 추진위원회는 조계종 총무원장(위원장), 문화재청 차장, 12개 지자체 단체장으로 구성되고, 집행위원회는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위원장) 문화재청 활용국장, 5개 광역 담당국장, 전문위원회위원장(학계전문가)으로 이루어졌으며, 행정위원회는 문화재청 세계유산팀장, 문화재청 보존정책과장, 12개 지자체 담당과장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종단,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산사의 세계유산등재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재청의 문화유산팀은 “세계유산 등재는 준비과정부터 문화재청과 외교부, 해당 지자체, 7개 사찰,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위원장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 모두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다.”라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에 관한 규정’(문화재청예규 제188호)에 따라 문화재청장이 잠정목록(tentative list), 우선등재목록, 등재신청 후보 등을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은 주목할만하다. 참고로 문화재청은 현재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려놓고 있으며, 국가문화유산포털(http://www.heritage.go.kr)에서 운주사의 “유산적 가치는 대형 석불과 다불, 많은 탑과 칠성석 등을 통해 구현”되며, 이들의 “독특한 양식과 표현을 통해 운주사는 불교, 밀교, 도교, 천문학 등 다양한 문화적, 종교적 교류의 결정체“임을 보여준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로써 중앙행정기관인 문화재청은 종교 관련 전통문화재의 보존•관리를 넘어 특정 종교문화를 평가하고 세계유산으로 선별하여 유네스코 등재신청을 추진하는 새로운 역할과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세계유산 등재가 결국 국가 간 협약에 의거한 것이고, 등재 절차 또한 이 협약에 가입한 각국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잠정목록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물을 것은 왜 한국의 정부와 종교계(불교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그토록 매진하는가이다. 여러 조사결과는 세계유산 등재가 관광객 증가와 같은 경제적 효과는 물론이고 교육적, 사회적, 환경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결론 내리고 있는데, 여기서 세계유산 등재사업이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으로 각광 받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미 각국의 정부는 유네스코 유산목록에 ‘세계유산’뿐 아니라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이란 이름으로 자국의 문화 아이템을 되도록 많이 등재하고자 자국의 경제적, 정치적 역량을 총동원하면서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혹자는 유네스코를 ‘문화전쟁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싼 과열된 국가 간 경쟁은 종종 이웃 국가와의 영토분쟁이나 역사적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2008년 캄보디아가 태국과의 국경분쟁 지역에 있는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세계유산으로 추진하자 이 두 국가 사이에 무력 분쟁이 다시 발발하기도 하였다. 이는 역사갈등을 겪고 있는 한•중•일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 과학, 문화, 정보 소통(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촉진해 세계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유네스코의 자기 정체성과도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학자가 세계유산 등재와 같은 유네스코의 프로그램이 각국의 문화정책과 문화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한국 문화정책의 변화를 다룬 일련의 선행연구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지면상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대신 「세계유산 '山寺', 경제효과는?」(『이데일리』)이라는 제목의 한 신문기사를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해당 기사는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된 날로부터 정확히 13일 후인 2018년 7월 13일에 나온 것이다. 기사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국내외 관광산업의 발달로 지역경제가 발전하며, 지역 및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고취되고 유산 보호를 위한 책임감이 증가되면서 정부와 대중의 지원과 참여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관광객이 40%의 증가하였으며, 제주의 경우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후 관광객이 이전보다 두 배 늘었으며, 이후 8년간 발생한 직간접적인 경제효과가 10조 원에 이른다는 제주세계유산본부의 발표를 인용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의 정확성을 떠나 세계유산 등재의 주된 의미와 목적이 과연 민족적 자긍심과 국가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국내외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여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데 있는 것인지 반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혜란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으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새로운 종교현상>, 〈젠더화된 카리스마〉, 〈현 한국사회에서 합동천도재의 복합적 기능에 대하여〉, 공저로는 <한국사회와 종교학>, 〈신자유주의 사회의 종교를 묻는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