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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827호-참혹한 4월, ‘네버 네버 랜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4. 4. 23. 16:48

Never-never Land

참혹한 4, ‘네버 네버 랜드’

 

news letter No.827 2024/4/23

 

 

 

“4월은 잔인한 시작하는 T.S. 엘리엇의 , 〈황무지(The Waste Land) 서문에 등장하는  쿠마에 무녀((The Cumaean Sibyl) 소원은 죽고 싶어. 4월이 잔인한 것은 죽음을 원하는 생명마저 되살아나는 대자연의 불문율 때문인가.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4월은 잔인한 , 죽은 땅에서 라일락 꽃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이렇듯 무르익어가는 , 4월에 대한 엘리엇의 시의 정취와 감상은 지구의 반대편 남반부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호주에 이민을 오기 직전에 주위 사람들이 말했다. “공기 좋고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에 가게 되어 좋겠다.” 호주에 대한 막연한 상상은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 광활한 대지 위에 뛰어다니는 캥거루, 아름다운 색색의 식물,  새해의 발을 알리는 시드니 항구의 화려한 불꽃 놀이 등으로 인상지워져 있다. 그러나 1800년대 후반기에서 1900년대 초반부, 호주의 적막한 자연 풍광은 1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남산 타워와 제주도의 한라산, 경주 불국사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한국에서 살아온 기억이 아니듯, 이전에 떠올렸던 호주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는  지나간 달력에 붙은 사진처럼 희미하다.

 

 

 

호주의 광활한 대지가 초겨울로 들어서는 4월이 되면, 스산한 바람과 차가운 기운이 대지를 덮는다.  그들은 “죽음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커다란 고목처럼 말을 걸어온다.  나는 전장(戰場)에서 쓰러진 노장(老將) 같은 고목이 묻힌 붉은 위에서 생명의 또다른 의지를 본다.  그리고  노르웨이 이민자 출신의 시인 헨리 로손(Henry Lawson, 1867-1922) , “Never-never Land” 시구(詩句) 깊이 침잠한다.

 

                          Never-never Land
 

                                                                  Henry Lawson

 
By hut, homestead and shearing shed,
By railroad, coach and track-
By lonely graves where rest the dead,
Up-Country and Out-Back:
To where beneath the clustered stars
The dreamy plains expand-
 
 

My home lies wide a thousand miles
In Never-Never Land.
It lies beyond the farming belt,
Wide wastes of scrub and plain,
A blazing desert in the drought,
A lake-land after rain;
To the skyline sweeps the waving grass,
Or whirls the scorching sand-
A phantom land, a mystic realm!
The Never-Never Land
 
 
 
Where lone Mount Desolation lies
Mounts Dreadful and Despair-
‘Tis lost beneath the rainless skies
In hopeless deserts there;
It spreads nor-west by No-Man’s Land
Where clouds are seldom seen
To where the cattle stations lie
Three hundred miles between
 
 

The drovers of the Great Stock Routes
The strange Gulf country Know
Where, travelling from the southern droughts,
The big lean bullocks go;
And camped by night where plains lie wide,
Like some old ocean’s bed,
The watchmen in the starlight ride
Round fifteen hundred head
 
 

Lest in the city I forget
True mateship after all,
My water-bag and billy yet
Are hanging on the wall;
And I, to save my soul again,
Would tramp to sunsets grand
With sad-eyed mates across the plain
In Never-Never Land
            
                             
네버 네버 랜드

 

                                                   
                                                                 헨리 로손, 최현주 역

 

오두막과 농가를 지나 양털 깎는 헛간 옆,
지나가는 기차와  마차의 길을 넘으면
홀로 영면하는 죽은 이들의 무덤 곁,
황망하고 참혹한 땅을 감싸는
별들이 모인 하늘 아래
꿈결 같은 평원이 펼쳐진 이 곳,
 
 
나는 수 천 마일을 넘어선
네버 네버 랜드에 산다네
그곳은 논과 밭을 넘어서 있고,
광활한 덤불과 평야가 펼쳐져 있네
가뭄에는 불타는 사막이 되고,
폭우가 머물다 가면  광대한 습지가 펼쳐진다네.
저 먼 지평선까지 들풀은 흐느껴 울고
모래바람은 사정 없이 휘몰아치네.
환상의 대지, 신비의 나라
네버 네버 랜드
 
 
홀로된 적막한 산 위를 가로지르는 참담한 절망의 산맥,
가물은 하늘 아래 희망을 상실한 사막이 숨죽여 사는 곳
그곳은 북서향 누구도 살지 않는 대지를 지나
희멀건 구름이 드문드문 보이는 저기 저 끝까지 어깨를 펼치고 가네
3백 마일 넘어선 그곳에는
소에게 풀을 먹이는 정거장이 들어섰다네
 
 
 
거대한 소들을 몰고가는 길 위의 목동,
바다가 땅으로 기이하게 파고 들어간 그곳은 알고 있다네
남향의 메마른 한 때를 떠나 보내고
크고 마른 황소들이 머물다 지나가는 곳,
밤이 오면 편편한 땅 위에 텐트를 치고,
마치 오래된 바다 위에 누운 것마냥
별빛 따라가는 목동들,
천 오백 마리 머리를 헤아리며 말 위에 오르네
 
 
나는 도시에서 맺은 묵직한 우정을 잊지 않고자,
물주머니와 주전자를 벽 위에 걸고 산다네
또다시 잠긴 내 영혼을 구하기 위해
나는 서늘한 눈매를 한 벗들과 함께
평원을 떠돌듯 걷기로 했네
네버 네버 랜드에서 맞게 될 장엄한 석양을 향해

 

 

네버네버 랜드’는 아웃백(outback)이라고 불리는호주 퀸즈랜드 주의 북서부 지역을 의미한다. 죄수로 끌려온 이들에게 이곳은 다시는 고국으로 돌아갈 없는 저주 받은 절망의 땅이다. 그러나 이곳은 원시 자연의 세계를 넘어, 동서양 문명이 이주하는 삶의 터전이 된다. 시의 서사와 묘사는 초기 이민 시대의 호주 풍광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안에서 일어났던 근대 문명의 광풍, 참혹한 살육전이 있던 당시에도 빛났던 무수한 별들, 상상 너머의   네버 네버 랜드 본다. 1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기차에서 바라보는 호주 대륙의 적막한 풍광은 거대한 자연에 대한 참혹한 미감과 함께 바람처럼 스치며 간다. 겨울에 들어서는 지금 4월엔 더욱 그렇다.

 

 

 

추천 자료

The Never Never – Scenes from the top end of Australia in 4K | ABC Australia

https://www.youtube.com/watch?v=ZF9QnHNVAH4

 

 

 

 

 

 

 

 

최현주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종교학을 전공하고 호주로 이민하여 살고 있다. 향후 호주 원주민 문화와 한국학 비교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에 호주와 인도에서 “Cultural archetypes in K-Drama and religious influences in Korean media”를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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