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뉴스 레터

847호-요가는 종교인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4. 9. 11. 22:38

요가는 종교인가?

 

news letter No.847 2024/9/10

 

 

 

 

2009년 미국 미주리주는 요가 스튜디오들에 대해 판매세(sales tax)를 부과하였다. 미국의 판매세는 상품 판매와 서비스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으로서 우리 사회의 부가가치세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것이다. 그동안 미주리주는 축구장 입장료, 체육관 회비, 음악회 입장료 등은 여가산업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판매세를 부과했지만, 요가 스튜디오의 강습비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그런데 미주리주 대법원이 각종 체육관에서 행해지는 퍼스널 트레이닝 강습비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고 판결하자 주 정부는 요가 스튜디오에도 과세 통지서를 보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요가 스튜디오의 운영자, 요가 강사, 강습생 등 요가 애호가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면서 요가는 스트레칭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체적 정신적 훈련을 명상과 결합한 요가는 에어로빅이나 태보(Tae Bo: 태권도와 권투, 에어로빅의 요소를 조합한 운동)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들에 의하면 요가는 돈으로 사는 구입품(purchase)’이 아니라 영적 실천이자 영적 추구로서 종교적인 것에 속한다. 따라서 요가 스튜디오는 교회나 사찰과 같은 종교단체처럼 면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최근 서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SBNR(“I am spiritual but not religious”)와 관련된 논의는 이 맥락과 문제의식이 다르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물론 과세 당국도 종교와 레크레이션을 구분하고 있었다. 사원에 가서 요가를 행하는 것과 피트니스 센터에서 제공되는 요가 수업을 구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볼 때 스튜디오에 가서 강습비를 내고 요가를 하는 것은 피트니스 센터의 요가수업과 비슷한 것이었다. 따라서 요가를 종교적 차원에서 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원이나 종교기관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고 요가 강습비를 받는 곳에만 과세 고지서를 보냈다. 그리고 판매세는 종교에 대한 규제나 간섭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합법적인 과세임을 재삼 강조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요가 스튜디오는 예배(worship)의 공간이 아니라 피트니스와 레크레이션의 장소였던 것이다.

 

이처럼 양 진영은 나름의 논리를 동원하여 팽팽히 맞섰지만 미주리주 정부가 정책을 철회함으로써 결국 요가 애호가들이 승리하였다. 워싱턴주와 코네티컷주, 버지니아주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란이 일어났었는데 요가 스튜디오에 대한 과세 정책은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한편 2013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부근의 한 공립초등학교에서는 요가 애호가들의 권유로 체육 시간에 요가를 도입하였다. 그러자 자신의 아이들이 요가 수업을 받는 것에 불만을 가진 보수적인 기독교인 학부모 2인이 소송을 제기했다. 요가는 종교적인 것이므로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였다.

 

소송 과정에서는 원고 측의 전문가로 종교학자도 등장했다. 인디애나 대학의 종교학 교수 캔디 브라운(Candy Gunther Brown)은 학생들이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요가 수행은 그들에게 힌두교적 관념을 주입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요가 수행은 행위자의 뇌와 사고를 변화시켜 오컬트의 세계로 인도하는 일종의 관문 마약(gateway drug)’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하였다.

 

한편 요가를 도입한 학교 측은 요가가 종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요가 수업과 관련하여 몇 가지 조치를 취하였다. 기존의 요가에서 등장하는 산스크리트어를 사용하지 않고, ‘나마스테라고 하는 인사말도 생략하였다. 요가에서 등장하는 여러 자세도 아이들에게 친근한 표현인 고릴라 자세, 거북 자세, 공작 자세, 전화기 자세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연화좌(lotus pose)’책상다리로 불렀다.

 

양 측의 의견을 경청한 판사는 결국 학교 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판사에 의하면 요가는 힌두교에서 기원하였지만, 근대적 요가(modern yoga)세속적미국사회에 깊이 뿌리 내렸기 때문에 명백한 미국적 문화현상이다. 따라서 공립학교의 체육 수업에서 이러한 요가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두 논쟁은 서로 다른 사안이지만 요가는 종교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두 사안의 관계를 좀 더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만일 요가를 종교로 간주하게 되면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요가를 공립학교의 프로그램으로 도입하기는 어렵다. 이와 반대로 요가를 종교의 범주에서 제외하면 공립학교 프로그램으로 진출하기 쉽지만 면세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따라서 면세 혜택공교육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앞서 보았던 대로 요가 애호가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에는 요가는 종교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담론 전략이 작동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전략 속에서 요가는 종교이기도 하고 종교가 아니기도 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요가는 종교인가?”라고 하는 추상적 물음 자체는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누가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요가의 종교성 혹은 비종교성을 주장하는가를 살피는 것이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 숨어 있는 발화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살피는 것이 종교 연구자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

 

 

 

이진구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주요 저서로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 《한국 근현대사와 종교자유》, 《한국종교학: 성찰과 전망》(공저), 《세속주의를 묻는다: 종교학적 읽기》(공저) 등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