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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865호-컬트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5. 1. 14. 14:42

컬트

 

news letter No.865 2025/1/14

 

 

 

종교사회학의 연구 주제 중 하나는 종교조직론이다. 이원규 감신대 명예교수가 저술한 종교사회학의 이해(사회비평사, 1997)‘10장 종교조직의 발전은 종교조직에 대한 다양한 국내외 이론을 다룬다. 여기에는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맥과이어(McGuire)가 정리한 네 가지 대표적인 종교조직 유형(교회, 종파, 교파, 제의)이 소개된다. 맥과이는 두 가지 변수를 통해 종교조직을 구분한다. 첫 번째 변수는 종교집단과 지배사회와의 관계(긍정적/부정적)이며, 두 번째 변수는 종교집단 스스로가 갖는 정당성 정도(일원적/다원적)이다. 이 두 가지 변수에 기초한 종교조직 유형 설명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교회(church)는 자체를 독특하게 혹은 유일하게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며 사회와는 다소 긍정적인 관계성 가운데 있는 종교조직이다. 종파(sect)는 자체를 유일하게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배 사회와는 다소 부정적인 관계성 가운데 있는 종교조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교파(denomination)는 사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종교적 집합체들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조직이다. 제의(cult)는 다른 종교집단의 정당성 주장을 받아들이지만 사회와는 부정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종교조직이다.”(이원규, 363)

 

용어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사례를 통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교회는 ‘00교회와 같은 작은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통합성과 종교 내적 통일성 및 위계가 강력한 큰 규모의 종교집합체를 의미하는데, 대표적으로는 로마 가톨릭을 들 수 있다. 교파는 그런 큰 규모의 종교조직 내부에 있는 하위 조직체인데, 개신교를 예로 든다면 장로교, 감리교 같은 것을 의미한다. 종파와 제의는 대체로 작은 규모의 신생 종교집단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종교운동(New Religious Movements, NRMs)의 맥락에서 주로 언급된다. 종파는 통상 기존 종교 내부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제의는 여러 종교적 요소가 혼합되어 새롭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유형별 정의에 의하면, 네 가지 종교조직 유형 중에서 사회와의 관계 및 타종교와의 관계에서 가장 유연한 것은 교파이다. 반면, 종파는 교파와 성격이 정반대인데, 종파는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가장 고집이 세다. 이와 달리 교회와 제의는 모두 중간적 성격을 지니지만 강조점이 다르다. 교회는 사회와는 유연한 관계를 갖지만 종교적으로는 자기주장이 강한 반면, 제의는 종교적으로는 유연하지만 사회와는 관계가 껄끄럽다. 여기에서 제의가 종교적으로 유연하다는 것은 여러 종교적 요소를 혼합하여 수용한다는 의미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종파가 일반적으로 특정 종교 내에서 이른바 근본주의적 신앙을 취하는 것과 구별된다. 제의 곧 컬트는 이러한 종교 혼합적 성격과 지배사회와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일반적으로 사이비 종교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종파는 경우에 따라 이단으로 불리며 논란이 되기도 한다.

 

맥스 커틀러(Max Cutler)와 케빈 콘리(Kevin Conley)가 공동 저술한 컬트: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을유문화사, 2024)에는 9명의 컬트 지도자가 소개되는데 그 명단은 다음과 같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 찰스 맨슨(Charles Manson, 1934.11.12-2017.11.19), 아돌포 데 헤수스 콘스탄소(Adolfo de Jesús Constanzo, 1962.11.1-1989.5.6), 바그완 슈리 라즈니쉬(Bhagwan Shree Rajneesh, 1931.12.11-1990.1.19), 짐 존스(Jim Jones, 1931.5.13-1978.11.18), 데이비드 코레시(David Koresh, 본명 버넌 웨인 하월, 1959.8.17-1993.4.19), 키스 라니에르(Keith Raniere, 1960.8.26-현재), 마셜 애플화이트(Marshall Applewhite, 1931.5.17-1997.3.26), 캐나다에서 활동한 로크 테리오(Roch Thériault, 1947.5.16-2011.2.26), 우간다에서 활동한 크레도니아 음웨린데(Credonia Mwerinde, 1952-생사불명).

 

소개된 컬트 지도자들은 대체로 기독교적 배경을 가지지만, 인도종교나 민간신앙과의 혼합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교리와 세계관을 설파했다. 이와 관련하여 컬트의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카리스마적 컬트 지도자는 자기한테 유리하다 싶으면 핵심 원칙조차도 저버린다. 내심 이들이 따르는 규칙은 단 하나뿐이다. ‘뭐든지 간에 내가 원하는 것은 가지며, 그걸 얻기 위해 무슨 말을 하든 상관이 없다.’”(컬트, 176)

 

최근 윤석열의 12.3 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온 나라가 심란하고 떠들썩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차차 밝혀지겠지만 그 원인들 중에는 종교 관련 문제도 포함될 것이 분명하다. 실상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종교 관련 논란은 계엄 사태 이전부터도 계속 있었다. 특히 손바닥 , 천공스승, 건진법사... 끊이지 않는 무속 논란”(한겨레신문, 2022.1.18)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계엄 사태 직전에 보도된 대통령 부부 주술 스캔들에 국가가 휘청이다”(한겨레21, 2024.11.24)에 의하면, 김건희 여사가 조언을 구하는 명리학자나 무속인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여기에 덧붙여 윤석열과 일부 개신교와의 긴밀한 관계도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왔다. 특히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는 대선 이전부터도 지적되었던 부분이다(‘전광훈이 사랑한 윤석열, 이유 있었다’, 쩌날리즘, 2021.7.1).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종교와의 관련성을 컬트라는 종교 조직론의 차원에서 접근해 볼 수 있을까? 직감적으로는 높은 관련성이 감지되지만 아직은 차근차근 따져 보아야 할 요소들이 많아 보인다. 예컨대,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컬트 지도자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어떤 면에서 이 부부는 지도자라기보다는 열렬한 신도의 입장에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이 믿음에 근거하여 국가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앉았다는 사실 때문에 외견상 컬트 지도자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또한 이 부부와 일군의 추종자들을 온전한 의미의 컬트 종교 유형으로 보는 것도 무리다. 다만 컬트적 요소를 지닌 정치체로 보고, 이 집단을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종교조직론을 활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본격적인 분석 작업은 모든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가 되겠지만, 우선 이 집단에 어울리는 적절한 호칭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ChatGPT 4o에게 물어보았다.

 

김건희 여사의 영향력이 두드러지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하는 집단을 컬트적인 느낌으로 표현하려면, 두 분의 이름을 결합하여 '건윤파(建尹派)'라는 명칭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은 김건희 여사의 이름에서, '()'은 윤석열 대통령의 성에서 따왔으며, '()'는 특정 사상이나 인물 중심의 집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건윤파'는 김건희 여사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하는 컬트적인 집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으로 적절할 것입니다.”(ChatGPT 4o)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이른바 사이비 교주를 전문적으로 취재했던 장운철 기자는 얼마 전 나는 교주다(파람북, 2024)라는 책을 발표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지난 30년 동안 직접 취재했던 다양한 교주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음은 그 한 대목이다.

 

시한부 종말론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게 ‘2030418일 종말설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이를 역시 직접 만났다. (중략) 그는 자신의 주장이 확실하다는 증거로 그해(2019) 519일부터 3일 동안 온 세상이 캄캄해지는 흑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 만약 그 흑암 현상이라는 게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 = 확실합니다. 반드시 일어납니다. - 만약의 경우입니다. 그 일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 사과해야죠.

그는 사과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2019519. 그가 주장한 흑암 현상이라는 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다. 흑암 현상에 대해 다시 물었다. 그는 결국 사과했다.”(나는 교주다, 177-178)

 

명확한 출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윤파는 새해(음력설)까지만 잘 견디면 좋은 날이 오리라 믿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 믿음이 실현될까? 2025111일 현재 그 믿음이 실현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만약 그 믿음이 좌절된다면, 그들은 사과를 할까? 두고 볼 일이다.

 

 

 

 

 

김재명

건양의대 의료인문학교실

최근 저서로 죽음학교실(공저), 세속주의를 묻는다(공저), 논문으로 의학적 시선의 재조명: 현대 의료에서 전인적 패러다임의 부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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