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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에게 종교를 묻다
news letter No.869 2025/2/11
중국에서 개발된 AI 딥시크(DeepSeek)가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내가 기술이나 경제적인 면에 관해 이야기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사용자로서 쓸만한 인공지능 검색이 하나 더 생겨 흥미로울 뿐이다. 나 역시 더듬거리며 사용하기 시작했기에, 이 친구들의 재능을 파악하는 데 한참 걸릴 것이다. 그래도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여러 검색을 비교해 보고 소박한 사용기를 올린다. 엄밀한 비교가 될 수는 없지만 연구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인문학 연구자로서 제일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언어 처리 능력이다. 많은 분이 이미 인공지능 검색을 번역과 요약에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기대를 거는 건 언어 데이터의 수집과 정리이다. 이전에는 다루지 못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교학적인 질문을 던질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종교학도로서 내가 품고 있는 질문은 “사람들이 무엇을 일컬어 종교라고 하는가?”이다. 정진홍 선생님 강의에서 처음 들은 이래, 지금도 묻게 되는 질문이다. 내게는 종교 정의의 어려움 속에서 유효한 길잡이다.
그래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검색들에 이 질문을 던지며 비교해 보았다. 다만 이 친구들은 질문이 구체적이어야 결과물이 좋아, “21세기 사람들은 무엇을 종교라고 부르는가?”라고 질문을 약간 바꾸었다. 미리 이야기하건대 이들이 내놓는 답이 신박하지는 않다. 질문이 어설퍼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질문을 통해서 다양한 ‘도구들’을 소개하는 것이 글의 목적이다.
질문: “21세기 사람들은 무엇을 종교라고 부르는가?”
1. ChatGTP https://chatgpt.com/
챗GPT는 처음으로 우리에게 소개되어 충격을 안겨준, 잘 알려진 인공지능 검색이다. 질문에 대한 챗GPT의 답은 “현대인들은 종교를 단순히 초월적 존재에 대한 신앙 체계로만 보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다양한 활동과 사상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이다. 이어서 “전통적 종교의 지속과 변화, 새로운 형태의 영성 추구, 종교의 사회적 역할 재조명”이라는 세 항목에 걸쳐 상술하였다. 챗GPT의 답은 무난하다. 정답에 가까운 답이어서 놀랍기도 하지만, 여러 정보를 포용하는 안전한 표현을 사용할 때가 많다.
이번 질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데, 챗GPT는 모르는 질문은 받으면 그럴듯한 답을 꾸며내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왜 그런 답을 했는지 출처를 밝힌다면 신뢰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데, 이제 챗GPT도 질문 뒤에 “온라인에서 조사해 줘”라는 문구를 붙여 물으면 출처 표시가 되어 더 나은 답을 얻을 수 있다.
2. DeepSeek https://chat.deepseek.com/
딥시크는 무려 10개의 항목을 나열하며 서술하였다. “전통 종교, 새로운 영성 운동(New Age Spirituality), 세속적 신념 체계, 온라인 종교와 디지털 영성, 개인화된 종교(DIY Religion), 테크노-영성(Techno-Spirituality), 컬트 및 대체 종교, 문화적 종교, 팬덤과 종교적 유사성, 무종교와 세속화” 중복된 내용도 있어 잘 정리된 목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더 많은 자료를 참조한 결과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채로운 내용을 기대한 나로서는 이쪽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종교’라는 단어는 단순히 전통적인 신앙 체계를 넘어, 개인의 삶에 의미와 목적을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믿음과 실천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챗GPT와 비슷한 답이지만 더 간결하다. 지금 화제가 되는 것이, 딥시크가 챗GPT에 비해 떨어지지 않거나 더 나은 성능을 보인다는 점인데, 종교 관련 답변에서도 나는 딥시크가 미세하지만 더 낫다고 생각한다.
3. Perplexity(Pro) https://www.perplexity.ai/
내가 주로 사용하는 인공지능 검색은 퍼플렉시티이다. 퍼플렉시티의 답은 챗GPT와 거의 같았다. “전통적 종교의 변화, 새로운 형태의 종교, 종교의 역할 변화” 세 항목을 서술한 후, 종교가 “개인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며, 윤리적 가치를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신념 체계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퍼플렉시티의 장점은 답변의 출처를 철저히 밝혀서 무엇을 근거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거의 모든 문장에 출처 링크가 각주로 달려 있다. 이 답변의 경우 20개의 소스를 바탕으로 한다고 밝혀놓았다. 위의 질문에 “영미권 자료를 포함해서 알려줘”라고 덧붙여 다시 물으니, 이번에는 소스가 37개로 늘어났다. 소스 내용을 보면 한국어 자료는 미디어 자료가 많은 편이고, 영문 자료는 공개된 논문이나 출판사 웹페이지의 비중이 높았다. 이렇게 출처를 확인해 가며 답을 검토할 수 있기에, 현시점에서 학술적 용도로 쓰기 좋은 인공지능 검색이다.(사실 유료 버전을 사용했기에 비교가 불공정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려둔다.)
4. Claude https://claude.ai/new
클로드는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고, 논문 참조 비율도 높은 인공지능 검색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사용해 본 바로는 간결한 답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 위의 질문에 대해서는 “전통적 종교 형태의 다양성과 변화, 개인화된 영성, 세속화와 동시에 종교적 열망 지속, 글로벌 문화와 연결된 종교 경험”에 관한 몇몇 사항을 제시하였다. 결론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 친구의 장점은 두고 봐야겠다.
5. Scispace https://typeset.io/
사이스페이스는 논문을 검색해서 답을 찾기에, 연구자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질문을 던지니 5개의 영어 논문을 분석해서 답을 내놓는다. “Pagan and Spiritual Practices, Religion in Public and Academic Discourse, Redefining Religion and Spirituality” 세 항목에 관해 설명한다.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지만 학술적 용어로 구성되어 있고 인용 논문도 확실하다. 무료 버전이라 5개 논문을 사용한 것이고, 유료 버전의 질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6. 감마 https://gamma.app/
인공지능 검색은 아니지만 함께 소개하고픈 녀석이다. AI로 PPT를 제작해 주는 서비스이다. “21세기, 우리는 무엇을 종교라 부르는가?”라는 제목의 강연 자료를 만들라고 시키니, 그럴듯한 프레젠테이션을 금방 만들어준다. 페이지마다 필요한 표와 그림도 들어있다. 그림은 내용에 맞추어 만들어준다. 위의 그림은 “세속화와 새로운 영성의 등장”이라는 페이지에 삽입된 그림으로, AI가 제작한 그림이기에 내가 주문해서 그림을 바꿔줄 수 있다. 원래는 앉은 남성의 뒷모습이 보이는 그림인데 여성으로 바꾸어달라고 하니 위의 그림을 그려주었다.
결론이라고 할만한 내용은 없다. 21세기 사람들이 무엇을 종교라고 부르는지 결론을 내는 것이 글의 의도가 아니다. 다만 인공지능 검색들이 그 답을 찾는 과정을 비교하고 싶었다. 처음에 챗GPT를 접하고 질문을 던졌을 때는, 평균적인 답을 내놓는 모범생, 방어적 글쓰기에 급급한 친구로 보였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도 해답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여러 친구가 경쟁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도 이들의 답을 찾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함께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방원일_
숭실대학교 HK연구교수
블로그: http://bhang813.egloos.com
주요 논문으로 〈원시유일신 이론의 전개와 영향〉, 〈한국 개신교계의 종교 개념 수용 과정〉 등이있으며, 지은 책으로 《메리 더글러스》, 옮긴 책으로 《자리 잡기》, 《자연 상징》 《(개신교 교사들이 본) 근대전환공간의 한국종교 I: 1879~19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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