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종교 news letter No.855 2024/11/05 어찌 보면 그 차원과 성격이 다른 용어를 맞붙이는 것이, 독자들 심경에 불편을 끼칠까 봐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근년에 빈번하게 내 생각 속을 헤집고 다니는, 저 어휘들의 의미를 솔직히 짚어보고 싶다.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간주하며 한 걸음 물러나서 본다고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레바논- 이란 등지에서 반복되고 있는 전쟁과 테러야말로 인간이 초래할 수 있는 폭력의 최극단이다. 그 폭력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꼬리표 즉, 민족 · 종교를 거듭 주목한다. 특정 종교의 신앙심에 투철한 성년의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다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나는 이 혼돈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news letter No.811 2024/1/2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는 이때쯤이면 우리는 누구나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려 한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든 해도 드물 것 같다. 3년에 걸친 코로나 질병은 잦아들었지만, 사회 구석구석에서 알게 모르게 큰 변화가 일어났고 뉴노멀이란 말이 일상화되어 있다. 아직도 정상화되지 못한, 무엇인가 다른 새로운 생활 패턴을 향하려는 우리 주변의 변화를 목도하게 된다. 우리는 전례 없는 불안정 속에 처해 있다. 가까이는 국내 정치의 혼란과 경제적 불안정, 그리고 격화된 북한과의 대결 상황은 더욱 우리를 불안으로 내몬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2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우크라이나 전쟁을 합리화하는 러시아 정교회 수장 news letter No.722 2022/3/22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관계에 초점을 두어 이 전쟁을 보고자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의 80% 이상이 정교회 신자로, 세계에서 러시아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많은 정교회 신자가 산다.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는 모든 정교회 교구는 러시아 정교회 소속이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시기 정치적으로 탈러시아화하는 방향성이 가속화되면서 종교적으로도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반면 러시아 정교회는 ‘하나의 러시아(russkii mir)’원칙을 고수한다. 모스크바 교구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우크라이나 교회의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