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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神의 망령은 聖靈을 왜곡한다
2009.10.20
2009년 개신 교단들의 9월 총회가 완료되었다. 본인이 속한 예장(통합)의 제 94회 총회주제가 '하나님을 기쁘시게(요8:27,시37:4)'였다. 대다수 개신교단의 총회주제도 이런 주제의 범주 안에 들어있을 것이다. 엇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교단들의 총회가 끝나고 10월중에는 교단별로 노회가 진행된다. 현재 개신교단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개신 교단은 교단단위의 통계는 물론 개교단내부의 통계조차도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렵다. 이는 개신교가 교리적 이유 또는 정치적 이해득실로 쉽게 이합 집산하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많은 교단들의 총회동향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다행히 현대 한국 개신교를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특성이 있기에 그 특성으로 전체를 조망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현대 한국 개신교의 특징은 영혼구원이라는 대 명제에 의해 움직인다. 영혼구원은 불신자를 신앙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 지점이 묘하게 천민자본주의의 속성인 물량주의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물량주의가 가져다주는 거대한 교권과 패권의 유혹 앞에 과연 영혼구원이 무엇을 함축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사라져 버린다. 누가 구원받아야 할 영혼이며 누가 구원의 은총을 매개해 주는 고상한 영혼을 지닌 존재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여유가 없다. 물론 구원받은 영혼과 구원 받아야 할 영혼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이 야기하는 선민의식과 맹목적 추종의식은 다른 기회에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2009년 개신교 총회의 동향이 안고 있는 함의를 살펴보겠다.
전술한대로 한국개신교는 영혼구원이 제일 소중하기에 각각의 영혼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회집시켜 회심의 증상중 하나인 예배를 드리게 하는 것이 급선무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이 동원된다. 쾌적하고 웅장한 건물에 매료되는 현대인들의 특성에 맞게 대형예배당을 건축하고, 대형버스를 돌리며, 심지어 이웃 교회를 쓰러트려 내 교회를 살찌우려는 전략까지 동원된다.
신축 아파트단지에 이사 온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 분이 트럭에서 이삿짐을 내리고 있는데 두 교회의 전도 팀이 다가왔다. 두 전도 팀이 자기 교회 팀이 먼저 도착했다며 상대팀보고 물러가라고 다투었다. 그 분은 마치 자기가 교회의 사냥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두 팀 다 꺼져버리라고 소리쳤다. 그 후 그는 결국 교회의 안티가 되고 말았다. 두 교회의 전도팀이 이삿짐까지 옮겨주면서 영혼을 구원하겠다는 그 열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교회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영혼을 구원한다면 결국 그 영혼 구원이라는 명제는 보편적 존재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개교회의 건물 안에 귀속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럴 때 종교의 성성(聖性)은 증발하고 세속화되며 물량주의는 결국 물신주의로 진화한다. 어느 종교이든 물량주의는 의도적으로 벗어나려 노력하지 않으면 어느새 물신이 되어 그 종교가 표장하는 신을 대체한다. 그래서 현대 자본주의하의 모든 종교의 모습은 대동소이해지고 있다. 종교마다 경전만 다를 뿐 찬송하고 찬불하고, 기도하고 염원하고, 설교하고 설법하고, 전도하고 포교하는 등등. 종교마다 고유한 특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는 인류의 위대한 정신적 자산을 상실하는 서글픈 일이다.
물신의 망령은 성령을 왜곡한다. 변질이나 왜곡은 명백한 적대자보다도 더 위험하다. 명백한 적은 구별이 가능하나 변질된 상태는 분별하기가 어렵다. 예수는 이런 위험성을 간파하고 자주 한적한 곳을 찾아 홀로지내며 인위적 유혹에 물들지 않으려는 노력을 했다. 또한 당대 권력의 정변에 섰던 사람들의 부조리를 지적하고, 어렵게 사는 익명적 존재들 속에 거하며 그들을 보살폈다. 그런 익명적 존재들이라도 거대한 집단을 이루어 자기를 따라 올 때 세력화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흩어버렸다. 예수는 물량주의가 곧 물신주의가 되어 결국 하나님마저 보이는 그 무엇으로 표시되고 우상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어느 종교나 그 종교가 표방하는 궁극의 존재가 기호화되거나 물질화될 때, 그 종교는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동연_
인천 한누리 교회 목사, 저술가/ 한기총 이단대책위 전문위원/ 예장 (통합) 서울남노회 이단대책위 서기
dyl1010@hanmail.net
주요 저서로 <<나를 찾아가는 마음의 법칙>>,<<리더십 불면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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