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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75호-등록문화재와 종교건축유산(김정신)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5. 15:14

등록문화재와 종교건축유산

2009.10.13



등록문화재 제도의 도입과 활발한 목록화 사업으로 멸실되어 가는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기반이 조성되고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의식도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제도는 소위 ‘중점보호주의’ 즉 한정된 재원과 인력으로 극히 중요한 문화재를 강한 규제와 지원을 통하여 원형대로 보호하는 ‘지정제도’를 근간으로 하여 왔다. 따라서 ‘문화재’ 하면 재산권 침해를 떠올리고 지정을 기피하여 왔다. 그러나 등록 문화재는 소유자의 자발적인 보호에 기초하는 신고위주의 제도로서 보호와 동시에 활용을 촉진하고, 세제지원 및 수리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문화재에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토목산업시설, 문학예술작품, 생활문화자산 등 동산문화재도 포함된다. 그중 건축물은 자연 및 도시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일반에게 공개되어 있어 그 어떤 문화재보다 시간적 경과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쇄락과 변형이 일어나기 쉽다. 특히 개발 욕구가 큰 근대 건축물들은 인위적인 멸실과 훼손의 위험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보호대책이 필요하며 그 기초적인 작업으로써 등록을 위한 목록화 작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된 바 있다. 현재 440건의 등록문화재중 동산문화재를 제외한 근대건축유산은 370건(84%)에 이르며, 그중 종교건축은 등록문화재 53건, 지정문화재 66건으로 근대건축문화유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류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은 건축물, 특히 종교에 관련된 건축물이 대부분일 정도로 종교건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문화유산의 대표로서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왔다. 둘째, 외래 종교의 수용과 발전, 그에 따른 의식변화와 서양문화화 과정은 한국 근대사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셋째, 한국 근대건축사의 구조적 성격인 “서양건축 양식의 수용”과 “전통건축의 근대적 변화”를 명확히 반영하고 있다. 넷째, 한국은 다종교 사회로 20세기를 맞아 종교운동이 활발하였고 교세가 급성장 하였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문화재로서의 가치 있는 건축물들이 많이 산출되었다. 다섯째, 종교건축은 다른 유형의 건축물에 비해 원래의 기능을 지속하고, 소유 및 관리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공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멸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등록(지정) 대상이 되어왔던 것은 역사성이 높거나 양식특징이 뚜렷한, 그것도 일부 종교(교회)건축으로 제한되어 왔다. 등록기준인 50년에 근접하는 모더니즘계열의 종교건축물과 다양한 신흥종교 관련 건축물, 특히 수도원, 기도원, 성지 등 일반인(비교인)의 접근이 어려운 대상은 충실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조사된 대상도 가치평가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등록에 어려움이 많았다.

‘등록문화재’제도는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한 이상적인 제도이다. 이를 잘 활용하고 가꾸어나가기 위해서는 종단, 행정기관, 학계, 시민단체 등 사회주체들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근대유산도 전통유산 못지않게 중요한 문화유산이며, 이를 보존하여 후세에 전승하는 것은 우리민족의 역사·문화적 전통을 지켜나가는 일이며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임을 우리 모두가 철저히 인식하는 일이다.

김정신_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kjsdk@dankook.ac.kr
서울대 종교학과 졸, 미국 예일대 석사, 영국 에딘버러대 종교학 박사.

주요 논문으로 <등록문화재 건축물의 공간보존에 관한 연구>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 <<유럽 현대 교회건축>>,<<한국 카톨릭 성당 건축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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