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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56호-한국사회 죽음의례의 현재(이용범)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4. 17:20

한국사회 죽음의례의 현재
-2009 상반기 심포지엄 안내-

2009.6.2




오늘날 주변과 언론 매체를 통해 일상적으로 죽음과 접하면서도, 사람들은 죽음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몇몇 죽음을 뺀 대부분의 죽음은 얼마가지 않아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인간 삶에서 죽음은 필연적인 현상이며, 특히 죽음을 처리하는 죽음의례는 불가피한 현실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행해지는 죽음의례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전통적인 상장례 형식의 기본 틀이 유지되면서도 상장례의 주체, 공간, 절차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 중 일부는 분명한 현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아울러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죽음의례가 등장하기도 한다.

과거 한국사회에서의 죽음은 죽음을 맞이한 당사자와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마을과 같은 지역 공동체 전체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역 공동체 전체는 공통된 상장례 방식과 죽음의식을 공유하고 있었고, 그러한 공동체를 통해 죽음의 문제를 해결해 왔다. 따라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사회의 변화와 함께 공동체적 생활양식이 깨어지면서 지역 공동체가 더 이상 상장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신에 종교집단이나 병원·장의사와 같은 상장례 전문기관이 상장례를 담당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상장례를 담당한다는 상조회사가 앞다퉈 광고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종교와, 병원, 상조회사를 주제로 한 별도의 발표를 설정한 것도 이러한 상장례 주체의 변화를 고려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례 공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전에 상장례의 중심 공간은 망자의 삶의 터전이었던 집과 마을이었다. 지금은 병원이나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을 치루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사람은 물론이고, 집에서 돌아가신 분도 병원이나 장례식장으로 모셔가 장례를 치른다. 하지만 이전에는 객사(客死)는 피해야 된다는 관념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하다가도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면 환자를 집으로 모셔왔었다.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상장례를 치루는 것이 객사관념과 같은 전통적 죽음의식과 모순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제 병원이나 장례식장과 같은 집밖의 공간에서 장례를 치루는 것은 엄연한 하나의 현실이며, 더 이상 기피의 대상이 아니다.

상장례의 절차 역시 변화를 보여준다. 물론 현재에도 유교식 전통 상장례 절차가 한국사회 상장례 절차의 기본 틀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상장례 주체에 따라 변화가 나타난다. 예컨대 개신교 상장례의 경우 전통 상장례 방식에서 기독교적 이념에 따라 선택적 수용과 배제가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유교식 전통 상장례가 망자의 육신을 처리하는 절차와 망자의 넋을 처리하는 절차 등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고 할 때, 현재 한국사회에서의 상장례는 전반적으로 망자의 넋을 처리하는 절차를 소홀히 다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새로운 죽음의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루는 낙태아 천도재가 좋은 예이다. 전통적인 관념에서 보면, 낙태아는 일반적인 죽음의례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상장례의 유형, 주체, 공간, 절차의 변화와 함께 당연히 죽음에 대한 한국인의 이해 역시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상장례를 둘러싸고 이뤄지는 이러한 변화는 혼란과 모순을 야기하는 과도기적 현상을 넘어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실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행해지는 죽음의례의 다양한 변화양상과 그에 따른 죽음인식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려는 것이 이번 상반기 심포지엄의 의도이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은 구체적인 죽음을 처리하는 상장례는 물론이고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의례까지 논의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의례를 포괄적으로 다루어 보려고 한다. 이러한 죽음의례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통해 한국사회의 죽음문화와 죽음인식 전반에 대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흔히 어느 사회나 죽음을 처리하는 죽음의례는 쉽게 변화되지 않는 보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한국사회 죽음의례의 변화양상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현재 한국사회와 문화가 겪고 있는 중요한 변화의 한 측면을 파악하는 좋은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범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yybhum@kg21.net
주요저서《한국신화의 정체성을 밝힌다》(공저), 주요논문 <서울 진오기굿의 성격과 문화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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