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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9호-한국의 종무행정을 생각해 본다(고병철)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4. 13:52

한국의 종무행정을 생각해 본다

2008.9.9

종교에 관한 국가의 행정을 종무행정이라고 칭한다. 혹자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국가에서 무슨 종교에 관한 종무 행정이 필요한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기도 한지만, 이는 아마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이 현대사회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종교도 사회 구성요소일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어느 국가든지 그것이 독립되어 있지 않을 뿐이지 다른 문화행정이나 일반 행정에 포함되어 있다.

종무행정은 종교문화의 지형과 역사성에 따라 그리고 종교문화의 사회적 비중과 국가의 정치 체재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 결과 국가마다 문화가 다른 것과 같이 종무행정의 비중과 그 형태가 많이 차이가 난다. 그러나 종무행정의 기본적인 목표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건강한 종교문화를 창달하며, 종교자원을 국가의 발전전략과 조화시키고, 정체성을 가진 전통문화를 보존하는데 기여해야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교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과 행정의 한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종교는 국가영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시민의 동의가 필요한 시민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종교정책 수립 및 집행과 관련된 제반 과정인 종무행정을 집행할 때도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면서 위에 지적한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우리의 종교문화 상황에 맞는 종무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의 종무행정은 어떻게 흘러왔을까.

첫째, 종무행정에 종교에 대한 양분법적 시각이 전제되어 있다. 제2공화국 시기인 1961년 10월 이전까지는 아예 ‘유사종교’라는 표현이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다만 문화체육부 시기에 민족종교단체 관련 종무정책 수립이나 업무지원, 문화관광부 시기에 연합종교단체 관련 업무 지원이나 문화공간화 업무 등이 추가되면서 양분법이 점차 약화된 것처럼 보였다.

둘째, 양분법적 시각과 관련된 양분법적 지원의 경향이다. 문화공보부 때부터 종무행정의 주요 업무로 ‘종교 활동 지원’ 업무가 등장하였지만 그 주된 지원 대상은 개신교, 가톨릭, 불교 등에 한정되었다. 다만 문화관광부가 지원의 대상에 ‘민족종교’와 ‘연합종교’를 포함시키면서 과거에 비해 양분법적 지원이 축소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도 ‘지원’ 업무는 여전히중요하게 취급되고 있고, 과거에 ‘종교’ 범주에 속한 종교단체들이 주로 그 대상이다. 그와 관련하여 정교분리, 종교의 평등 문제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항존한다.

셋째, 90년대 이후 종교문화의 활용에 대한 관심의 등장이다. 이러한 관심은 문화관광부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문화체육부가 한국의 종교의식과 예절(1995)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 관심이 종교문화의 활용 차원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국가 차원에서 종교문화를 전통문화, 종교시설을 문화 향유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태도가 나타난 것은 문화관광부 시기의 특징이다.

넷째, 전체적으로 중장기 종교문화정책의 부재 경향이다. 제5공화국 시기인 1982년 12월에 기획관의 업무로 ‘종교활동의 협조지원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이 포함되기도 하였지만 ‘종교정책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 및 추진’ 업무가 등장한 것은 문화체육부 시기인 1993년 3월이었다. 그 업무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종교정책에 관한 종합계획은 정부의 출발 시점에서 만들어지고,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면 다시 제시된다. 이는 종교정책에 관한 장기적인 종합계획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앞으로 국가는 종무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국가정책과의 조화 전략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가는 종교에 대한 양분법의 해소, 인력의 전문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마련, 정책자료 확보를 위한 연구 용역의 활성화 등을 감안,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각 시도와의 소통 문제 해소와 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종무행정을 위해 종무행정 자료의 전산화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단순한 ‘지원’ 업무보다 중장기 종교정책 속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화 양극화, 종립학교와 종교교육, 문화콘텐츠와 문화 복지 등의 제반 문제와 종무행정의 적극적 연계를 고민해해야 할 것이다.

고병철(한국학중앙연구원, 0325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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