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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601호- ‘마을종교들’의 쇠락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9. 11. 19. 22:44

‘마을종교들’의 쇠락


  news  letter No.601 2019/11/19 

 


지방 소도시 외곽 지역의 마을을 방문해 보면, 마을을 기반으로 마을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종교들’의 쇠락이 확연하다. 마을 전체에 관련된 동제(洞祭)의 경우 여전히 살아있기도 하고 약화되거나 사라지는 등 마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가신(家神)신앙은 물론 아이팔기, 객귀물림 등의 여타 민속종교 현상은 거의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다. 무속신앙은 마을을 벗어난 지 오래되었다. 마을주민이 주된 신도인 이른바 마을교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을교회는 신도들의 고령화와 새로운 신도 충원의 어려움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마을은 여러 종교들이 공존하면서 주민들의 종교적 삶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그러나 점차로 마을은 종교적 삶의 공간의 하나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마을을 매개로 한 종교적 삶이 점차로 사라지고 있다.

‘마을종교들’ 가운데 하나로 마을 내 각 가정의 가신신앙을 지적할 수 있다. 현재 가신신앙은 지방 소도시 마을에서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다. 가신신앙은 지나간 과거의 삶에 불과할 뿐이다. 가신신앙을 아는 젊은 세대는 마을에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가신신앙을 잘 알고 자기 삶의 한 부분으로 실천했던 7, 80대 주민들은 마치 과거를 추억하듯이 가신신앙에 대해 말한다. 가신신앙은 현재 삶의 현상이 아니라 연로한 주민들의 추억과 이야기를 통해서나 전달되는 과거 삶의 현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아이팔기, 객귀물림 등의 현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무속신앙의 경우 아직도 마을주민들의 종교적 생활의 일부로 기능하는 마을도 있다. 그러나 무속신앙을 ‘마을종교들’의 하나에 포함시키긴 어렵다. 무당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마을주민들은 마을 밖, 시내의 무당을 찾아간다. 무당들은 마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 마을을 벗어나 도시 한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한국인의 종교적 삶의 한 부분을 이루었던 민속종교가 이처럼 약화되어 소멸 직전에 이른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민속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불교와 기독교 같은 제도종교의 영향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종교 생활의 세대 간 전승의 단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종교 생활의 세대 간 전승이 중단된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세대의 도시 이주이다.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가 동일한 공간에서 삶을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종교 생활의 지속적 전승이 이뤄지길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을종교들’ 가운데 점차로 약화되는 상황에 처한 것은 미을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방 소도시 마을을 근거지로 한 마을교회의 경우 신도 수가 너무 적고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젊은 층의 도시 이주로 새로운 신도의 충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교회는 신도들의 삶에 적극적인 관여를 하지 못하면서 신도들의 삶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한 종교가 신도들의 삶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통로가 일생의례인데, 마을교회 밖에서 행해지는 것이 이미 일상이 되었다. 예컨대 지방 소도시 마을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동제처럼 마을에 따라서는 여전히 살아있는 ‘마을종교’ 현상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지방 소도시 마을주민들의 삶에서 마을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마을종교들’의 역할은 현저하게 약화되었다. 마을주민들의 종교적 삶은 더 이상 마을을 매개로 한 ‘마을종교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마을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와 감소로 인한 마을의 소멸 위기를 감안할 때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범_
안동대학교 인문대 민속학과 교수
최근 논문으로 <일제의 무속 규제정책과 무속의 변화: 매일신보와 동아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한국무속과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비교: 접신(接神)체험과 신(神)개념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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