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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721호-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2. 3. 15. 16:03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news letter No.721 2022/3/15



공공장소에서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지 2년이 넘었나?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날이 2020년 1월 20일이었고, 2월에 마스크 품귀 대란이 있었으니 얼추 그렇게 된 셈이다. 그 2년을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바깥에 나갈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지나간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2년 동안 우리를 길들였던 습관이 떠오른다. 무심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을 나섰다가 흠칫 놀라서 다시 집에 들어갔던 일이 생각난다. 길거리에서 맨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는 것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비도덕적인 행위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는 일이지만 한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버스에 올라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면 위험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생각에 숨이 막히고 안절부절하다가 기어코 버스에서 내리고 말았다.

이제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상대방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만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인지 희한한 연구를 잘 하기로 유명한 영국에서 파란색 수술용 마스크를 쓴 남성의 얼굴이 가장 매력적으로 인식된다는 연구도 있었다. 예전에는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범죄와 연결 짓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제는 마스크에 의료, 방역, 과학 등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오히려 신뢰감, 안정감을 주는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의례에 참석하는 것도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유튜브 채널에서 내가 보고 싶은 종교의례를 찾아서 재생 버튼을 누르고 쳐다보면서 종교의례에 참석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의례에서 한 가지 역설적인 현상을 목격했다. 의례 집전자와 소수의 참여자가 제한된 장소에 모여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종교의례를 진행하고 이를 녹화하여 온라인으로 송출하면, 의례 집전자와 참여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나아가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다수의 신자가 실시간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 얼굴을 보면서 의례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온라인에서는 얼굴을 마주 보는 대면 의례가 가능해진다.

반면에 오프라인으로 거행되는 종교의례에 참여하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단 의례 집전자는 몇 가지 사항을 지키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의례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마스크를 써야 한다. 심지어 옆 사람과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면서 인사를 나눌 수도 없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오프라인 의례는 참여자가 서로 얼굴을 볼 수도 없고 종교적인 감정을 나눌 수도 없는 비대면 의례가 된다. 즉 온라인 대면 의례라고 말하고, 오프라인 비대면 의례라고 말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그래서 역설적인 현상이라고 말한 것이다.

멀지 않아 우리는 마스크 의무 착용에서 해방될 것이다. 또 다른 감염병이 유행할지는 모르지만 지난 2년 동안의 팬데믹은 어쨌든 물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거리에서 사람들은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며 또 서로를 마음 편하게 쳐다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종교의례가 거행되는 현실의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신자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공동체에 속해 있음을 환기할 것이다. 그럴 때 우리가 겪었던 얼굴의 상실과 비대면의 역설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마스크를 벗어버리면서 서로를 감염의 위험인자로 바라보는 공포에서도 완전히 벗어날까? 마스크 안 쓴 자들에 대해서 가졌던 당혹, 불쾌, 혐오의 감정은 햇볕에 눈 녹듯 사라질까, 아니면 또 다른 영역에서 또 다른 유형의 타인들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음습한 구석으로 숨어들까? 종교학도의 관점에서 지난 2년 동안 있었던 종교적 공간에서의 얼굴 상실이 지니는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요즘 고민하는 주제다.

 

 

 







 


조현범_
한국학중앙연구원 
근래에 쓴 글로는 <베르뇌 주교 서한 편찬사>, <일제하 조선 천주교회의 성체 공경과 몸의 종교성 훈련>, <한글본 성교요리문답의 한문 저본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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