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작은 발걸음도 방향만 분명하면 큰 역사가 됩니다 news letter No.916 2026/1/6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붉은 말, 하늘을 솟구치는 용마(龍馬)의 역동적인 기운이 우리 연구소 곳곳에 스며들어, 연구원 여러분의 삶과 학문적 여정에 깊은 평온과 찬란한 통찰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세계는 거대한 대전환의 파고 속에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재정의하고, 문명의 전환점이 눈앞에 다가온 듯한 격동의 시기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종교계와 관련 학계 역시 전례 없는 성찰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KIRC(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종교를 특정 신앙이나 교리의 틀 안에 가두는 교..
‘주석 달린 신화’를 넘어서 news letter No.915 2025/12/30 - Bruce Lincoln, Between History and Myth: Stories of Harald Fairhair and the Founding of the State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4) 지난 한 학기 동안 한국 건국신화 문헌을 읽는 대학원 수업을 진행하였다. 원래 관심 있는 주제이기도 했고(필자가 처음으로 들었던 학부 종교학 강의는 하정현 선생님의 ‘역사와 신화’였다), 학생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자료로 문헌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등의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브루스 링컨의 책에서 받은 자극이었다. 《역사와 신화 사이: 미..
흙과 땅, 그리고 이야기는 이어진다 news letter No.914 2025/12/23 11월 마지막 주간에 리움미술관에서는 흥미로운 행사가 개최되었다. 다섯 개의 움직임>이라는 제목 하에 진행될 중장기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인류학자 팀 잉골드(Tim Ingold)의 기조강연과 워크샵이 열린 것이다. 나는 25일, 26일 양일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때 느끼고 경험한 바를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1.“그러면 산책을 떠나보겠습니다.” 첫날 잉골드의 강연은 이런 말로 시작되었다. 강연 제목은 중동태의 자리에서 성찰하기: 대를 잇는 삶, 지각, 그리고 배움>이었다. ‘걷기’에 대한 성찰로 시작된 강연은 능동태나 수동태가 아닌 ‘중동태’라는 관점의 전환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잉골드는 이..
‘한국근대종교총서’ 완간에 따라 이어진 생각 news letter No.913 2025/12/16 공부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우선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해오던 대로 하는 것이 다. 이미 주어진 공부의 노선이 제시되어 있고, 그에 맞춰서 하는 방식이다. 남들이 기대하는 바와 일치하기에 여기에는 온갖 응원 장치가 준비되어 있다. 이쪽 길을 택한 이는 특히 근면 성실함의 덕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와 절차가 잘 구비되어 있어서 끈기 있게 따라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모범생의 길”이라고 할만하다. 이와는 다르게 익숙한 길에서 일탈하여 이리저리 헤매는 것과 같은 방식도 있다. 여기에는 남들이 하지 않으니까 내가 한다는 투의 ‘관심종자’의 것과 어떤 기대에도 어깃장을 내려는 “갑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