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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도교를 어떻게 이해했나?- 유불도에서 유불선으로 - news letter No.871 2025/2/25 동학은 보통 “유불도 삼교를 창조적으로 종합”한 종교로 설명된다. 가령 중학교 7차 『국사』 교과서에는 “최제우가 전통적인 민간 신앙과 유교, 불교, 도교를 융합하여 동학을 창시하였다”고 서술되어 있다(우리역사넷 참조). 2015년에 천재교육에서 나온 『윤리와 사상』 교과서 역시 마찬가지다: “신흥 종교는 우리 민족 고유 사상을 바탕으로 유·불·도 사상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서양의 종교 사상에 대응하여 성립한 새로운 민간 종교였다.”(87쪽) 여기에서 ‘신흥 종교’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이 글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유불도’이다. 왜냐하면 동학의 텍스트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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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희생’이라는 말의 그림자 news letter No.870 2025/2/18 최근에 발생했던 계엄령 선포를 나는 연구실에 앉아 있다가 해외에 머물고 있던 한 후배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집에 가는 길이 안전할지 염려하면서 길을 나섰는데, 헬기 소리가 들려 연구실로 돌아왔다가 12시가 넘어 겨우 집으로 향했다. 어떤 명예 교수님께서 학교가 제일 위험한데 왜 학교에 있었냐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이제 더 이상 대학의 구성원들은 계엄을 선포하는 권력자에게 위험한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 후에 뉴스나 여러 매체에서 보았던 사진 속에서 각종 장비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군인들은─물론 직업군인이었겠지만─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카들, 그간 입대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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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에게 종교를 묻다 news letter No.869 2025/2/11 중국에서 개발된 AI 딥시크(DeepSeek)가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내가 기술이나 경제적인 면에 관해 이야기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사용자로서 쓸만한 인공지능 검색이 하나 더 생겨 흥미로울 뿐이다. 나 역시 더듬거리며 사용하기 시작했기에, 이 친구들의 재능을 파악하는 데 한참 걸릴 것이다. 그래도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여러 검색을 비교해 보고 소박한 사용기를 올린다. 엄밀한 비교가 될 수는 없지만 연구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인문학 연구자로서 제일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언어 처리 능력이다. 많은 분이 이미 인공지능 검색을 번역과 요약에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기대를 거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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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일본의 교차로에서 주워 올린 ‘신에 대한 정의’ news letter No.868 2025/2/4 생애 세 번째의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말경 인도의 힌두축제 ‘마하쿰브멜라’ 중 압사 사고로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다는 뉴스에 접했다. 마하쿰브멜라는 12년 주기로 북인도 갠지스강변의 알라하바드 지역에서 1월 중순경부터 40여 일 동안 행해지는 세계 최대의 종교축제이다. 올해는 연인원 4억 5천만 이상의 힌두교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알라하바드 지역은 인도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갠지스강과 야무나강 그리고 신화적인 사라스와티(Sarasvati)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이곳에 입수하면 고통스러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믿어지는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