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종교 news letter No.855 2024/11/05 어찌 보면 그 차원과 성격이 다른 용어를 맞붙이는 것이, 독자들 심경에 불편을 끼칠까 봐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근년에 빈번하게 내 생각 속을 헤집고 다니는, 저 어휘들의 의미를 솔직히 짚어보고 싶다.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간주하며 한 걸음 물러나서 본다고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레바논- 이란 등지에서 반복되고 있는 전쟁과 테러야말로 인간이 초래할 수 있는 폭력의 최극단이다. 그 폭력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꼬리표 즉, 민족 · 종교를 거듭 주목한다. 특정 종교의 신앙심에 투철한 성년의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다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종교, 문헌, 목록, 공구서 news letter No.854 2024/10/29 조선 천주교의 초기 신자들이 1811년 신미년에 로마 교황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처음에 서적을 읽고 천주교를 시작했습니다(初以書籍開敎).” 또 이런 말도 등장한다. “온 천하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간 곳 가운데 사제의 전교로 말미암지 않고 단지 글과 책에 의지하여 도를 구한 것은 우리 동국뿐입니다(普天下聖敎初入之地 不由司鐸傳敎 只憑文書訪道 惟有我東國).” 이처럼 조선 천주교는 책으로 시작된 종교였다. 그래서 중국에서 간행된 한문본 천주교 서적을 들여오는 데에도 열성적이었고, 또 이를 번역하여 언해 필사본으로 돌려 읽기도 하였다. 선교사들이 입국하여 신자들을 이끄는 시대가 되어서도 천주교 서..
『식물 사람: 철학적 식물학』 책 출간에 부쳐 news letter No.853 2024/10/22 “우리 모두가 살 수 있으려면, 평화롭게 살 수 있으려면,나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에라짐 코학 얼마 전에 제가 번역한 책이 나왔습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종교학자, 종교인,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며 식물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옮긴이의 말>의 일부를 수정해서 올립니다. 1.오늘날 많은 이들은 생태 위기의 근저에서 인간이 비인간 자연과 맺어온 관계의 위기를 발견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뒤틀린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생태철학과 환경윤리 분야에서 전개되어 왔다. 특히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이 비인간 동물과 맺어온 관계가 ..
개천절, ‘신시개천’의 이념-弘益民族主義와 理化民主主義- news letter No.852 2024/10/15 개천절은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제천행사와 단군사화(檀君史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근대적 의미의 개천절은 대종교(大倧敎) 창시자 홍암 나철(羅喆, 1863~1916)이 음력 1909년 1월 15일 단군 대황조신위(大皇組神位)를 모시는 제천의식[襢儀式]을 거행하고, 단군교를 선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다음 해 1949년 3.1절, 제헌절, 광복절과 함께 국가 법률로서 4대 경축일로 지정되었고, 2005년 한글날이 국경일로 승격되면서 대한민국 5대 국경일의 하나로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1948년 9월에는 ‘연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단군 기원 곧 단기..